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런 신경세포들은 서로 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세포 간 연결된 부분을 ‘시냅스(Synapse)’라 한다. 뇌는 사용하면 할수록 이러한 시냅스가 계속 증가하고 그 증가량에 따라 뇌의 능력도 향상되는 구조이다.

인간은 생후 6개월에서 3세까지 시냅스 생성이 최고조에 이른다. 실제로 임상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3살 지능만 되어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자연스럽게 구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AI는 이러한 인지능력에 있어 아직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기능을 AI 안에 넣기 시작했고, AI에도 인간의 뇌속에 존재하는 시냅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피라미터’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AI에 피라미터가 많을수록 인간의 뇌와 같이 그 기능이 향상되는 구조다.

그래서 기계가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그것을 분석하며, 분석된 최적의 결과를 다시 생성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거대 AI, 즉 생성형 AI의 모습이다. 생성형 AI는 데이터 분석 학습을 넘어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추론 능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는 신체 변화에 따라 파괴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세포의 기능을 잃게 된다. 그러나 뇌를 다시 활성화시키면 끊어진 신경세포와 시냅스는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바로 이러한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이 작동하는데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나이들수록 이러한 가소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소성은 인간의 뇌가 경험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 진화하거나, 변화하는 기능을 말한다.

반면에 인간의 뇌와 유사한 피라미터로 움직이는 AI의 가소성은 시간이 갈수록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인간처럼 늙어가거나 멈추지도 않는다. 결국 이젠 기계를 놓고 추구해왔던, ‘인간처럼’이란 목표지점을 넘어, 이제는 ‘인간보다 더’라는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즉,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생성형 AI’가 이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디.

챗GPT의 등장에 대해 놀라운 점은 바로 그것이다. 우선 기계가 사람과의 대화의 맥락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챗봇에는 이전 대화를 기억하는 기능이 없고, 대화가 끝나면 다시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방식이다보니, 애당초 ‘문맥’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마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오답’이라고 지적당하면, 챗GPT는 다시 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해당 내용을 학습한다. 그런 피드백을 통해 이후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SF 영화와 소설에서는 미끈하게 생긴 완전자율주행차와, 놀라운 지능과 사고력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인간과 대화하며 공존하는 로봇을 AI의 미래로 그린다. 그래서 대중은 AI라고 하면 흔히 자의식이 있는 기계, 그래서 오해도 하고, 복종을 거부하고, 결국에는 자신을 창조한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기계를 떠올린다.

이같은 환상에서 비롯된 불안감 때문에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이 AI의 궁극적인 형태라는 착각이 만연하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 갈 것도 없이, 이미 AI는 우리 주변에 스펀지처럼 스며들고 있다. 그럴수록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지피지기’의 심정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삶과 함께 하는 AI를 잘 이해하고 그 ‘주인’이 될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도덕적, 철학적, 심리적, 실용적 대전환의 벼랑끝에 서 있다. 그 대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게 바로 AI, 특히 최근 등장한 생성형AI라고 할 수 있다. AI 혁명은 그 동안 예상해온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저 두려워해서만 안 될 것이다. AI가 불러올 온갖 복잡미묘한 변화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해석하고 체계화하는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이성과 신앙, 전통과 기술이라는 인류적 각성을 통해 여전히 이 세계에 ‘인간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길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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