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에너지복지개념 도입
‘3000억 달러 사나이’ 애칭 얻어
‘성실’과 ‘절약’은 정세균의 인사평가 기준

에너지복지개념을 도입해 2006년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한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에너지복지개념을 도입해 2006년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한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현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정세균은 2007년 산업자원부 장관을 마치고 <나의 접시에는 먼지가 끼지 않는다>라는 제하의 책을 펴냈다. 임명통보를 받던 날의 소회부터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한국경제의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의 장(長)으로서 국내기업의 현장을 방문해 기업인들의 애로를 청취하고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하면서 펼친 활동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그는 산업자원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힘센 장관이 아니라, 힘있게 일하는 장관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공무원들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하다가 접시를 깬 사람은 용서하겠지만, 일을 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낀 사람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접시’에 대한 언급은 공무원들에게 한 당부이자 스스로의 다짐이었다는 회고다. 그는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반월‧시화공단으로 달려가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10분단위로 일정을 쪼개 소화해 나가면서 산업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퇴근한 뒤에도 각종 산업현장에서 보내온 팩스보고서를 꼼꼼하게 챙긴 뒤 자정을 넘겨서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고백한다. 잠자리에서도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어려움을 감내하는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아른거렸다는 회고다. 그는 1년 남짓의 짧은 산업자원부 장관 재임기간에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당시 고유가, 원화절상, 원자재 가격 급등의 3중고를 극복하고 ‘수출 3000억달러’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이뤄냈고 외국인 투자도 110억 달러를 유치하는 등 경기활력의 초석을 다졌다.

정세균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되기 10개월 전인 2005년 여름에 화재사건이 일어났다. 한 여중생의 가정에서 전기요금이 연체돼 단전이 됐다고 한다. 그러자 여중생이 촛불을 켜고 생활하던 중 화재가 일어나 사망한 사건이다. 정세균은 이때 적지 않은 심적 충격을 받았다.

“겨우 전등 하나, 전기장판 한 장에 의존해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에게 단전은 그야말로 국가의 횡포나 다름없다”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데 이런 경제적 약자들을 보듬기 위해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닌가”라며 ‘한국에너지재단’을 출범시켰다. 에너지 관련 기업이 출연한 기금을 바탕으로 에너지 빈곤층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것.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에너지복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국회의장 시절에도 정세균은 ‘접시론’을 언급했다. 일을 잘해 보려다가 실수를 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지만 접시에 즉 책상위에 먼지가 쌓이는 것은 용인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정세균은 어머니로부터 ‘성실’과 ‘절약’정신을 배우고 이를 실천해 왔다. 당시 덕유산 골짜기에서 게으르면 굶어죽기 십상이던 시절, ‘성실’과 ‘절약’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 그는 사람을 뽑을 때나 차기 지도자를 키울 때도 이런 ‘성실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정세균이 정치인으로 키운 인사 중의 한명으로 꼽힌다. 이 지사가 당직자시절, 휴일에도 출근해 일하는 모습이 정세균의 눈에 띄어 정세균이 이 지사를 성남시장 후보로 확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정세균은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빈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호통을 친다고 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에서 에너지 절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설명이다.

2006년 장관으로 취임하기 전 보좌관은 공무원들에게 “장관님이 계시지 않을 때 빈방의 불은 꼭 끄세요, 난방도 냉방도 적절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슬쩍 귀띔 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