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농특위원장
장태평 농특위원장

최근 아일랜드가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일랜드가 우리나라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빛을 비춰주는 것 같아서 그렇다. 아일랜드는 400년 이상 영국의 가혹한 식민 지배를 받아 왔고, 1922년 독립한 후 199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멸시의 대상이었다. 그런 나라가 30년 만에 세계 1등 부자 국민의 나라가 되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가 2050년에 1인당 GDP가 세계 2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런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아일랜드의 최근 발전 과정은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오랜 지배로 거의 영국의 한 지방으로 편입되어 있었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영국 국민들과 민족 및 종교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그랬기에 독립투쟁을 멈추지 않았으며, 특히 19세기에 들어와서는 무장봉기가 잦았다. 그러던 중 1차 세계 대전이 마무리 되던 1918년 영국 하원 총선이 있었다. 이 총선에서 아일랜드 지역에서는 독립파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된 의원들은 런던으로 가지 않고 더블린에서 아일랜드 독립의회를 출범시켰다. 영국정부는 독립을 선언한 아일랜드에 대하여 무력진압에 나섰고, 거의 2년간의 독립전쟁이 전개되었다. 전쟁은 똘똘 뭉친 아일랜드 국민들이 승세를 잡았고, 드디어 1921년 12월 아일랜드 독립 조약이 체결되었다.

아일랜드 독립 조약은 아일랜드가 영국연방에 계속 잔류하고 북아일랜드 6개 지역은 영국에 귀속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이 때문에 이 조건을 거부하고 완전 독립을 쟁취하자는 강경파들이 적지 않았다. 독립 하자마자 국가는 두 세력으로 양분되어 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국 두 세력 간에 내전이 전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독립전쟁을 지휘하고 조약체결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암살되었고, 1년간의 민족상잔으로 1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종전 이후에도 60여 년을 양 세력은 정당으로 탈바꿈하면서 끝없는 정쟁을 지속하였다. 두 당은 정권을 뺏고 빼앗기며 원수처럼 서로를 물어뜯고 죽이기까지 하였다. 모두 보수성향이어서 특별한 정책의 차이가 없었지만, 독립 과정에서 발생한 이 원한을 이어가며 권력투쟁을 벌였다. 실익도 없이 명분을 내세우며 국력을 낭비하였다. 우리가 반일감정을 정치에 악용하듯이 아일랜드도 반영감정을 악용하며, 대외정책과 무역정책을 왜곡시키기도 하였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무기력해졌다. 아일랜드는 늘 유럽의 최빈국이었다. ‘유럽의 지진아’, ‘하얀 깜둥이의 나라’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그런데 1987년 이 나라에 기적이 시작되었다. 제1야당 당수 앨런 듀크스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이 바르다면, 핵심사항에 대하여 반대하지 않겠다’는 전폭적인 정부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 ‘탈러전략(Tallaght Strategy)’은 아무 조건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2년 후 총선에서 야당은 4석을 더 잃을 정도로 당내외의 불만도 컸지만, 이 약속은 지속되었다. 그동안의 정치상황은 두 세력이 과반에 미달하면서 자주 연정을 꾸려왔는데, 연정의 파트너는 늘 좌파 소수정당이었다. 그래서 과감한 합리적 정책을 추진할 수가 없었다.

1987년 탈러전략 이후 찰스 호이 총리는 야당의 도움으로 즉시 법인세 대폭 인하 등 세제개편, 외국인 투자 유치, 작은 정부, 공무원 보수 삭감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야당 당수 듀크스와 노조 등이 앞장서서 정부와 사회대타협을 이루었고, 노조쟁의 건수가 급감하였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의 낮은 임금, 영어 사용 국가, 그리고 EU국가인 점과 친 기업 정책의 유리한 장점들이 알려지면서 외국 기업들이 아일랜드로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아일랜드는 켈트의 호랑이로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1990년 양 정치세력에 속하지 않은 메리 로빈슨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어 개혁 개방에 힘을 보탰다. 아일랜드는 발전된 경제력과 영국 EU탈퇴의 반사적 이익 등으로 앞으로도 밝은 미래가 예상된다. 즉 영국을 포용하며 북아일랜드와의 통일도 가능할 것 같다.

내세울만한 특별한 자원이 없는 척박하고 가난했던 나라가 단기간에 세계가 놀라는 기적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정치세력의 대타협이 첫 발화점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이 너무나 어렵다. 불필요한 정쟁으로 국력이 끝없이 낭비되고 있다. 거의 전쟁 수준이다. 마치 1987년까지의 아일랜드와 같다. 우리도 그때의 아일랜드처럼 정치적 대타협의 기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회적 대타협까지 이룩함으로써 국력을 응집해서 대한민국 재도약의 기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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