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알파 세대는 그야말로 본능적 ‘포노 사피엔스’다. 다른 어떤 세대보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세상과 더 연결되어 있으며 복잡한 게임따윈 알아서 척척 갖고 논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챗GPT와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놀 줄 안다.

2010년 이후 출생한 이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완벽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나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유트브가 생활화되어 있다. 이미 시장 참여자가 되어, 소비와 생산을 같이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는 벌써부터 알파세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알파세대가 만약 훗날 주류집단으로 성장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통념상 알파세대는 대략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로 MZ그룹의 다음 세대로 오르내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들이 모두 출생신고를 마치는 2025년이 되면 그 수가 22억 명에 달해, 베이비부머를 뛰어넘어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세대 집단이 된다.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직업은 알파세대가 처음 태어나던 해(2010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변화의 속도와 규모로 보아 알파 세대가 장차 진입할 직업의 세계는 오늘날과 크게 다를 것이다.

그들이 어른이 되는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 그러자면 그런 미래에도 필요한 직업적 역량에 집중해야 함을 알 수 있다. 굳이 표현하면 ‘이전 가능한 역량’ 또는 ‘진취적 기술’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전 가능한 역량은 무엇일까. 대체로 꼽히는 것들은 공감능력, 리더십, 적응력, 회복력, 직업윤리, 해결 능력, 동기부여,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호기심 등이다. 하지만 요즘 알파세대는 장차 자기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조차 알기 어렵다. 기술과 지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너무나 많은, 예측 불가능한 선택지들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모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르침은 공부하는 방법이지만, 결국 아이들이 스스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런 디지털 환경에선 지금까지 ‘정상적’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초월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어떤 활동으로 규정하거나, ‘이제 너는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야 해’라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선택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언제, 누구랑 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은 아이들이 지루해질 틈조차 없다. 각종 문명의 기기들이 많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디스플레이 화면 속의 것들을 쫓으며,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고, 하얀 백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창조의 경험을 하기 어렵다.

미국의 미디어 및 아동 보건 전문가인 마이클 리는 “지루함은 창의력과 상상력의 온상”이라고 말했다. 항상 화려한 LED스크린과 LCD액정 위에서 노니는 알파세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생각하며 한 말이다.

로봇공학과 자동화, 디지털화의 세상이기에 창의력은 아이들에게 더욱 중요하다. 특히 컴퓨터의 노예가 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반복되는 학습과 순차적인 연산은 틀에 박혀 있고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체계적 업무에 능하다. ‘생뚱맞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발상해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챗GPT니 생성형 인공지능이니 하는 것들이 인기를 끈다고 하지만, 아직은 인간의 영역이자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창조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알파세대 아이들이 회복해야 할 능력은 바로 인간의 그런 위대한 능력이다.

전자기기를 클릭하거나 터치하여 즉각 반응과 결과를 얻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특히 아이들에겐 ‘뇌’의 복잡한 작동능력을 저해하는 위험요인도 된다. 어릴 때부터 기술을 너무 빨리 또는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뇌가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을 건너뛰거나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가면서 정상적인 뇌의 발달이 방해받는다.

손가락으로 태블릿 화면을 터치하면, 즉각 무엇인가 작동하고, 그때마다 아이들의 뇌는 도파민으로 반응한다. 도파민은 행복을 전하는 화학적 메신저인데, 그런 방식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즉각적이고 찰나적인 즐거움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반면에 느리지만, 복잡미묘한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능력은 희박해지기 쉽다. 물론 알파세대 아이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쓸데없는 걱정이 되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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