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앤쇼핑, 비리 직원 상대 민사소송 1심서 패소
최초 제보자 경찰 진술조서 사라져
'꼬리자르기' 수사 의혹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이 ‘친문 자금책’이라는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 유탄이 어디로 튈지 관심사다. 최근 시사저널에 의해 정치권의 돈줄이 적힌 이른바 ‘이정근 노트’가 공개돼 그동안 수면 하에 잠겼던 홈앤쇼핑 콜센터 및 택배 비리, 인사 비리 등 각종 게이트가 터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명목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은 홈앤쇼핑을 둘러싸고 그간 왜들 그렇게 말들이 많은지, 중소기업 전문 채널 홈앤쇼핑의 과거, 현재, 미래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2019년 2월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하 중앙회)이 26대 중앙회장에 당선되면서,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의 최종삼 대표는 좌불안석이었다. 취임한지 8개월 만에, 김기문 회장 체제로 조직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취임한 최 전 대표는 2019년 김기문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그 해 3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제안에 의해 경영실적 부진 등의 사유로 해임안건이 상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까스로 해임 안이 부결되긴 했으나, 기다렸다는듯이 연달아 악재가 터지기 시작했다. 우선 홈앤쇼핑 콜센터 내부 직원인 L씨의 제보사건이 터졌다.

L씨는 2019년 5~7월경 두, 세 차례에 걸쳐 ▸홈앤쇼핑 콜센터 비리 ▸사회공헌기금 유용 ▸직원 성추행 등 사내에서 벌어진 각종 비위사실을 홈앤쇼핑 소액주주협의회 및 마포경찰서와 경찰청 지능수사대, 언론 등에 제보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직장동료인 콜센터 직원 임은경 씨와 그의 여동생인 임지아 씨에게 생활비와 병원비 명목으로 수개월동안 총 2500만원 가량을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L씨가 본인 호주머니를 열어 동료 직원을 지원한 배경에는 홈앤쇼핑 소액주주협의회 관계자의 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임은경과 임지아 씨는 쌍둥이 자매로 당시 임은경 씨는 동생 임지아 씨를 자신이 근무하는 홈앤쇼핑 콜센터의 도급사(W사)에 위장취업을 시킨 상태였다.

제보자 L씨는 그 해 8월12일 마포경찰서에 출석, 홈앤쇼핑의 각종 비위사실에 관해 진술을 한다. L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진술한 내용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증인을 요구했고, 마침 L씨는 경제적 도움을 주는 등 친분이 돈독한 임은경 씨에게 부탁해 8월21일 증인 출두를 하게 했다. 출두 과정에 임 씨는 콜센터 비리 핵심인 팀장 K씨로부터 대신 보관하고 있으라며 받은 현금(1700만원) 입출금 내역서를 지참해 경찰에 제출했다.

그런데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임은경 씨는 조사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여동생을 위장취업시킨 사실이 들통나면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다. 임 씨는 홈앤쇼핑 콜센터 도급업체 중 한 곳에 가족을 위장취업 시키고 급여를 빼돌린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로 2020년 4월 검찰에 넘겨졌다. 앞서 경찰은 2019년 10월 위장취업과 관련해 홈앤쇼핑 도급사인 W사를 압수수색 한데 이어, 그 해 11월 사회공헌기금 횡령과 관련해 홈앤쇼핑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했다.

하지만 L씨는 자신이 제보한 홈앤쇼핑 콜센터 팀장 K씨와 콜센터 도급사 간 돈거래 의혹 등 콜센터 비리(몸통)와 관련해 수사진척이 확인되지 않자, 제보 당시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대해 지난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로부터 진술조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 위장취업으로 기소된 임은경 씨의 동생 임지아 씨는 홈앤쇼핑 비리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19년 말경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임은경 씨는 이듬해 홈앤쇼핑을 그만두었다.

