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을 넘어 경제기능 확대…왜 지금 재외동포청인가
중소기업 해외진출의 병목 푸는 동포 비즈니스 네트워크
전 세계 한상·지자체·스타트업 잇는 글로벌 협업 생태계 확장
법·데이터·차세대 육성…경제 플랫폼 기관으로의 남은 과제

지난 9월29일 저녁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주최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서 한인회장 및 한인단체장들이 건배를 하는 모습. [황복희 기자] 
지난 9월29일 저녁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주최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서 한인회장 및 한인단체장들이 건배를 하는 모습.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한국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심화라는 난관에 직면한 가운데, 수출 기반의 성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재외동포청이 기존의 ‘해외 교민 행정기관’이라는 틀을 넘어,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경제 플랫폼 기관으로 조명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역할 확장이 아니라, 700만 재외동포라는 국가적 자원을 실질적인 경제 인프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전환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해외 현장에서 실제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해 온 재외동포 경제 네트워크를 제도권의 지원 체계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는 중소기업에게 ‘해외시장 접근의 구조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기업이 자체 해외 조직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은 해외 진출 시 초기 비용과 정보 부족에 항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재외동포 기반 플랫폼은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컨대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2025.4. 미국 애틀랜타)는 32개국 4034명이 참여하고 391개 기업이 400개 부스를 운영하는 대규모 행사로, 1만3000건이 넘는 상담이 이뤄졌으며 거래 상담액도 6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상담은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사전에 업종·품목별 전문가(OK-Biz)를 배치해 기업당 맞춤형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재외동포가 단순한 교민 네트워크를 넘어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의 ‘현장형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지역특화 산업과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세계한인비즈니스포럼(부산·목포·전주)은 각 지역 산업에 맞춘 맞춤형 상담을 운영해 부산에서는 3700만 달러, 목포에서는 1300만 달러 이상의 상담 실적을 냈다. 이는 지방의 중소기업까지 재외동포 네트워크가 골고루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외동포청이 추진한 스타트업 해외진출 사업 또한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K-Startup Demo Day’는 AI·친환경 분야 스타트업 8개사가 참여해 60건 이상의 투자 상담이 이뤄졌으며, 시애틀 지역의 한인 IT 네트워크와 K-스타트업센터가 함께 참여해 실질적 시장 접근을 지원했다.

왜 지금 재외동포청인가?...경제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배경

재외동포청이 경제 기능을 빠른 속도로 강화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해외 경제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포 네트워크의 현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서 볼 수 있듯, 재외동포 경제인들은 현지 시장의 규제 변화, 소비 트렌드, 유통 구조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중소기업과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 공공기관 중심의 해외진출 지원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도 작용했다. KOTRA·무역관 등은 광범위한 지원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민간 네트워크가 보유한 속도·기동성·현장정보를 대체하기는 어려웠다.

국내 시장 정체 속에서 해외 판로 개척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재외동포청의 기능 전환을 가속했다. 해외 시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재외동포청의 역할 변화는 국내 산업구조와 수출환경의 현실적 요구, 그리고 700만 재외동포 네트워크라는 잠재자원의 가치를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리려는 정책적 의지가 합쳐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재외동포청이 지난 13일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한 ‘한국 스타트업 시애틀 시연회(K-Startup Demoday in Seattle)’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재외동포청이 지난 13일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한 ‘한국 스타트업 시애틀 시연회(K-Startup Demoday in Seattle)’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외동포청] 

재외동포청의 기능 전환, ‘플랫폼화’로 가속

최근 재외동포청의 정책 흐름은 행사 중심의 지원에서 플랫폼 중심의 지속적 지원 체계로 확장되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K-식품·K-뷰티·K-바이오 등 분야별로 특화된 기업 전시회, 전문가 매칭, 사전 상담, 후속 연계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발전했다. 이는 행사 종료 후에도 네트워크가 유지되고, 다시 새로운 상담과 계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더불어 재외동포청과 지자체·중소기업의 삼각협력 모델은 지역 산업을 세계 시장과 직접 연결하는 ‘해외진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지역 중소기업이 지자체를 통해 재외동포 바이어와 직접 연결되고, 이후 물류·마케팅 등에서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구조는 중앙정부 중심의 전통적인 수출지원 체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재외동포청은 시애틀 행사처럼 현지 IT 한인 네트워크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기술기업의 진출 경로를 넓히고 있다. 창업기업에게 가장 어려운 투자자 연결, 동종 업계 네트워크 접근, 현지 시장 검증 등이 동포 네트워크와 결합하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

중소기업들은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통해 무엇보다 현지 바이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이는 상담 현장에서 사업 가능성이 즉시 논의되는 만큼, ‘해외 진출의 첫 단추’를 빠르게 끼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업종별 전문가 네트워크의 사전 매칭은 기업들이 현지 시장 특성과 규제, 유통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지자체가 물류비·마케팅비 등 초기 부담을 함께 분담하면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IT·기술 분야에서는 시애틀 행사와 같이 현지 전문직 한인 네트워크가 적극 지원에 나서며, 기업들이 기술 검증·투자 연계·시장 분석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중소기업에게 해외 진출이 ‘가능한 일’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플랫폼 기관으로 가기 위한 과제

재외동포청이 완전한 경제 플랫폼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경제협력 기능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 관련 법령은 동포 보호·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경제 기능을 명확히 담아내기 어렵다. 또한 전 세계 한상·동포기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산업별·지역별·규모별로 가장 적합한 동포 파트너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재외동포 경제인들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차세대 경제인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기술기업 등 한국의 신산업과 재외동포 2·3세 경제인 네트워크가 결합할 때 글로벌 협업 생태계가 확장되는 ‘장기적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지자체-재외동포 경제인-정부가 하나로 연결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를 통해 중소기업에게는 해외 진출의 첫 관문을, 재외동포에게는 모국 경제단과 연결되는 통로를, 국가에는 새로운 경제외교의 기반을 제공하는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을 찾는 지금, 700만 재외동포라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국가경제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시도는 그 자체로 한국경제의 전략적 방향성을 상징한다.         < 끝 >

 

공동기획 :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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