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공정과 거짓말
[장태평 칼럼] 공정과 거짓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태평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원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전 농림부 장관
장태평 전 농식품부 장관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한다’는 고사성어다. 절대권력자인 진시황제가 죽자 내시인 조고는 황제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고 거짓 황명을 발하며 수많은 정적을 죽이고 권력을 남용했다.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거짓말에 따르는 사람은 살려주고, 그 말을 부정하면 죽였다. 뻔한 거짓말을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무슨 일에나 따르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풍조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거짓말 한 것이 밝혀져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거짓에 대한 죄책감이 약하다. 언론도 크게 문제시 않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가 지록위마의 세상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라임 및 옵티머스 금융사건,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사건 등을 보면, 그 사건 자체도 중대하지만,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수많은 거짓말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더욱 중대하다는 생각이다. 사실대로 투명하게 밝히고 불법행위가 있으면 처벌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팀을 해체하고 수사관을 좌천시키고, 심지어 제도를 변경시켰다. 거짓이 진실을 덮은 권력 남용이었다. 정권이 교체되어 수사가 재개되는 사건들이 있는데, 야권에서는 정치보복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의 실체가 중요한데, 진영논리로 거짓이 정치화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이 제기 되었다. 그런데 사유는 도청 자체보다도 그 사건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 행위였다. 사건의 은폐를 지시하고 담당 특별검사를 해임해서 수사를 방해한 죄가 더 중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불륜 행위 자체보다 거짓 증언으로 사법절차를 방해한 것이 탄핵제안 사유였다. 미국은 거짓을 통해 사법방해를 하는 것을 중죄로 다룬다. 거짓증언은 성경에서도 큰 죄로 인식한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거짓말도 허위진술죄로 처벌된다. 묵비권은 인정하지만 거짓말은 용서되지 않는다. 증거 인멸, 허위자료 제출, 증인 출석 방해 등 행위도 안 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수사과정에서의 본인의 거짓말을 방어권 차원으로 인정한다. 타인을 모함하는 무기명 제소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상당히 너그럽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있다. 피해자가 스스로 믿게 만들어, 행위자의 의도에 따르게 하는 심리적 세뇌의 일종이다. 거짓 중에 최고급 거짓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정부도 국민에게 이런 거짓을 행한다는 사실이다. 교묘한 궤변, 날조, 선동으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한다. 거짓말은 공정사회의 파괴자다. 특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부의 거짓 선동은 결국에는 국가를 파멸로 이끌어 간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은 거짓 선동을 통해 독일 국민들을 광신적으로 만들었다. 공산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의든 타의든 거짓 선동을 따르게 되면, 권력을 견제할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불공정 사회로 치닫게 된다. 공산국가나 전제주의 국가는 민주주의를 주창하면서도 국민에게 진정한 자유를 빼앗고, 시장주의를 채택하면서도 진정한 소유권을 주지 않는다. 거짓 민주주의, 거짓 시장주의다. 이런 거짓 때문에 공산주의나 전제주의 국가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정부의 거짓을 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거짓은 권력을 통해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결국에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공자도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정부의 거짓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정부의 거짓을 막는 것은 공정 사회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거짓말 하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무섭게 응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