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유행인가 했더니, 요즘에는 ‘기업밸류업’이 회자되고 있다. 애초 지속가능하도록 기업 경영을 잘해보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 논란도 계기가 된 듯하나, 그것 말고도 배경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그 본딧말을 액면 그대로 지키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설까.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이니 사회니 하는 피곤한 담론보단, ‘우리 회사 ESG평가가 몇 등급이냐’며 잿밥에 더 신경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약과다. 대기업 중엔 아예 세상의 눈치따윈 아랑곳 않는 곳도 많다. 변칙적 기업 상
현대는 공인된 전문가들의 판단이 우월하다는 믿음이 지배한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선 그렇다. 과학자의 ‘자기통치(self-government)’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들만의 견고한 울타리가 대중에게 통용된다. 디지털 기술만능의 불평등 사회를 예감하는 지금, 그런 기류가 노골화되면서 ‘과학기술’과 ‘민주주의’는 서로 어울리기 힘든 검색어가 되고 있다. ‘플랫폼 제국주의’만 해도 그렇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대한 애그리게이터의 수탈적 구도, 기술장벽에 가로막힌 다수의 낙오자를 걱정하는 소리도 많다. 결국 문제는 과학기술의 배분적 가치
여당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후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추대하였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막연한 자신감보다는 동료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면서 국민의 상식과 생각을 나침반 삼아 공공선을 이루는 ‘실천’을 하겠다고 했다. 여당의 혁신을 넘어 절망적인 우리 정치에 희망의 빛을 주는 것 같아 반갑다. 정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기를 기대한다.무엇보다 정치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 같아 기쁘다. 70년 대 출생의 젊은 정치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제도와 ‘정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 간
얼마 전 야당에서 내년 총선용 캠페인으로 20~30대 청년층을 겨냥해 계획한 현수막 내용이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 내용을 보면,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라든가,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이었다. 청년을 욕심만 많은 무지한 이기적 집단으로 폄하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처음엔 외부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더니 곧 당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역풍이 만만치 않다. 이 간단한 사건에서 위험천만한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본다.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치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젠 옳고 바름
얼마 전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멋진 고층빌딩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또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몇 년 전과 비교해도 몰라보게 달라지고 활기가 넘쳤다. 새로운 더 큰 항구가 계획되고 있고, 추가로 매립이 준비되고 있다. IMF기준으로 2023년 현재, 싱가포르는 1인당 명목 GDP가 87,884 달러로 세계 5위다. 우리나라는 33,147 달러로 31위다. 싱가포르의 끝없는 발전이 부럽기만 하다. 지금 멈칫거리고 있는 우리나라도 1970년대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싱가포르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었기 때문에 더욱 그
최근 아일랜드가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일랜드가 우리나라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빛을 비춰주는 것 같아서 그렇다. 아일랜드는 400년 이상 영국의 가혹한 식민 지배를 받아 왔고, 1922년 독립한 후 199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멸시의 대상이었다. 그런 나라가 30년 만에 세계 1등 부자 국민의 나라가 되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2050년에 1인당 GDP가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런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아일랜드의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관에는 ‘자유의 종’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자유의 종’은 미국이 독립하는 날에 울리기 위하여 영국에서 주조되어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하역하는 과정에서 깨졌기 때문에 정작 1776년 7월 4일 독립일에 이 종은 울리지 못했다. 그랬지만 이 종은 미국의 독립정신인 자유의 상징물이 되었다. 이 종은 자유에 대하여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는 것 같다. 첫째, 자유는 깨지기 쉽다는 것. 둘째, 자유는 필요할 때 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셋째, 이제 자유는 유리관 속에서 역사적 기념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요즈음 회사의 CEO나 임원들을 만나면, 많은 이들이 직원들의 업무 태도에 대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얘기한다. 잘못을 지적하면, 강하게 반발하기도 하고, 심지어 담당 일을 지시하는 데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부탁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한다.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가르치려면, 많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하려고 하다가 자칫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퇴폐행위나 난폭한 행위를 보더라도 눈을 돌리거나 방관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입춘(2.4일)이 지났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난 뒤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지랑이를 기대하면서 농부가 밭을 갈기 위해 논과 밭으로 향하는 바쁜 길목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폭풍전야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는 28일 차기 중앙회장을 뽑는 축제가 있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먼 산보고 불구경하는 격이다.4년 전인 2019년의 경우 후보가 5명이 나섰다. 그만큼 역동성과 다양성이 보이고 희망이 넘쳐났다. 이들은 중앙회장이라는 ‘별의순간’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차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그렇게도 인물이 없나. 그러면 문호를 열어라. 물은 고이면 썩게 돼 있고 자정능력을 상실했으면 외부의 물길을 대 최소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게 하라.지난해 출범 60년을 맞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오는 2월28일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른다. 여느 대기업 경제단체와 비교가 안되게 각종 권한을 행사하는 이 단체장 선거에 500여개 협동조합 이사장들 중에 출사표 던지려는 사람이 없다. 현직 회장이 단독후보로 나올 태세다. 지난해부터 현 회장에 대한 추대론이 나왔으니 각본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언론도 비슷한 방향
