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시대, 휴머니즘을 찾아서-
'삼남매를 글로벌인재로 키운 비결'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나치게 빠르고 또 복잡하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요즘 세상이 그렇다. 위대한 것은 예외없이 단순하다고 했다. 진리 또한 그러하여, 만고불변의 진리로 일컬어지는 것들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 모두가 피로하고 지쳐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까. 코로나19로 개개인이 각각의 섬으로 부유하는 그야말로 단절의 시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보이지않는 연결의 복원이 절실한 시점으로 인식된다. 인간성의 회복, 휴머니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여겨 찾은 주제가 다름아닌 ‘어머니’다. 모성(母性)은 생명을 품는 힘이자 마지막까지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무한한 생명력과 포용력의 원천인 모성이 실종된 시대. 본지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 땅속에 묻혀있던 보석같은 ‘어머니 이야기’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싣는다. 자식을 훌륭히 성장시킨 인사들의 생생한 인생스토리도 곁들였다.

▲김낙진 동원아이앤티 회장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고문 ▲신경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이광희 (사)희망의망고나무 대표 ▲박경진 진흥문화㈜ 회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 등 7인이 값진 스토리를 흔쾌히 풀어놓았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편집자주>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이 2018년 6월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0회 국제거래신용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돼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이 2018년 6월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0회 국제거래신용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돼 인사말을 하고 있다. 

꽃을 무던히도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 꽃 저 꽃 가리지 않고 꽃이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다. 굳이 따진다면 소박한 민들레와 아카시아를 좋아하고,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자태가 어머니를 꼭 빼닮은 수선화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따뜻한 봄날, 지천에 널린 개나리꽃을 ‘고향의 꽃’으로 부른다. 어린 시절 개나리꽃 무더기 아래로 병아리가 떼를 지어 종종거리던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던 그는 동화 속의 삽화 한 페이지가 떠올라서 이름 하나를 그렇게 더 지었다. 맵찬 추위를 뚫고 피어나는 홍매화와 청매화, 그 자태가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백목련, 자목련, 별목련은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이라고 했다. 여름날, 하늘의 별을 땅에 흩뿌려 놓은 듯한 채송화와 새벽이슬을 머금고 담장을 타고 오르는 나팔꽃은 자신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고 한다. 정열을 상징하는 빨간 장미, 고독한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들장미도 그에게는 색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고 정열을 속으로 간직한 동양의 여인 같은 자태의 찔레꽃이 하얗게 피는 밤이면 아직도 그의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고향집 울 밑에 다소곳이 피어나던 나팔꽃과 채송화는 누이와 같은 꽃이고 여름날 봉숭아꽃은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엄마의 꽃이죠. 돌절구에 분홍 꽃잎을 곱게 다져 내 손톱에 감싸주시고, 가족들을 위한 소원을 가득 담아 당신 손톱에도 정성스럽게 물들이시던 모습은 잊지 못할 한여름밤의 단상입니다.  <‘멋진 촌놈’ 中/정영수 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는 어릴 적 여동생을 닮아서 정겹게 느껴진다고 한다. 가을이 깊어져 구절초가 필 무렵이면 자신도 모르게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겨울철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고 피어나는 동백꽃. 동백은 향기가 없는 대신 그 붉디붉은 빛으로 동박새를 부른다고 했다. 동백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장수한다. 어려운 세상에 오래 빛이 되고픈 그의 바람을 동백이 온몸으로 말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끌린다는 그의 고백이다. 중국 청나라의 화가 화암( )은 “동백은 청수한 꽃을 지닌 데다 빛나고 윤택한 사시(四時)의 잎을 겸했으니 화림(花林)중에 뛰어나고 복을 갖춘 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해 우리의 선비들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에서 인생을 배우고 자연과 삶의 이치를 깨달았다. 나이 70이 넘어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꽃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상남자. 그럴 때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적지 않은 꽃값을 지불하는 그 남자에게 아내가 핀잔을 하면 “그 정도쯤 지출해야 문화인”이라고 우겨댄다. 그때서야 아내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유행가 ‘꽃을 든 남자’의 가사인 ‘나는야 꽃잎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 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

꽃이 있으면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꽃향기가 집안을 채우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다투기는 쉽지 않아요. 꽃은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어 꽃이 있는 가정은 저절로 화목해지는 것입니다. 꽃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경쟁사회에서 긴장되어 있는 심신을 부드럽게 위무해줍니다. 꽃은 우리의 영혼을 다독이는 손길이자, 세상을 긍정의 힘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치료제입니다. <‘멋진 촌놈’ 中/정영수 저>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의 부인 강안나 시인이 2018년 11월1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동시 출판 및 동요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의 부인 강안나 시인이 2018년 11월1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동시 출판 및 동요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2년 산문집 <멋진 촌놈>을 출간한 데 이어 2015년 수필집 <70찻잔>을 내고 2017년 월간문학 7월호에 <노년의 샘>을 실으면서 정식 수필가로 등단한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고문이 그 상남자다. 그가 태중일 때 할머니가 꿈속에서 지천에 만개한 아름다운 꽃을 봤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지 않을까. 할머니의 태몽에 가족들 모두가 딸이 태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들로 태어났다는 정 고문. 남자라고 꽃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나. 그의 삶에서 꽃은 그래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다고나 할까. 신혼초 월셋집과 전셋집을 전전하면서도 늘 꽃을 한아름 사서 책상 위에 꽂아두었고 딸 둘이 태어나자 딸들도 꽃처럼 아름답게 커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더욱 애착을 갖고 꽃을 사들였다는 그의 회고다. 고향 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집 앞마당에 새벽이슬을 머금고 피어 있는 난초를 볼 때면 신비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울렁거렸다는 게 그의 고백이니 서양난의 천국인 싱가포르에서 산 것도 예사롭지 않은 그의 운명으로 읽혀진다.

난초는 외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된 식물군으로 전 세계에 걸쳐 약 700속 2만5000여종이며 그 중 한국 자생종은 39속 84종이라고 한다. 대학시절, 교수 연구실에 갔다가 서양난에 빠져 곧바로 화원과 꽃집을 찾아다니면서 한 분을 구해 책상 위에 놓고 감상하기도 했다. 동양난의 매력이 잎에 있다면 서양난의 매력은 꽃에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국화(國花)가 바로 란(Orchid)이다. 언젠가부터 아내의 권유로 싱가포르 그의 집에는 늘 오키드가 집안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고 한다. 오키드는 형형색색의 꽃을 자랑한다. 빨강, 노랑, 자주, 보라 등등 다채로운 색도 색이지만 꽃잎의 모양도 다양해서 키우는 재미가 특별하다는 그의 꽃 타령이다. <계속>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 주요 이력

▲한상리딩CEO포럼 의장 ▲글로벌한상드림장학재단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수필가) ▲국민훈장 모란장(2009/한국정부) ▲베트남문화훈장(2013/베트남정부) ▲자랑스런한국인대상(2017/한국언론인연합회) ▲국제거래신용대상(2018/한국중재학회) ▲저서 산문집 <멋진촌놈>, <The hub of Asia>, <70찻잔>, <밖으로 밖으로, 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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