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정세균의 꿈과 야망 ①...덕을 품은 산의 기운을 받다
[인물탐구] 정세균의 꿈과 야망 ①...덕을 품은 산의 기운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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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밭 일구며 인삼농사 재배
국회의장시절, 여야 국회의원
50여명 모아 ‘생생텃밭’조성
“농업과 농민의 소중함 일깨워”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1년 남짓 남았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기업인 출신으로 6선 국회의원, 산업부장관, 국회의장을 거쳐 현재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의 어린 시절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가 적지 않다. 본지는 덕유산자락에서 태어나 중고교, 대학을 거쳐 쌍용에 입사하는 등 지금의 정 총리가 있기까지 가치관의 토대가 구축된 그의 젊은 날의 행보를 따라가보았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에 걸쳐 ‘정세균의 휴먼스토리’를 총 14회에 걸쳐 연재한다. 정 총리 주변 인물 등을 대상으로 폭넓게 취재했다.

①덕을 품은 산의 기운을 받다 ②고무래에 떨군 눈물 ③풍요로운 세상을 꿈꾸던 아버지 ④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겸손과 성실 ⑤마이산 한쪽 봉우리는 나의 것 ⑥얼굴없는 정세균의 형제들 ⑦다산 정약용 선생을 마음에 품다 ⑧빵돌이, 학생회장에 당선되다 ⑨법관의 길을 포기하다 ⑩살아남은 자의 아픔 ⑪강물은 자신을 낮추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⑫라면에서 미사일까지 ⑬스물일곱에 장학회를 만들다 ⑭나의 접시에는 먼지가 끼지 않는다<끝>

정세균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초등학생 시절 은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정세균은 1950년 대한민국 3대 오지 중의 하나인 남덕유산 자락의 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위로 형님과 누님을 각각 두었고 아래로 여동생과 남동생 둘을 두었다. 하지만 정세균은 태어나자마자 강보에 싸인 채 아버지 품에 안겨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금리로 이사를 와서 살았다고 한다. 장수는 의기(義妓) 논개가 태어난 곳으로 충절의 고장이다. 전북 진안군 동향면은 진안군 11개 읍면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다. 국사봉과 문필봉 등 해발 500m 전후의 산들이 고을 중심 평야부를 둘러싸고 있는 형국의 산골이다. 진안군 동향면의 젖줄인 용담호 일대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명당 중의 한 곳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그중에 으뜸이 정세균이 자란 능금리라는 것.

정세균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산속에서 화전(火田)을 일구어 감자와 인삼 등을 재배했다. 화전농사는 물론 벼농사와 인삼농사까지 지어봤다. 그래서 누구보다 농촌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정세균 스스로 “산토끼와 발맞추고 살았던 ‘촌사람’”이라고 고백한다.

당시 덕유산 자락의 사람들은 산에서 땔감을 하고 소와 염소를 키우며 살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산비탈에 천수답 정도의 농사를 지었지만 쌀밥 구경조차 쉽지 않던 시절이다. 잘사는 집이라고 해도 겨우 삼시세끼 굶지 않을 정도였다. 하루 세끼를 ‘밀기울’ 즉, 밀을 빻아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로 수제비를 떠먹고 살았다. 먹을 거라곤 산에서 구하기 쉬운 산나물에 밀기울로 뜬 수제비가 전부였다. 말이 수제비이지 탄수화물보다는 나물이 더 많은 소위 ‘풀죽’이었지만 그럼에도 민초들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진한 풀냄새가 진동하는 수제비는 당시 지독한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은 종종 영양 실조를 앓거나 병들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요즘 연예인들이 아프리카 오지마을에서 쓰러져가고 있는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캠페인을 보면 정세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의 농촌실상과 흡사하다. 그래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행운이요 축복이던 시절이다. 이렇듯 지독하게 가난과 싸우면서 터득한 게, 바로 차가운 얼음장 속을 뚫고 일어서는 복수초 같은 희망이다.

성태조 진안군노인회 부회장(87)은 “정세균은 어려서부터 똑똑했는데, 동향초등학교 6학년 때 웅변대회에서 열변을 토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크게 될 아이라고 입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은 2016년 국회의장 시절, 국회의사당 헌정회 근처에 ‘생생텃밭’을 만들고 참여를 원하는 여야 국회의원 50여명에게 5~6평씩 분양을 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건강한 노동을 통해 농심(農心)을 이해하고 농업의 가치를 배우는 것은 물론 당파를 떠나 소통하며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였다”고 회고했다. 정세균이 만든 생생텃밭의 대표는 국회의장이 당연직으로 맡는 전통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생텃밭은 어린 시절 정세균의 지난했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정세균은 최근 농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봉길 의사는 <농민독본>에서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저도 농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먹고사는 일이 국가 정책의 출발이자 기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농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민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국가가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에 그치지 않고 홍수조절, 환경보전 같은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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