결과적으로 '위장취업 수사'로 대체된 콜센터 비리와 별개로 당시 진행된 사회공헌기금 수사는 현재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사회공헌기금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수사관은 최근 본지에 그때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피의자는 가족이 있는 용인에서는 거의 살지 않고 오피스텔에서 주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CCTV를 통해 확인해보니, 피의자가 매일 오전 7시40분~8시40분 사이에 외출을 하고 있어 특정날짜에 맞춰 압수수색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압수수색 당일 피의자는 평소 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이른 오전 6시40분경 커다란 박스 하나를 들고 나와 오피러스 승용차에 싣고선 오피스텔을 떠나버렸어요. 정보가 이미 흘러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수사관은 “이후 인사발령 등을 거쳐 이 사건에서 손을 뗐다”고 덧붙였다.

본지가 입수한 홈앤쇼핑 내부감사 자료 일부
본지가 입수한 홈앤쇼핑 내부감사 자료 일부

홈앤쇼핑 감사실의 이상한 보고서

2019년 11월 경찰의 압수수색 이후 홈앤쇼핑 감사실은 ‘직위를 이용한 금품수수 및 정산조작’이라는 자체 감사자료를 통해 “콜센터 팀장 K씨가 직위 및 권한을 이용해 도급사인 W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특혜를 부여해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쳤으며, 부정을 은폐하고자 정산자료 삭제 지사를 하는 등 청탁금지법 및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 중에 K씨가 본인의 PC내 정산자료를 삭제하고 W사에도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상명 비대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홈앤쇼핑 경영자료를 훑어보는 중 2019년1월부터 6월말까지 6개월간 콜센터 도급사 5군데에 무려 56억원을 과다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홈앤쇼핑은 부랴부랴 5개 도급사에 과다 지급한 금액을 반환하라고 했으나 일부 회사는 이에 불복,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와함께 홈앤쇼핑은 콜센터 비리를 저지른 직원 K씨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 ▸배임수증재 ▸청탁금지법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5개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최근 손정태 전 홈앤쇼핑 법무팀장은 “K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1심에서 홈앤쇼핑이 패소해 현재 2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홈앤쇼핑 압수수색의 발단이 된 제보자 L씨는 본지에 김규태 홈앤쇼핑 감사와의 통화내역을 공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적지않다.

해당 통화내역에 따르면, L씨는 2019년 10월14일 김규태 감사에게 “마포경찰서 수사 팀장이 K씨(콜센터 팀장)의 컴퓨터를 달라고 한다”고 얘기했고, 이에 김 감사는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에게 “김&장에 맡긴 컴퓨터 가지고 왔느냐”고 묻자, 해당 직원은 “11일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점에 김 감사는 제보자 L씨에게 “중앙회 지시다”며 “김&장에 근무하고 있는 황희철 변호사를 만나러가자”고 했고, 실제로 L씨는 황 변호사를 면담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규태 감사는 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홈앤쇼핑 각종 비리가 터진 시점인 2019년 7월 부임했다. 김 감사가 2020년 3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내부 감시 장치에 대한 감사의 의견서 정정신고(보고)’라는 자료를 보면, 앞서 2020년 초 홈앤쇼핑 내부통신망에 올린 자체 감사 내용과는 전혀 딴판이다.

당시 김 감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본 감사의 의견으로는 2019년 12월 31일로 종료된 회계연도의 주식회사 홈앤쇼핑의 내부감시 장치는 효과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감사를 실시함에 있어 이사의 거부 또는 회사의 사고 등 기타 사유로 인하여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못할 곤란한 경우는 없었다”고 돼 있다.

반면 김 감사가 홈앤쇼핑 자체감사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직책자(K씨)의 임의 업무수행과 관련 시스템 부실, 조직 내‧외부의 견제 기능 부재로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이 집행되는 업무에 부정이 장기간 지속되었다”고 나와 있다. 이어 “▸백업 및 보완 프로세스 부재 ▸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 단가 적용 ▸성과급 지급 기준 불투명 ▸업무 수행 매뉴얼 부재 ▸협력사 선정 및 재계약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 결여 ▸임직원의 모럴헤저드에 의한 ‘크로스체크’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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