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코로나19가 일으킨 삶의 변화를 돌아봄으로써 알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에 변화가 일어난게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이 격정적으로 노출됐을 뿐이다. 실제로 IT강국으로서, 지난 16년간을 되돌아보니 주목해야 할 변화이면서도 꾸준히 다뤄졌던 중요한 화두가 보인다.

그 화두이자 키워드는 ‘혼자’이다. ‘혼밥’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밥공기도 계속 작아지고 있다. 이 흥미로운 변화를 보면서 우리 삶이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혼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그 유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0년에 나온 한 월간지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여행 가고….” 이 잡지는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하면서 신촌의 어느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현상”이라고 신기해했다.

그러나 10여 년만에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 예외적인 현상으로 보였던 것이, 이젠 흔한 사회 현상의 하나가 되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식당의 기본 식단 구성은 4인상이었다. 식당은 4명이 와야 이윤이 많이 남으니, 손님으로선 혼자 왔다고 말하기가 괜히 미안했다. 지금은 혼자 밥 먹는게 일상화돼, 혼자 식사하는 사람의 시선을 보호해주는 칸막이마저 없애는 중이다. 더이상 혼자 밥 먹는 것이 쑥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혼밥’ 할 때 들여다 보는 스마트폰 역시 ‘혼자’가 되는 것에 크게 일조하는 것은 물론이다.

불과 10 여년 만에 우리 사회는 ‘1인 사회’로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 한 데이터를 보니 ‘혼밥’이라는 말이 의미 있는 현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게 2013년이다. 그러다 2018년이 되면서 혼자 공연 보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카페 가고 혼자 술 마시는 각종 ‘혼술’이 늘었고, 2020년에는 배로 늘었다. 이제 혼자 무언가 하는 게 더 이상 낮설지 않은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사회는 너나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잘 꾸려가는 사회로 분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하나씩 갖고, 직접 사람끼리 대면하기보다는 각종 SNS로 소통하고 있다. 모두가 ‘혼자’인채 또 다른 ‘혼자’인 사람들과 고립된 소통을 하는 것이 지금 디지털 시대의 사람사는 모습들이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나면 ‘혼자’서도 잘 지낼수 있도록 독립성과 유연성을 갖추고, 세상을 슬기롭게 살 수 있는 내공을 갖출 수도 있다. 그러나 좀더 분명해보이는 것은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1인 사회’로의 분화를 넘어, 가족이나 공동체의 해체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사람 구실’이라는 게 결국 누군가의 부모이자, 아들 딸이라는 ‘관계’와 ‘역할’에서 출발했는데, 그게 희미해지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재화를 조달하고 가사노동을 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등 가정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각종 역할과 책임을 서로 나누고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런데 세상이 스마트화되고 디지털 속도와 ICT에 의한 효율성이 강조되다보니, 그런 전통적 사고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가정과 가족을 유지시켜온 기능들이 하나둘 외주화되며 축소되고 있다. 좋든 싫든 가족이 내 삶의 안전판이자 나를 지지해주는 존재였다면, 가족의 기능이 외주화되면서 가족의 절대적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딜리버리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가사노동이나 행정업무 등의 아웃소싱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반려동물 관련 업종도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10여 년 전부터 ‘혼자 사는 사회’로 예전부터 변화하고 있었다면, 10~20년 후의 모습도 예상해볼 수 있겠다. 자손 없이도 건강하고 인간다운 노년을 보내려면 누구든 ‘혼자’가 되어 독립된 개체로 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 시스템이 그만큼 받쳐줘야 하는데 쉽지는 않아 보이고, 각자도생으로 가기 십상인데 이 또한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 세상에 살자면, 가족 시스템마저 외주화할 만큼 엄청난 부를 쌓든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든지 해야 한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스스로 업데이트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게 모두에게 가능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스마트 세상을 보면서 스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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