강안나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겨울 문턱 아이들’
서울 한남동서 조촐한 출판기념회 열어
부군 정영수 CJ글로벌경영 고문(글로벌한상드림 이사장)도
최근 수필집 ‘my odyssey-나의 긴 旅程-’ 펴내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햇살 좋은 5월 둘째날. 서울 한남동 한 고급주택단지 커뮤니티센터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강안나 시인의 여섯 번째 동시집 ‘겨울 문턱 아이들’(도서출판 브로콜리숲)의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로, 시인의 여고동문들과 지인 등 4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낮12시, 분수가 시원하게 흐르는 야외공간을 지나 커뮤니티센터 2층 작은 홀에 들어서자, 경상도 사투리가 두런두런 들리는 가운데 테이블에는 생수와 간식, 그리고 새로 세상에 나온 시집 ‘겨울 문턱 아이들’이 다소곳이 놓여있었다.
참석자들의 절반은 올해로 개교 100주년을 맞은 진주여고 동문들이었다. 함께 수학한 동창들(38기)은 물론이고 6기수 위 선배부터 무려 18기수 아래인 까마득한 후배도 있었다. 면면은 소설가, 화가, 기업가 등 다채로웠다. 그리고 나머지는 시인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절친들로서 멀리 창원과 진주에서 올라온 이들과 함께, 시인이 살고있는 싱가포르에서 오로지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로 날아온 이들도 있었다. 지인들 중에는 오준 전 UN대사 부인 김미리 씨, 이기수 전 고려대총장 부인 조효임 전 교수(서울교대)도 함께 했으며, 강 시인과 한동네 이웃해 사는 주민도 여럿 초대됐다.
이 자리에 당연히 함께 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빠진 이가 있었으니, 강 시인의 부군 정영수 CJ글로벌경영고문(글로벌한상드림 이사장)이었다. 시인은 “여자들만 모이는 자리”라고 했다. 부창부수로 소문난 이 부부는 책을 세상에 내놓을 때도 하모니를 이뤄, 부인 보다 조금 뒤서거니 정 고문 또한 최근 새 수필집 ‘my odyssey-나의 긴 旅程-’을 펴냈다.
서로 아는 이도 있고 모르는 이도 있었으나, 이날 참석자들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동심의 눈높이로 여섯 번째 시집을 펴낸 저자를 하나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시인은 소중한 발걸음을 내어준 반가운 얼굴들을 마치 시어 같은 인사말로 맞이했다.
“이 좋은 계절, 바쁜 일정을 제쳐두고 귀한 걸음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팔순이 가까워 오는데도 이맘때쯤이면 제 마음이 늘 설렙니다.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해오면서도 5월이면 고국으로 달려와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고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나 소중한 추억을 담아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어딘가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복이지요... 시는 각박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또 자라는 꿈나무들에게는 동심을 사랑으로 품어 친근한 언어로 희망의 길로 인도합니다. 이번 제 시집 ‘겨울 문턱 아이들’이 그런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
시인의 고운 인사말을 받아 참석자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 사람, 한 사람 시인의 새 시집을 펼쳐 고른 시를 축사와 함께 낭독했다.
강 시인의 지인인 박규리 교수(동국대)는 이번 시집의 표제작인 ‘겨울 문턱 아이들’을 낭독하며,“어떻게 느끼셨는지 몰라도 아마 우리 마음이 다 똑같을 것 같다. 이 한 권의 책 속에는 한 중견 시인이 뜨거운 심장으로 길어올린 사랑과 연민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소외받은 것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안는 시인의 눈이 얼마나 다정하고 속깊은 사랑의 시선인지. 이는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 다르지않다”고 평가했다.
한 진주여고 동문은 ‘사랑 청약통장’이라는 시를 낭독하자, 강 시인은 “막내 여동생이 수녀원 생활을 하다가 나와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봤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창원에서 올라왔다는 어느 동문은 시 ‘성묘 가는 길’을 낭독하며 목이 메이자, 강 시인이 나서 “8년전 세상을 떠난 부군 생각에 그러하다”고 말하며 좌중의 이해를 도왔다.
동남아 이민 1세대로 싱가포르에서 30년째 살고있다는 한 지인은 시 ‘양파의 모정’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며, 시어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이에 강 시인은 “(시어가) 한 순간에 탁 떠올라서 한 번에 나올 수도 있고, ‘이 시는 왜이리 나를 애먹이지’ 할 정도로, 눈썹 화장을 고치듯이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양파의 모정’은 조금은 쉽게 나온 편이다”고 했다.
또다른 지인인 홍경순 명예교수(성신여대)는 “여기 오신 분들과는 조금 다르게 작가님과 인연이 있다. 싱가포르와 한국을 오가면서 작가님과 계속 카톡으로 소통하면서, 분명의 이기 덕분에 좋은 시심을 지닌 강 작가님과 인연을 이어 오늘 여기에 오게 됐다”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오래 묵은 인연들인 만큼, 준비한 샌드위치와 과일 등으로 간단한 식사를 나누며 조곤조곤 옛 이야기를 이어갔다.
‘겨울 문턱 아이들’
강안나 作
날마다 마주보며
살갑게 인사 나누던
초록 이파리들
우수수 낙엽 되어
낯선 외로움에
이리저리 뒹굴다가
겨울 문턱 언저리
눈길 한번 못 받고
저만치 웅크리고 앉은
여린 풀꽃에게
사브작 사브작
시린 마음 다독이는
소복한 갈색 온기
하이얀 풀꽃 미소
호젓한 골목길이
정겹고 훈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