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사람에 따라선 “왜?”라는 질문을 불쾌하게 받아들인다. 사실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보면 공격적으로 생각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 곡선을 보면, 인간의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선호를 두고, 서로 “왜?”를 주고받으면서 이유를 말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사실은 좋아한다.

하버드 대학의 한 심리기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서로 관점을 교환할 때 본능적으로 만족을 느낀다. 심지어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저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고 서로 견해를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대화 참여자들 사이에는 호감이 생긴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가장 최근에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 보자.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대화가 끝난 후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실제 조사에 의하면 대화 덕분에 사람들은 기분전환과 상쾌한 느낌, 다른 사람과 연결되었다는 행복감 등을 맛본다. 이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돈이나 음식 등 물질적인 이익을 얻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만족을 느낀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올라오는 내용 중 사람들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담은 것이 무려 80퍼센트에 달한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자신의 개인적 사연과 정보를 한 조각씩 노출할 때마다 뇌의 보상 기제가 작동하면서 몸에 순수한 기쁨을 안겨준다. 말하자면 본능적으로 속마음을 꺼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인간이다.

이렇듯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타인에게 공개하고픈 욕망은 사람을 ‘인간’으로 만드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을 뿐 아니라, 우리 인류가 오래도록 생존해온 것에도 도움을 주었다.

페이스북이 전 세계의 30억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는 사회적 부작용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수월하게 서로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공유된 지식을 통해 지식을 교환하고 축적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일깨우거나 설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왜?”라고 묻는 일이다. “왜?”라는 질문은 사회적 접촉을 길러낼 뿐 아니라, 연쇄적인 ‘집단 착각’의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고 근절해준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제대로 설명도 못하면서 그저 “그건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렇다”는 소리나 반복하고 있다면 이는 집단과 무리를 따라 착각에 빠진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왜?”라는 질문은 무지의 장막을 걷어낸다. 우리는 흔히 즉물적이면서, 많은 경우 잘못된 전제에 기반을 두고 판단을 내리거나, 그 연쇄 작용에 무심코 동조하기 쉽다. “왜?”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그런 현상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편향된 행위와 주장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우리의 현실은 그것과는 정반대이다. 소셜미디어는 온갖 불통과 저주의 언어로 도배되고, 스스로의 판단을 내던진 채 맹목적으로 집단의 최면에 안주하려는 ‘악마의 목소리’들이 넘쳐난다. 그런 목소리들은 때로는 군중의 함성으로 변질될 수도 있고, 권력자의 위세 등등한 발화를 통해 볼륨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바람직하기로는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선택의 바탕에 깔린 이유를 서로 드러내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나와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우리 모두가 공유할 만한 선한 가치와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선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지도 숙고하고, 그의 생각과 행위와 언어에 애써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생존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왜?”라는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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