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림 초대사장, 입사 15개월만에 사퇴
강남훈, ‘채용비리’대법원서 무죄 판결
최종삼, 콜센터 등 각종 비리혐의 연루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이 ‘친문 자금책’이라는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 유탄이 어디로 튈지 관심사다. 최근 시사저널에 의해 정치권의 돈줄이 적힌 이른바 ‘이정근 노트’가 공개돼 그동안 수면 하에 잠겼던 홈앤쇼핑 콜센터 및 택배 비리, 인사 비리 등 각종 게이트가 터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명목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은 홈앤쇼핑을 둘러싸고 그간 왜들 그렇게 말들이 많은지, 중소기업 전문 채널 홈앤쇼핑의 과거, 현재, 미래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홈앤쇼핑은 초대 이효림 대표에 이어 강남훈, 최종삼 전 대표 등 3명이 연달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뒤이어 홈쇼핑과 무관한 금융권 출신인 김옥찬 사장이 부임했지만 대표이사 공모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을 일으켰다.

이효림 전 대표는 하림그룹의 천하제일사료 및 NS홈쇼핑 대표이사를 거친 뒤 NS홈쇼핑 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1년초 초대 홈앤쇼핑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그는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홈앤쇼핑을 개국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등으로부터 인사청탁 등 적지 않은 외압을 받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경상고 출신으로 재무통인 그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스타일로 불리웠다. 특히 홈앤쇼핑을 개국한 뒤 정액제 방송을 도입해 홈앤쇼핑 개국 첫해부터 흑자전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원숭이가 와도 홈앤쇼핑은 굴러가게 돼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취임 15개월 만에 중도하차 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라고 사퇴 배경을 밝혔으나, 외부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홈앤쇼핑은 중기중앙회 출신의 강남훈 전 대표에 이어 최종삼 전 대표 마저 2019년 10월 콜센터 비리 및 사회공헌기금 유용 등으로 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가 구성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리자 이효림 초대 대표를 자문위원으로 위촉, 다시 소환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사퇴, 또다시 손을 들고 나왔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기자에게 “홈앤쇼핑에 복귀해서 보니 딱히 할 일이 없다”고 했지만 홈앤쇼핑 노동조합은 “홈앤쇼핑 개국 초기, 조직의 기틀을 잡아야할 시기에 어떠한 성과도 없이 사퇴한 인물이 ‘복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 사퇴의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홈앤쇼핑 역대 CEO 재임기간

(왼쪽부터) 이효림 초대 홈앤쇼핑 대표, 강남훈, 최종삼 전 대표.
(왼쪽부터) 이효림 초대 홈앤쇼핑 대표, 강남훈, 최종삼 전 대표.

앞서 강남훈 전 대표는 2012년 홈앤쇼핑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한 뒤 대기업이 주를 이루는 치열한 홈쇼핑 시장에서 TV채널보다 모바일을 통한 판매 전략을 도입했다. 2013년 말 진행한 일명 ‘텐텐 프로모션’이 바로 그것이다. 모바일로 물건을 구입하면 10%를 깎아주고, 구입금액의 10%를 적립해주는 제도다. 모바일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홈쇼핑업계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웃돌던 시절, 홈앤쇼핑은 무려 70%가 넘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홈앤쇼핑은 연간 1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제품 판로 확대라는 공적 목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협력업체들에게 업계 최저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사회공헌 기금을 늘리면서 순이익을 500억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사옥 건설 및 채용비리 혐의로 발목이 잡혔다. 김기문 회장의 최측근이던 강 전 대표는 2011년 10월과 2013년 12월 홈앤쇼핑 신입사원 공채에서 1기 3명, 2기 7명 등 총 10명에 대한 인사 청탁을 받고 실제로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결국 2020년 6월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그는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강 전 대표는 사측인 홈앤쇼핑에 변호사 비용 보전을 요청했으나 홈앤쇼핑 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강 전 대표 측근에 따르면, 당시 홈앤쇼핑 관계자는 “강 전 대표의 채용비리는 개인적인 문제 아니냐”며 소송비용을 보전해줄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에 강 전 대표는 홈앤쇼핑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소송비용의 일부인 3억5000만원을 받아냈다. 강 전 대표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소송비용으로 7억~8억 원의 개인사비를 쓴 것으로 알려진다. 강 전 대표의 변론을 맡은 A변호사는 기자에게 “강 전 대표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며 “때가 되면 강 전 대표와 상의를 해 모든 과정을 언론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삼, 취임초 소액주주들에게 시달려

강남훈 전 대표에 이어 2018년 6월 바통을 이어받은 최종삼 전 홈앤쇼핑 사장. 그는 LG그룹 비서실에서 재무·회계를 담당하다가 GS홈쇼핑으로 옮겨 임원을 지냈다. 최 전 대표는 이듬해인 2019년 2월 치러진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김기문 회장이 당선되자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취임 8개월 만에 2019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홈앤쇼핑 소액주주들은 “최종삼 사장의 경영능력이 의심된다”며 연판장을 돌리며 사퇴압력을 넣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 전 대표가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능력 운운 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당시 소액주주 활동의 핵심인사는 김기문 회장의 최측근인 H부회장과 정재한 소액주주운영위원장이었다. H부회장은 중앙회와 홈앤쇼핑 등에서 크고 작은 IT공사 및 유지보수공사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H부회장이 속한 협동조합이 중앙회로부터 90억원 상당의 유지보수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홈앤쇼핑의 대주주가 중앙회다보니 홈앤쇼핑 대표는 중앙회장은 물론 소위 주변 실세들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다. 우여곡절 끝에 주총에서 살아남은 최종삼 대표는 당시 기자에게 H부회장을 소개해달라고 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취임 1년을 갓 넘긴 2019년 11월 19일 그는 결국 홈앤쇼핑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홈앤쇼핑 내부 제보가 빌미가 되어 그 해 10월2일과 10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자 최 대표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났다.

당시 홈앤쇼핑의 최초 제보자는 L씨다. 2018년 8월경 홈앤쇼핑 대외협력팀장으로 입사한 그는 그 해 말 콜센터로 발령이 났다. 이후 L씨는 2019년 5월부터 7월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마포경찰서, 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에 홈앤쇼핑의 각종 비위사실을 제보한다. 이런 가운데 한 주간지에 의해 최종삼 전 대표가 홈앤쇼핑 임원급 본부장들을 채용하면서 금품을 받아 이를 브로커인 B씨에게 건넸다는 보도까지 터진다. B씨는 홈앤쇼핑 사회공헌기금 비리의 중심인물이다.

B씨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민주당 서울시당 송파갑 지구당위원장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2000년도에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치인 출신이다. 그는 전임 박성택 중앙회장과 연세대 동창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성택 회장은 “그 친구가 몸이 안 좋아 휴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후배들과 학창시절을 보내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씨가 박성택 회장과의 학연을 앞세워 최종삼 대표를 적극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시 업계의 추측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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