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옥타, 전세계 74개국에 154개 지회 운영 '한인 최대 경제단체'
"세일, 세일, 세일"을 슬로건으로 모국 상품 해외시장에 소개 및 판매
올해로 제29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최, 국내 기업 '해외진출 플랫폼'
-재외동포청, 올해로 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국내외서 번갈아 개최'
동포 경제인 179명 참여 ‘재외동포 비즈니스 자문단(OK BIZ)’ 활약
글로벌 통상질서가 뿌리채 흔들리고, 경기 불확실성 또한 커지는 현 시점,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바로 700만 재외동포다.
이들은 과거 외화 송금으로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숨은 주역’에서,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기업의 파트너로 활약하는 ‘K-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본 기획 ‘한국경제 제2의 도약, 재외동포와 함께’(총 3회 연재)는 재외동포를 단순한 교민이 아닌, 한국경제 ‘글로벌 인프라이자 미래 자산’으로 조명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위기 속에서 빛나는 한민족의 연대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지도를 통해 한국경제의 다음 도약을 위한 해법을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에서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이제는 정부보다 한상(韓商)이 더 빠르다.”
전 세계 190여 개국, 약 20만 명의 한상 경제인들이 현지 경제의 중심에서 한국 제품과 기술, 문화를 알리는 ‘K-세일즈 외교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출범 이후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정부의 수출전략과 맞물리며, ‘민간형 수출플랫폼’으로 본격 진화하고 있다.
“세일, 세일, 세일”...한상이 만드는 ‘K-비즈니스 루트’
지난 10월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월드옥타(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 회장 박종범) 주최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는 전세계 58개국에서 1000여 명의 한상 등 약 5000명의 한인경제인들이 모였다. 이번 대회의 기업전시회에는 월드옥타 회원인 해외바이어 1100여명이 참가해 450개 기업과 총 2978건의 수출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규모는 약 2억7000만 달러(약 3870억 원), 수출 업무협약은 약 1150만 달러(약 164억 원) 규모로 체결됐다.
올해로 출범 44년을 맞은 세계 최대 한인경제단체인 월드옥타의 슬로건은 다름 아닌 ‘세일, 세일, 세일(Sale, Sale, Sale)’이다. 전세계 한인 경제인들이 모국의 제품을 해외시장에 ‘내다 팔겠다’는 다짐의 메시지로, 이 단체의 출범 취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한상들은 월드옥타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단순한 교류를 넘어, 현지의 실질적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월드옥타가 운영하는 글로벌마케터 사업을 예로 들면, 전세계 각지의 글로벌마케터(2025년 446명)들이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기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을 대신해 현지에서 마케팅·바이어 발굴·시장조사 등 지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일종의 ‘글로벌 지사 대행’ 서비스로, 각자의 지역에서 국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실질적인 수출 계약과 판로 개척을 이끄는 현장형 비즈니스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하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구 한상대회) 또한 기업전시회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2023년부터 해외 개최를 격년으로 시작해, 그 해 10월 미국 애너하임, 올해 4월에는 애틀랜타에서 각각 열렸다. 이 두차례 행사는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가 공동주최로 참여해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대회운영을 실질적으로 맡았다. 이처럼 한상 네트워크는 현지 시장의 특성과 규제, 소비자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아는 ‘현장형 세일즈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외교가 닿지 않는 곳, 한상이 뚫는다
한상의 강점은 ‘로컬 네트워크’다.
정부의 공식 통상라인이 제한적인 국가나 신흥시장에서도, 한상들은 오랜 현지 경험과 인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중남미 지역에서는 한상들이 한국 기업의 ‘사전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중동 등지에선 한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이 초기 소량 수출을 성사시키거나, 미주·유럽·아시아 지역의 한상 단체들이 현지 규제나 유통·수출서류·현지법인 설립 등을 자문하며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실무적으로 지원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외교적 제약이나 물류 장벽이 있는 지역일수록, 현지 한상 네트워크는 그 어떤 정부기관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한상들이야말로 ‘세계 속의 K경제 사절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에겐 “가장 든든한 현지 파트너”
한상의 가장 큰 경제적 가치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플랫폼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은 자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현지 정보와 거래선을 찾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때 한상이 연결고리가 된다.
한상들은 단순히 바이어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투자나 유통, 공동브랜드 론칭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한상 네트워크가 사실상 ‘현지 지사’이자 ‘컨설팅 허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재외동포청은 한상 네트워크를 단순한 교류 조직이 아닌 공공경제 플랫폼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상시 포털(‘한상넷’)을 통해 한상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매칭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국내외에서 번갈아 열리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지자체와 공동 개최하는 세계한인비즈니스포럼을 통해 기업전시회 및 수출상담회를 열고 있다. 스타트업 포럼을 통해선 우수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별·분야별·세대별 우수 동포 경제인 179명이 참여하는 ‘재외동포 비즈니스 자문단(OK BIZ)’을 발족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지원하고 있다.
한상은 민간외교의 핵심, 그리고 K경제의 미래
통상전문가들은 “한상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한국의 민간외교관”이라며 “이들의 경제력과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상들이 자발적으로 ‘K-경제 포럼’을 조직하며, 한류문화·산업·기술을 결합한 공동 투자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는 정부의 외교나 수출진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민간이 자생적으로 구축하는 새로운 경제외교 모델인 셈이다.
과거 ‘기술’과 ‘자본’이 경쟁력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네트워크’가 승부를 가른다. 700만 재외동포, 특히 한상들은 그 네트워크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기업의 제품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고, 투자와 기술 협력, 스타트업 진출까지 연결하는 ‘민간형 세일즈 외교’의 핵심 주체로, 한상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 계속 >
공동기획: 재외동포청
- [특별기획] 한국경제 제2의 도약, 재외동포와 함께 ①... ‘700만 재외동포’는 국경없는 경제자산
- 국내 中企 위한 월드옥타 ‘글로벌 지사 대행’ 서비스
- 재외동포 경제인 등 5천명, 인천 송도서 ‘글로벌 경제 축제’ 연다
- 월드옥타, 10월 인천서 ‘글로벌 스타트업 대회’ 연다
- 재외동포청-부산시, 지역기업 수출길 연다
- [현장] 美 애틀랜타서 ‘K-푸드의 위력’ 재확인
- [현장] 韓 중소기업들, 애틀랜타서 美 시장 ‘노크’
- [현장] 켈리 레플러 美 중소기업청장, “기아차 탄다”
- 재외동포청-aT, ‘K푸드 수출’ 확대 힘모은다
- '재외동포 비즈니스 자문단', 전북기업 해외진출 돕는다
- [특별기획] 한국경제 제2의 도약, 재외동포와 함께 ➂...700만 네트워크를 ‘한국경제 플랫폼’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