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정세균의 꿈과 야망 ⑤...마이산 한쪽 봉우리는 나의 것
[인물탐구] 정세균의 꿈과 야망 ⑤...마이산 한쪽 봉우리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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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벽보 통해 미래 정치인 꿈 키워
사유와 독서를 통해 삶의 근육 단련
마이산 바위는 정세균의 ‘큰바위얼굴’
정세균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김대중총재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생애 첫번째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사진은 당시 선거 공보물에 실린 정세균(가운데) 모습.
정세균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김대중총재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생애 첫번째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사진은 당시 선거 공보물에 실린 정세균(가운데)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정세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즈음, 어머니를 따라 읍내 장에 나갔다가 운명과도 같은 정치인을 만난다. 장터 마당 담벼락에 지역구 국회의원 사진이 붙은 선거벽보가 바로 그것이다.

두 귀(耳)를 상징하는 마이산을 배경으로 한 멋들어진 선거벽보는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당시 선거벽보의 주인공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전유상씨다. 가난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렵던 시절에 언감생심,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한 장의 선거벽보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이날은 그가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 날이기도 하다. 정세균은 이때부터 삶의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 사유의 시간도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과거 현재 미래를 향한 호기심도 늘어났다.

집으로 돌아온 정세균은 이날부터 “마이산 한쪽 봉우리(귀)는 전유상의 것이지만 다른 한쪽 봉우리(귀)는 나의 것”이라고 외쳤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알 정도였다. 전유상 전 국회의원은 선거벽보처럼 마이산을 배경으로 달력을 만들어 무주·진안·장수 등 지역구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매년 달력을 받아보면서 정세균의 꿈은 더욱 단단해졌다. 아버지로부터 정치적 DNA까지 물려받은 정세균. 아버지는 종종 시내에 나가서 책을 구해다가 정세균에게 건넸다. 문학집은 물론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집필한 다양한 책을 읽게 됐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웅변까지 했다. 책은 삶의 에너지이자 창조의 원천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훗날 정세균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평을 받게 된 것도 책을 통한 중용의 가치를 일찍부터 터득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말의 두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마이산은 덕유산에서 발원해 진안에서 똬리를 튼 영산이다. 세계 유일의 부부봉인 마이산은 수많은 자연의 신비와 전설, 역사를 간직한 신령스러운 산이다. 특히 산의 형태가 기이해 전국의 많은 기인들이 수행을 오기도 했으며 기이한 돌탑들이 장관을 이룬다. 산 전체가 수성암으로 이루어진 673m의 암마이봉과 667m의 숫마이봉이 우뚝 선 가운데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정세균은 시간이 날 때 마다 마이산을 오르내리면서 돌탑에 돌 하나를 얹고선 마음을 다지곤 했다. 정세균의 꿈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큰바위얼굴’의 주인공인 어니스트.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동네에서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듣고 자랐다. 정세균 역시 마이산 전설의 주인공을 꿈꾸었다.

덕유산(德裕山)은 어떤가. 호남과 충청, 경상도를 아우르고 있어 ‘분열’로 점철된 한국사회에서 통합의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덕유산 정상에서는 매년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무엇보다 정세균에게 덕유산은 민중의 아픔과 한을 품은 ‘비산(悲山)’의 의미가 적지 않다. 조선시대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한국 농민운동의 거점이었으며 일제의 수탈에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의병운동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덕유산 자락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정세균은 이런 민초들의 한숨과 고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이산에서 가까운 임실 상이암(上耳庵)의 전설도 정세균에게는 남다르다. 마이산과 함께 귀이(耳)자를 쓰는 상이암은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암자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치성을 드렸던 곳으로 전해진다. 정세균이 평생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민초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한 것 또한 그의 운명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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