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권 훼손, 자본과 인재 이탈, 이민 증가, 팬데믹으로 ‘쇠퇴’
중국과 전 세계 잇는 ‘슈퍼 커넥터’, ‘슈퍼가치창출자’로 재도약
IPO규제완화, 디지털자산 허브화, 외자 유치, 인재 적극 영입 등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홍콩이 한때의 침체를 극복,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와 변신을 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금융권과 경제 주체들 역시 이같은 홍콩의 변화 대응 역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홍콩은 과거 아시아의 독보적 금융 허브에서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하며 그 위상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다시 환경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2020년 中국가보안법, 미·중 갈등도 침체 원인
뉴욕·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했던 홍콩은 지난 2020년 이후 정치, 사회적 환경 악화로 인해 장기간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기업공개(IPO)제도 개선, 본토와 자본시장 연계 강화, 디지털 금융 허브·패밀리오피스 허브 전략 등 제도적·전략적 변화를 통해 2025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재도약하고 있다. 세계 3대 금융 허브로 군림했던 영화를 되찾겠다는 움직임이다.
홍콩은 지난 2020년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 미·중 갈등 심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내외 충격으로 중국 본토화(공산당 중앙집권체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자본과 인력의 이탈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자치권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기업 심리가 약화되었다. 외국계 기업이 감소하고, 이민을 통한 인구 유출 증가, 순 유입자금 급감 등 자본과 인력의 이탈이 현실화되었다.
이에 홍콩은 팬데믹 이후 기업공개제도의 단순화·유연화로 혁신 기업의 상장을 촉진하는가 하면, 본토와의 자본시장 연계를 확대함으로써 시장 유동성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연구소는 “디지털 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법·규제를 정비하고 토큰화 상품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패밀리 오피스 유치를 위한 제도적·행정적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이런 노력의 일환을 전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의 중심으로 재도약한 홍콩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금융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홍콩은 ‘일국양제’ 아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중국 본토와 전 세계를 잇는 ‘슈퍼 커넥터’이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슈퍼가치창출자(Super Value-adder)’의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기업공개, 채권 발행, 다양한 대출 솔루션 제공을 통해 본토 기업의 일대일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효과적으로 중개하고 있다. 채권·파생상품·국경 간 결제에서 역외 위안화 상품 생태계를 구축하여 다양한 통화·리스크 관리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은 또한 “세계적 수준의 법률·세무·회계 서비스, 금융 구조화, 리스크 관리 역량을 결합, 투자와 거래의 가치를 높이는 ‘슈퍼가치 창출자’로 역할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中 ‘일대일로’ 활용, 非서구 중동 진출 적극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중동 지역과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 서구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허브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전략이다.
홍콩 정부는 중동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국채(수쿠크)를 추종하는 아시아 최초의 ETF를 출시했다. 9월에는 아부다비증권거래소와 ‘펀드 상호 인정’ 및 ‘EFT 교차 상장’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국 본토 기업들에게는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 주고,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또 경제 다각화를 추진 중인 걸프 국가들에게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한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법률·금융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도 또 다른 전략이다. 즉,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결제 인프라, 디지털 뱅킹, 가상자산 거래 등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앞서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11월 3일, ‘핀테크 2030 전략(Fintech 2030 Strategy)’을 발표, 데터, 인공지능(AI), 회복탄력성, 토큰화를 4대 전략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정부 채권과 외환기금채권(Exchange Fund Paper),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핵심 자산에 토큰화 개념을 적용했다. 이를 차세대 결제 시스템과 연계, 디지털 기반 금융 인프라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홍콩은 또한 글로벌 금융 허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적자원을 선정하고 인재의 유치와 육성, 정착, 교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해외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2022년 10월부터 TTPS(Top Talent Pass Scheme) 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TTPS는 세계 100대 대학을 졸업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자 등 최소 자격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별도 고용 계약 없이 2년간 비자를 부여하는 제도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시행 2년 만에 10만여 명이 TTPS를 통해 홍콩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과 금융기관 간 공동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주거 지원·국제 학교 연결·비자 연장 등 인재 정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