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의 힘은 어머니의 좋은 유전자 덕분
곡식 빌려 춘궁기 넘기려면 ‘신용’이 담보
미소를 잃지 않은 어머니이지만 자신에겐 냉혹

초선의원 시절의 정세균 총리(뒷줄 오른쪽 두번째).
초선의원 시절의 정세균 총리(뒷줄 오른쪽 두번째).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나는 가능한 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정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거나 남자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다시는 안보는 고집스런 일면도 있다. 외유내강의 내 성격은 어떤 생활철학에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어머니의 좋은 유전자 덕인 것 같다.”(열정, 그 길에서 세상의 빛이 되다).

정세균의 어머니는 일본에서 공부한 신여성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7남매를 키우면서 늘 미소를 잃지않고 부드러움으로 자식들을 대했다. 이웃들도 가족처럼 대했다. 살림이라고는 거들떠보지 않는 남편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를 드러내 놓고 원망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자신에게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했다. 춘궁기 때가 되면 이웃에게 급전이나 곡식을 빌려 주린 배를 채우는 고단한 삶이었지만 어머지는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는 게 정세균의 막내동생 정희균의 회고다. 어머니는 무엇보다 ‘신용’을 중시했다고 한다. 두메산골 오지에서 동네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처지인 만큼 신용을 잃는다는 것은 생명줄을 놓는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떡 장사를 해가면서도 자식공부를 시키고 싶었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어린 정세균을 앞세워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화전을 일구고 땔감을 하면서도 삶의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고 한다.

가난의 그림자도 밟아보지 못한 온실 속 화초 같은 ‘귀공자’ 소리를 듣곤 하지만, 실상 정세균의 젊은날은 정반대였다. 깡촌에서 태어나 그처럼 고생을 많이 한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않다. 정치거목이 될 때까지 피나는 땀과 눈물이 점철된 결과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항상 스스로를 격려합니다. 자기 최면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힘들어도 ‘이게 얼마나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냐’ 이렇게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다,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아니냐. 그리고 설령 잘 안되면 어떠냐,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한 것에 의미가 있는데. 그런 긍정적인 자세로 매사 노력을 하면 일이 그래도 잘 되지 않나(싶어요).”

어머니의 따뜻함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이를 물려받은 정세균이 지도자로서의 기본을 갖추게 되고 아울러 한국정치의 거목으로 성장하는데 적지않은 밑거름이 됐다. 정세균 본인 스스로도 “TV에서 제가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웃음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고, 고통의 조절능력을 강화시키며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그의 이같은 장점은 정치인으로서 단단한 자산임에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총리 취임 이후 정세균은 ‘목요대화’를 통해 ‘경청’의 이미지를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수렴하는 동시에 향후 대선가도를 고려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매주 목요일 마다 다양한 주제를 갖고 각 분야 석학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소통과 경청의 리더, 정세균’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한 시간 가량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말을 하는 시간은 10여분 남짓 할애한다. 남은 50분은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지는 정도다.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입 대신 눈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말이 있다.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도 입사 첫날, 부친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받은 휘호가 ‘경청(傾聽)’이라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건희 신화는 입사 첫날 이렇게 시작돼 변방의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탁월한 경영자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경청'을 키워드로 시대와 소통하려는 정세균의 정치적 지평은 어디까지이며, 어떤 식으로 시대와의 접점을 만들어낼지,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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