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및 회장 측근들 요직에 포진
소액주주측, “독립‧자율 경영 보장하라”
소액주주와 특정언론 향해 고소 남발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이 ‘친문 자금책’이라는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 유탄이 어디로 튈지 관심사다. 최근 시사저널에 의해 정치권의 돈줄이 적힌 이른바 ‘이정근 노트’가 공개돼 그동안 수면 하에 잠겼던 홈앤쇼핑 콜센터 및 택배 비리, 인사 비리 등 각종 게이트가 터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명목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은 홈앤쇼핑을 둘러싸고 그간 왜들 그렇게 말들이 많은지, 중소기업 전문 채널 홈앤쇼핑의 과거, 현재, 미래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홈앤쇼핑은 정권이 바뀌거나 중소기업중앙회장(이하 중앙회장)이 바뀌면 웅성거릴 수밖에 없다. 홈앤쇼핑의 이사회 의장은 중앙회장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 등을 두고 있지만 중앙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로부터 연간 150억원 가량의 지원을 받고 있는 중앙회가 대주주이다 보니 정치권의 외풍도 적지 않다. 홈앤쇼핑 경영진을 감시·통제 해야할 이사들은 현재 8명이다. 이 가운데 중앙회장이 관여할 수 있는 인사는 최대 5명. 사외이사나 감사를 선임할 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및 감사추천위원회를 두고 있으나 중앙회장의 동의 없이 선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머지 3명의 사외이사는 3대 주주(농협, 중기유통센터, IBK기업은행) 몫이다. 이렇다보니 소액주주를 비롯해 3대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인 중앙회장은 이사회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감사, 임원 등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근본적 한계로 인해 홈앤쇼핑은 독립 및 자율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상품 판매수수료율이 20% 전후로 국내 홈쇼핑 중 가장 낮다. 이렇듯 중요한 공적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홈앤쇼핑은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소비자와 중소기업인들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 또한 받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계에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금껏 거수기 노릇을 해온 사외이사들에게 건강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근래들어 법원이 사외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판결을 계속 내놓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홈앤쇼핑 소액주주 등은 사외이사들이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한 ESG경영을 통해 홈앤쇼핑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현재 홈앤쇼핑 임원 명단에는 이일용‧이원섭 각자 대표가 사내이사로, 김기문 회장이 기타 비상무 이사로 등재돼 있다. 또 주주 몫으로 안진형 농협유통 감사실장,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 정재섭 전 IBK자산운용 부사장이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대주주 몫으로 김문겸 숭실대 교수와 김주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있다. 중앙회와 홈앤쇼핑은 유독 김앤장과 관계가 깊다. 2019년 2월말 김기문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임명된 안정호 전 홈앤쇼핑 사외이사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였다. 현재 홈앤쇼핑과 협력업체간 소송도 김앤장이 맡고 있다. 특히 김앤장 소속 황희철 변호사(강남훈 전 대표 고교동창)는 홈앤쇼핑 비리 건과 관련, 법률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앤쇼핑을 움직이는 실세들은 중앙회와 제이에스티나 출신들이다. 홈앤쇼핑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이원섭 대표는 중앙회 공제사업단장 출신으로 홈쇼핑 및 방송 등 전문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홈앤쇼핑 경영 부문은 이원섭 대표가, 영업 부문은 이일용 대표가 각각 책임지고 있다.

이원섭 대표는 2020년 홈앤쇼핑으로 옮긴 뒤 상무‧전무‧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2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또한 이성한 최고고객책임자(CCO)는 김기문 회장이 창업한 제이에스티나(회장 김기문, 前 로만손) 비서실 출신으로, 올해 1월1일자로 경영지원실장에서 임원급(상무보)인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 3월13일 최고고객책임자(CCO)로 선임됐다. 이성한 CCO는 중앙회와 각종 업무에 대한 공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앤쇼핑은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32%), 농협경제지주(20%), 중소기업유통센터(15%), 기업은행(10%), 소액주주(23%)들이 1000억원을 출자해서 만든 법인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전체의 77%를 차지, 중소기업제품 판로 확대라는 공적기능이 절대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홈앤쇼핑의 이런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고려해 2016년 중앙회에 홈앤쇼핑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역할 수행을 지적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중앙회장으로 하여금 홈앤쇼핑의 운영현황을 매년 보고하고, 홈앤쇼핑의 방만경영 방지와 투명경영을 위한 상임감사 임명, 공동출자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홈앤쇼핑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중기부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홈앤쇼핑은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200억원(전체지분의 5%)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혀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홈앤쇼핑 소액주주측 '호소문'
지난해 6월 발표된 홈앤쇼핑 소액주주측 '호소문'

소액주주들의 ‘반란’

지난해 6월말 홈앤쇼핑 소액주주들은 ‘㈜홈앤쇼핑 소액주주들의 호소문’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언론의 반응은 이렇다.

▲‘영업이익 반토막’ 위기의 홈앤쇼핑...“중기중앙회 경영간섭 그만하라”(조선비즈) ▲홈앤쇼핑, 소액주주들 뿔났다(SBS) ▲홈앤쇼핑 소액주주 불만가중...‘실적악화’(머니투데이방송) 등등.

당시 홈앤쇼핑 소액주주들은 “2021년도 영업이익(195억)이 전년(404억) 대비 반 토막이 났다”며 경영진을 성토했다. 당시 소액주주들의 불만의 화살이 향한 곳은 김기문 중앙회장으로, 김 회장의 경영권 간섭이 지나치다는 주장이었다.

김옥찬 전 대표가 취임(2020년 6월)하던 해 홈앤쇼핑의 연간 영업이익은 404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 영업이익은 반토막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소액주주들은 김옥찬 전 대표의 임기가 끝나자마자 호소문을 내고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호소문을 발표한 소액주주와, 이를 보도한 특정언론을 향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매년 4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김옥찬 대표가 취임한 이듬해부터 영업이익은 230억원(2년 평균)으로 내려앉았다.

당시 조선비즈(조선일보 계열)는 “홈앤쇼핑의 소극적인 투자와 중장기 전략 부재는 대주주인 중기중앙회의 경영간섭 때문이다”며 “중기중앙회가 홈앤쇼핑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내부 인사를 내려보내 정·관계 영향력을 행사하는 창구로 활용한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이에 홈앤쇼핑은 “주주들의 결의로 선출된 대표이사가 경영을 총괄책임 지고 있으며 경영자는 상법과 이에 근거에 내부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조직되어 그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대리청정형태로 경영관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홈앤쇼핑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전체의 23%가량이다. 2대 주주보다 많다. 이들은 오로지 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상장까지 시켜 시세차익을 얻고자 하는 개미투자자들이다. 그러나 상장은커녕 10년 넘게 맘대로 처분조차 어렵게 주식이 묶이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증폭됐다. 5~6년 전만 해도 홈앤쇼핑 주식은 장외에서 주당 거래가액이 4만원에 근접했다. 그러나 현재 1만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2019년 이후 각종 비리가 잇따라 터진데다 영업실적까지 추락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는 게 홈앤쇼핑 안팎의 우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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