기술이 단순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중세가 아닌 이상 어느 기업도 오늘날 그 복잡한 전략기술의 모든 요소와 모든 생산기능을 자체 소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잡한 기술을 풀어나가야 할까?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폐쇄적인 ‘기술주권’이라는 개념보다 개방적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기술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처럼 독자적으로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춰서 독자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많은 연구 개발인력과 투자 자금의 부담, 성공여부의 불확실성 등으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진정 기술을
세계적으로 성장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 등 장수기업은 여러 대에 거친 경험을 노하우, 기술축적으로 내재화해 경영철학으로 다졌다. 선대의 숙련된 손으로 수십 번의 작업을 거치는 핸드메이드 방식의 정밀 가공과 조립은 선대의 성공은 물론 실패에 대한 존경과 사랑, 추억을 담아 성공 방정식을 만들었다.장수기업의 역사는 실패에 도전한 역사며, 거친 아이디어를 자산으로 삼아 구성원이 공유하고 다듬어 성공으로 이끌었다. 신제품을 개발한 장수기업은 복잡하고 난해한 기술을 성공과 실패한 경험의 다양한 지식에서 풀어내 까다로운 소
정말로 큰일났다. 한국에서 만든 전기자동차는 앞으로 미국 땅에 발도 못붙이게 생겼다. 소위 ‘인플레 감축법’ 탓이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10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면, 누가 한국차를 살 것인가. 최악의 경우 연간 10만 여대의 차를 미국에서 팔지못할 수도 있다.배터리도 같은 처지다. 중국산 재료가 들어가거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의 원료가 아니면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다. 미국 시장뿐 아니다. 이게 나비효과의 빌미가 되어,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산 전기차가 급격히 위상이 떨어질까 두렵다. 그야말로 국가적 재
공공선택은 공공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을 말한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 국회의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을 선택한다. 각종 의회에서는 법률이나 조례를 심의 의결하여 정한다. 정부에서는 크고 작은 정책을 결정하고 법률들을 집행한다. 이러한 과정이 공공선택이다.우리는 일반적으로 국가나 공공기관들이 공익을 추구하고,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공선택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를 부정한다. 사실 공공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는 것이
살다보면 그리스신화의 하고많은 신(神)들 중에‘디오니소스’가 강림할 때가 있다. ‘술의 신’인 그는 포도주의 신이며, 풍요의 신이자, 황홀경의 신이다. 팍팍한 세상살이가 힘겨울때, 굳이 애주가가 아니어도 우리는 어느저녁 디오니소스를 만나 황홀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건 웃어 넘길 수 있을법한 여유를 한주먹 선물로 받아, 그 날 하루 유독 힘에 부쳤던 삶의 언덕배기를 타박타박 올라 집으로 돌아간다.술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도 만들지만, 적당히 다룰 줄 알면 그만한 위로가 또 없다고도 한다. 이즈음 술 이야기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세계의 일등국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패권을 사이에 둔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미국의 위세는 예전같지가 않다. 고심 끝에 우리나라까지 끌어들이며 ‘반도체 칩 4 동맹’을 꾸리는가 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 과학법’으로 폐쇄적인 자급체제를 구축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화려한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이다. 하긴 잭 웰치의 GE나, 분식회계로 망해버린 월드컴, 엔론, 아서 엔더슨 등의 신화가 빛바랜 회한으로 남은지도 오래되었다.일본은 또 어떤가. 일본식 기업문화는 더 이상
재미가 없다는 건 뇌에서는 곧 종말을 의미한다. 뇌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의미 없는 것은 가차없이 지워버린다.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생각해 보자. 아무런 충돌도 없는 일상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서로 뭔가를 하려다 맞지 않아 싸우거나 함께 고생했던 때,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순간, 뭔가 엄청나게 노력했던 때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왜 그럴까? 우리의 ‘몸’이 움직였기 때문이다.캐나다 심리학자 도널드 헤브(Donald Hebb)는 연구실의 실험용 쥐 몇 마리를 자녀들에게 구경시켜주기 위해 집으로 가져왔다. 가벼운 마음으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한다’는 고사성어다. 절대권력자인 진시황제가 죽자 내시인 조고는 황제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고 거짓 황명을 발하며 수많은 정적을 죽이고 권력을 남용했다.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거짓말에 따르는 사람은 살려주고, 그 말을 부정하면 죽였다. 뻔한 거짓말을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무슨 일에나 따르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요즈음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풍조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
오는 11월1일부터 울산에서 재외동포재단 주최 제20차 세계한상대회가 ‘위대한 한상 20년, 세계를 담다’를 주제로 3일 동안 열린다. 세계에 흩어져 있되 뭉치는 한인상공인(한상)은 세계한인무역협회(이하 월드옥타) 등 민간조직 역량이 크다.홀홀단신 해외에 나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공한 한상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한상은 해외에서 소수민족, 이방인, 외국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재외국민이다. 자수성가가 의미하듯 갖은 역경을 딛고 굳건한 사업기반을 다져 거주국 사회 구성원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한상에서 대한민국의 긍지를 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