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시대, 휴머니즘을 찾아서-
'삼남매를 글로벌인재로 키운 비결'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지나치게 빠르고 또 복잡하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요즘 세상이 그렇다. 위대한 것은 예외없이 단순하다고 했다. 진리 또한 그러하여, 만고불변의 진리로 일컬어지는 것들은 의외로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 모두가 피로하고 지쳐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떤 메시지가 필요할까. 코로나19로 개개인이 각각의 섬으로 부유하는 그야말로 단절의 시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보이지않는 연결의 복원이 절실한 시점으로 인식된다. 인간성의 회복, 휴머니즘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여겨 찾은 주제가 다름아닌 ‘어머니’다. 모성(母性)은 생명을 품는 힘이자 마지막까지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무한한 생명력과 포용력의 원천인 모성이 실종된 시대. 본지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 땅속에 묻혀있던 보석같은 ‘어머니 이야기’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싣는다. 자식을 훌륭히 성장시킨 인사들의 생생한 인생스토리도 곁들였다.

▲김낙진 동원아이앤티 회장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고문 ▲신경호 일본 고쿠시칸대 교수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 ▲이광희 (사)희망의망고나무 대표 ▲박경진 진흥문화㈜ 회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사단법인 유쾌한반란 이사장) 등 7인이 값진 스토리를 흔쾌히 풀어놓았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편집자주>

2017년 11월1일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 부부의 출판기념회에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이 정 고문의 아들 정종환 CJ그룹 미주본부 부사장과 며느리 이경후 CJ ENM 부사장 부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정종환 부부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면서 인연을 맺었다.
2017년 11월1일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맨왼쪽) 부부의 출판기념회에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정 고문의 아들 정종환 CJ그룹 미주본부 부사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며느리 이경후 CJ ENM 부사장(세번째) 부부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총장은 정종환 부부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면서 인연을 맺었다.

돌아온 명품 두 벌

전 세계 해외동포 자녀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부모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실에서 정영수 부부의 삼남매 교육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 고문은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교육방식을 꺼냈다.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껍질 속에서 쪼는 신호를 어미닭에게 보낸다. 이때 어미닭도 밖에서 품고 있던 알을 쪼면 그때서야 껍질이 깨지면서 알 속의 병아리가 나올 수 있다. 즉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노력을 기울어야 하듯 남편은 아내와 손뼉을 치고, 부부는 자녀들과 손뼉을 쳤을 때 비로소 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누구든 해외에서의 삶은 전쟁터나 다름없이 거칠고 험하다. 삼남매를 글로벌인재로 양성하기까지 이들 부부에게 적지 않은 고통이 수반이 되었음은 불문가지.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늘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원하는 교육을 시킬 수 없었다. 자녀들의 교육비는 해가 바뀔 때마다 천정부지로 솟았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됐다. 미국 유학비는 적게는 연간 5만 달러, 많게는 10만 달러씩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정 고문은 각종 싱가포르 한인회 관련 단체에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내놓았다. 이런 남편으로 인해 아내의 불만도 적지 않았지만 천성이 사람 좋아하고 봉사를 좋아하는 남편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아나바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그렇게 근검절약의 습관을 들여야 했다. 사업하는 남편의 아내로 산 지 20년이 넘었지만 명품 옷 하나 마음 편하게 사 본 적이 없었다는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남편이 쓴 수필집 <멋진 촌놈>에 강안나씨는 이런 글을 남겼다.

둘째와 셋째를 미국 동부 명문학교에 입학시키고 제발 아이들 걱정 말고 잘 지내시라는 선생님의 부탁도 있었건만 나는 수개월 동안 외출도 외식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자꾸만 아이 룸메이트의 옷장에 널려진 명품 옷들이 마음에 걸린다. ‘이제 곧 한파가 올 텐데…’

큰 마음먹고 명품 두벌을 사서 보냈다. 그런데 하얀 종이 위에 둘째 딸아이의 마음과 함께 돌아왔다.

“사랑하는 엄마, 저희 걱정은 마세요.

엄마 나이되면 사 입을게요. 이쁜 것으로 바꿔 입으세요.”

아무래도 내 생각이 짧았나 보다. <1995년 11. 어느 날의 일기 중에서>

세월이 흘러 삼남매 자녀들은 장성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모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대로 부모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모습에서 늘 ‘행복’을 찾는다는 정영수 부부. 남편은 수필가로, 아내는 시인으로 자신만의 삶을 열어가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정영수 부부에게 “세 자녀가 건강하고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서 누구에게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며 “사돈어른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시를 쓰고 음악을 들으며 인생을 즐기고 있는 삶이 부럽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CJ그룹이 2013년 5월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태권도선수 양성을 위해 베트남 체육총국, 베트남 태권도 연맹과 협약식을 체결하는 자리에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오른쪽에서 네번째) 부부가 참석해 베트남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J그룹이 2013년 5월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태권도선수 양성을 위해 베트남 체육총국, 베트남 태권도 연맹과 협약식을 체결하는 자리에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오른쪽에서 네번째) 부부가 참석해 베트남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학금은 누군가의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란 그저 주어지는 것일까. 헬렌 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말도 못하는 3중 장애아로 태어났다. 하지만 스승인 앤 설리번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장애를 극복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이렇듯 인생에 있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뒤에도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고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도 좋은 어머니를 만나 위대한 역사를 만들었다. 모두가 남다른 ‘인연’으로 맺어져 세상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피천득 선생은 ‘인연’이라는 수필을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 둔 보물의 세목(細目)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그리고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그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작고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데 있는가 한다.

정 고문은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존재라는 말이 있다”며 “새로운 인연을 맺을 때는 상대의 의견과 생활방식을 존중하되, 함부로 그 인생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친구를 얻고 싶다면 자신의 귀와 눈을 활짝 열고, 상대에게 진실한 관심과 애정을 먼저 표현하라는 그의 주문이다.  <계속>

 

'정영수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 주요 이력

▲한상리딩CEO포럼 의장 ▲글로벌한상드림장학재단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회원(수필가) ▲국민훈장 모란장(2009/한국정부) ▲베트남문화훈장(2013/베트남정부) ▲자랑스런한국인대상(2017/한국언론인연합회) ▲국제거래신용대상(2018/한국중재학회) ▲저서 산문집 <멋진촌놈>, <The hub of Asia>, <70찻잔>, <밖으로 밖으로, 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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