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숨은 외화 보고(寶庫)’에서 이제는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 모색, “재외동포에서 답을 찾다”...기획 시리즈 3회 연재
글로벌 통상질서가 뿌리채 흔들리고, 경기 불확실성 또한 커지는 현 시점,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바로 700만 재외동포다.
이들은 과거 외화 송금으로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숨은 주역’에서,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기업의 파트너로 활약하는 ‘K-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본 기획 ‘한국경제 제2의 도약, 재외동포와 함께’(총 3회 연재)는 재외동포를 단순한 교민이 아닌, 한국경제 ‘글로벌 인프라이자 미래 자산’으로 조명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위기 속에서 빛나는 한민족의 연대와, 그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지도를 통해 한국경제의 다음 도약을 위한 해법을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에서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나라 밖 또하나의 대한민국인 ‘700만 재외동포’가 글로벌시대에 한국경제의 성장축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산업화 초기 외화 송금으로 조국 경제를 지탱했던 재외동포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의 네트워크 허브이자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출범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이들의 경제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민족 경제공동체’의 실체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화 송금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로
1960~70년대 독일 광부·간호사, 중동 건설근로자들의 외화 송금은 당시 한국경제의 ‘숨은 외화 보고(寶庫)’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70년대 해외근로자와 교포들의 외화 송금액은 연평균 수억 달러 규모로, 당시 국가 전체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의 땀과 헌신이 산업화의 기초를 닦았다면, 1990년대 이후는 ‘글로벌 한상(韓商)’의 시대였다. 미주,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 전 세계에 자리잡은 한인 기업가들은 제조·무역·유통을 넘어 현지 시장에 한국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상은 약 20만 명.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연매출은 1조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상 네트워크는 단순한 교포경제를 넘어, 한국의 수출시장 확대와 글로벌 밸류체인 확장의 연결고리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한상 네트워크, K-비즈니스의 실질 파트너
한상 네트워크는 현지 시장 정보, 바이어 접점, 문화 · 언어 소통 역량 등을 갖춘 현지 파트너로서 기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 있어 현지 바이어 발굴, 문화 및 규제 적응 등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한상 네트워크가 있는 시장이라도 어떤 시장구조인지, 바이어 채널은 어떤지, 현지 규제나 유통환경은 어떤지 사전 조사는 필수다.)
예를 들면, 베트남 하노이 한인상공회의소는 현지 진출 한국 스타트업에 공동 사무공간과 유통채널을 제공하며 ‘K-스타트업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단순한 향수나 민족 정체성을 넘어선, 글로벌 경제 전략 네트워크로서 재외동포의 진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나 지원기관은 한상 네트워크를 활용한 플랫폼을 더 체계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상과 국내 중소기업, 지자체·기관’이 삼각 협력 구조로 사업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문이 포럼 등지서 제기된다.
실례로, 충남 논산시는 베트남 호치민시 진출을 위해 현지 한상 네트워크(아시아한상베트남남부연합회)와 지역 농특산물(딸기, 젓갈, 고구마, 배 등)과 기업의 수출·유통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에 통상사무소를 개소했다. 양측은 2023년 2월 당시 협약을 통해 3년간 농식품 약 26억원 규모의 수출 계획을 발표하고, 이후 논산의 농특산물을 베트남 유통망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700만 재외동포를 ‘국경 없는 경제자산’으로 평가한다. 한국기업이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지금, 재외동포 네트워크는 신뢰 기반의 ‘해외 플랫폼’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외동포청의 경제협력 플랫폼화
2023년 출범한 재외동포청은 초기엔 재외국민 보호와 민원서비스 중심의 역할에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경제협력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동포경제인·한상단체와의 정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중소벤처기업부·산업부 등과 협업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통합 창구로의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상 네트워크가 K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글로벌 도약은 ‘세계 속의 한민족 경제공동체’로 확장되고 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위기 때마다 재외동포 사회는 모국을 위해 기부·투자·네트워킹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700만 재외동포는 단순한 해외동포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글로벌 연결망이자 미래의 성장 파트너”라며 “이제는 이들의 경제력을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계속 >
공동기획: 재외동포청
- 새 정부 첫 ‘재외동포청장’에 김경협 전 의원
- 재외동포청-부산시, 지역기업 수출길 연다
- [현장] 美 애틀랜타서 ‘K-푸드의 위력’ 재확인
- [현장] 韓 중소기업들, 애틀랜타서 美 시장 ‘노크’
- [현장] 켈리 레플러 美 중소기업청장, “기아차 탄다”
- 재외동포청-aT, ‘K푸드 수출’ 확대 힘모은다
- [특별기획] 한국경제 제2의 도약, 재외동포와 함께 ➁...글로벌 한상과 “세일, 세일, 세일”
- '재외동포 비즈니스 자문단', 전북기업 해외진출 돕는다
- [특별기획] 한국경제 제2의 도약, 재외동포와 함께 ➂...700만 네트워크를 ‘한국경제 플랫폼’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