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찬, 홈앤쇼핑 사장에 오른 배경?
홈앤쇼핑, ‘친문 핵심 자금책’으로 지목돼
김기문, 특정인 중기대출 관여에 “NO"

홈앤쇼핑 전경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친문계 핵심으로 불리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의 인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언론에 의해 일명 ‘이정근 노트’가 공개되면서 부터다. 최근 야당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노트에는 노영민 전 실장과 김기문 회장이 거론돼 있어, 업계에선 그 파장이 어디로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사저널은 최근 김기문 회장 등 중앙회 고위 관계자들이 사업가인 P씨 측근의 요청을 받고 중소기업대출을 처리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정근 노트를 공개했다. 특히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은 이정근 노트에서 ‘친문 핵심 정치인의 자금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P씨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10억여원의 불법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대출 알선은 중기중앙회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며 “홈앤쇼핑이 친문 핵심 자금책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다.

앞서 검찰은 노영민 전 실장이 2020년 8월 이정근의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 취업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정근 관련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기문 회장, 노영민 전 실장과의 관계

김기문 회장은 문재인 정부시절인 2019년 2월 26대 중앙회장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5년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임기 첫 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4년 동안 중앙회장직을 수행했다. 게다가 지난 2월말 실시된 27대 중앙회장에 단독으로 또다시 입후보 해 올해로 13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정근 리스트’가 터진 것이다.

김 회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은 오는 6월23일 변호인 최후변론을 앞둔 상태로 7월경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괴산이 고향인 김기문 회장은 충북 청주 출신의 노영민 전 실장과 오랜기간 친분을 가져온 사이로 알려진다. 노영민 전 실장이 주중대사로 근무할 때인 2018년 10월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개최한 ‘2018년 국경일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당시 기업인 신분이던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을 초대해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당시 김 회장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중앙회장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였다. 이날 행사에는 주재국 인사, 외교단, 교민, 특파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업계를 대표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등 10여개 기업이 초청됐다. 여기에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패션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뿐만 아니라 주중 한국대사관은 대사관저에 김기문 회장의 제이에스티나 홍보부스를 만들어 핸드백, 선글라스 등 다양한 상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후 3개월 뒤인 2019년 1월8일 노 전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부임했고, 이어 한달여뒤인 2월28일 김기문 회장은 26대 중앙회장에 당선이 됐다. 그러자 노 전 실장은 김기문 회장을 비롯한 중기중앙회 신임 회장단 20여명을 청와대 인근 한정식당에 초대해 만찬을 갖는 등 세간에 비쳐지는 두 사람의 관계에 확실히 못을 박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홈앤쇼핑 사장 공모, 특정인을 위한 꼼수?

2020년초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인 홈앤쇼핑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당시 공석이던 사장후보 공모를 주요 4대주주 추천방식으로 진행했다. 공모기간은 당초 그 해 4월20일(월)부터 24일(금) 오후 6시까지 5일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출신인 H씨는 홈앤쇼핑 2대주주인 농협의 추천을 받아 마감날인 2020년 4월24일 오후3시경 직접 홈앤쇼핑을 방문해 후보등록을 했다. 당시 H씨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때까지 단독 접수였다. 그러나 이날 사추위는 공식적인 절차를 생략한 채 갑자기 공모기간을 4월27일로 3일간(주말 포함) 연장했다. 결국 H씨는 중기중앙회가 추천한 김옥찬 씨(KB금융지주 사장 출신)와 경쟁을 해, 최종적으로 김옥찬 씨가 홈앤쇼핑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각 언론은 갑작스런 공모기간 연장을 두고 특정인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최상명 홈앤쇼핑 비상경영위원장은 “4대 주주가 추천한 홈앤쇼핑 사외이사들에게 구두로 통보했으며 법적하자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옥찬 씨는 사장으로 선임되기 이틀전인 그 해 5월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언제 어떤 서류를 준비해서 지원했느냐”는 질의에 “직원이 서류를 접수해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한다. 관련 서류는 지원서 양식에 맞춰서 했다”고만 답했다.

홈쇼핑 전력이 전무한 금융계 출신의 김옥찬 씨가 홈앤쇼핑 사장에 선임된 배경을 두고 당시 각종 추측이 나돌 수밖에 없었다.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인 김기문 중앙회장과 더불어, 김옥찬 전 사장 또한 노영민 전 실장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사이여서 김옥찬 씨의 홈앤쇼핑 사장선임을 두고 세간의 의혹이 제기됐다. 김옥찬 전 사장은 노 전 실장과 동연배로 연세대 동문이며 김기문 회장 등과 함께 충북 출신으로 평소 출향인사 모임에도 종종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KB금융지주 사장, SGI서울보증 사장, KB국민은행 은행장 직무대행을 거친 정통 금융맨으로 방송이나 홈쇼핑, 유통 등의 전력이 전무하다.

그런 가운데 김옥찬 전 사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2022년 6월 홈앤쇼핑 사장에서 물러났다. 재임기간 홈앤쇼핑은 코로나사태로 인한 비대면 소비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2021년 기준)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는 등 실적이 급격히 추락해 소액주주들이 호소문을 내는 등 우여곡절을 빚었다. 현재 홈앤쇼핑은 이원섭(중기중앙회 출신)·이일용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홈앤쇼핑 지분은 중소기업중앙회(33%)가 1대 주주이며, 농협경제지주(20%),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15%), IBK기업은행(10%), 소액주주(22%)등이 나눠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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