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기록되는 상황에서 정보 보호는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정보 유출 사고의 34%는 해당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내부자에 의한 것이었고, 이런 사건 중 71%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유출 사고 건수가 2010년 662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1000건을 넘어섰다. 의료, 금융, 소매 및 교육 분야 등을 막론하고, 이런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인공 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보고 있는 지금, 인류는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디지털로 측정, 기록, 분석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정보가 어디까지 활용되어도 되는지, 문제의 발생을 어떻게 예방하고, 발생한 문제에 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갈등과 논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인류가 어디까지 인류의 삶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그 상징적인 기술이다. 이는 물리적 대상과 현상을 디지털 영역에 복제하는 것이다. 실제 대상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며 최적화하는 데 사용하는 디지털 복제 행위다.

이미 디지털 트윈은 제조, 건설, 의료, 운송 등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여 생산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하고, 과부하나 병목 현상을 파악하여 공장의 성능을 최적화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여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병력을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적 영역까지 디지털 트윈이 가능할까? 생각, 기억, 성격, 인격적 특성 등 인간의 두뇌에 담긴 내용을 컴퓨터나 로봇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고스란히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발상은 신경과학, 철학 분야의 추측과 논쟁을 넘어 현실화되고 있다.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은 디지털 기기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 ‘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과장을 섞는다면, 인간처럼 ‘사유’를 할 수 있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 정도에 달하면 이는 디지털 트윈의 극단이자, 디지털 기기 문명의 끝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류는 디지털 문명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세상의 모든 것을 발가벗겨서 디지털 기기 속에 넣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최초의 컴퓨터가 만들어진 후 숱한 문제들이 발생했으나, 정보화 혁명은 늘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인간 스스로가 기술과 기계에 의해 발가벗겨진채, 그저 문명을 긍정하고 낙관하며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인류는 늘 긍정과 부정, 두 가치가 공존할 때 긍정을 보고 뛰어갈까? 그 심리적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인류는 집단적인 ‘낙관 편향’에 빠져 있는 듯 하다. 낙관주의로의 편향은 인간이 긍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고, 부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런 낙관주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집단 환경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사회적 응집력과 협력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

문화적 서사로 인류의 그러한 긍정적 여정을 논한다면, 소위 ‘영웅의 여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는 영웅이 여행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물과 도전에 직면하는 내러티브 패턴이다. 영웅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인내하고,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며, 종종 역경을 이겨낸 승리로 특징지어진다. 인간은 영웅의 여정이 등장하는 서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인류 전체의 여정도 그런 서사와 닮기를 소원한다.

즉, 새로운 기술과 기기로 인해 인류 문명이 전환하는 과정에서 많은 역경이 생기겠으나, ‘인류’라는 이름의 영웅은 결국 그런 것들을 초월하고 승리하리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인류는 영웅의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계 문명에 의한 발가벗겨짐을 감수하고라도 내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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