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앤쇼핑, ‘그들만의 리그’ 벗어나야
200억 규모 자사주 매입, 지배력 강화
T커머스 진출보다 투명경영이 우선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이 ‘친문 자금책’이라는 의혹이 연달아 터지면서 그 유탄이 어디로 튈지 관심사다. 최근 시사저널에 의해 정치권의 돈줄이 적힌 이른바 ‘이정근 노트’가 공개돼 그동안 수면 하에 잠겼던 홈앤쇼핑 콜센터 및 택배 비리, 인사 비리 등 각종 게이트가 터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명목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은 홈앤쇼핑을 둘러싸고 그간 왜들 그렇게 말들이 많은지, 중소기업 전문 채널 홈앤쇼핑의 과거, 현재, 미래를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홈앤쇼핑 마곡사옥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홈앤쇼핑 공동대표 및 이사회 의장을 하면서 크고 작은 물의를 빚어 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3년 전인 2020년 초 김기문 회장 매형이 운영하는 R사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시계를 만들어 제이에스티나에 납품하다가 2012년 홈앤쇼핑 벤더(납품중개)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R사는 당시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김기문 회장이 중앙회를 떠난 2018년에는 매출액이 18억으로 쪼그라들었다”며 김 회장의 영향력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중앙회는 “홈앤쇼핑 벤더는 1000여개가 넘으며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해서 매출수수료 할인과 같은 거래조건에 있어 일체의 특혜를 부여한 사실이 없다”며 “철저하게 효율에 따라 방송편성을 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로만손 특혜방송 의혹(MBC스트레이트) 및 홈앤쇼핑 상장 의혹(한국일보)도 터졌다. 당시 중앙회가 내놓은 해명자료에 따르면 “로만손 시계가 홈앤쇼핑을 통해 방송 판매된 2012년 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목표액 대비 평균 달성률은 73.2%였으며 2012년은 80.8%였다”며 “통상 70~80% 수준이면 준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홈앤쇼핑 벤더들은 “당시 목표 대비 달성률이 90%에 육박해도 방송에 내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2014년 3월 5일(23:50~01:00) 70분 동안 로만손 시계를 방송했다. 당시 목표취급액은 1억5000만원. 하지만 실제 방송을 한 결과 총 주문금액은 전체 목표액의 32%인 463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홈앤쇼핑 실무진은 반품 등을 고려할 때 목표 대비 20%인 3000만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래 표 참조>

이런 가운데 본지는 2012년 홈앤쇼핑 소속의 한 PD가 회사를 떠나면서 임원에게 남긴 자료를 입수했다.

“편성에 관해서는 당사(홈앤쇼핑)의 근거와 수치를 인정하지 않고 로만손의 의견을 강력히 제시함. 영상물 제작 후 방송 전 브리핑시 자기들의 요구를 수정 요망함(자막과 내용-업체에서 받은 내용인데 로만손에서 잘못된 정보를 주어 두 번 작업함). 로만손은 현재(4/24) 물량이 130개 정도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개수는 4/27일 방송이 전량 판매해도 달성률 10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함(MD의견)”

2014년 3월5일(23:50~01:00) 홈앤쇼핑의 로만손시계 방송판매 실적
2014년 3월5일(23:50~01:00) 홈앤쇼핑의 로만손시계 방송판매 실적

자사주 매입 통할까

홈앤쇼핑은 지난 3월30일 서울 강서구 마곡사옥 다목적홀에서 제12기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홈앤쇼핑은 ‘감사 선임’과 ‘자기주식 취득’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이번 총회에서 ㈜홈앤쇼핑 감사추천위원회 후보자로 장지종 전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을, 주주제안 감사 후보자로 정재한 아룡산업 대표이사를 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정재한 후보는 주총에 앞서 후보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사측과 감사 선임을 놓고 한판 대결을 기대했던 소액주주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홈앤쇼핑 감사 보수는 퇴직금 포함 2억9000만원이다.

이날 눈길을 끈 대목은 홈앤쇼핑이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200억원 이내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홈앤쇼핑 측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1만3986원(200억÷143만주)이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사내유보금(3400억원), 사옥부지 및 건물(1700억원), 특허권, 영업권 등을 감안할 때 주당 7만4000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홈앤쇼핑은 지난달 말 주주들에게 자기주식 취득에 관한 안내문을 발송했다. 지난 총회에서 제시했던 금액에서 5000원 정도 높은 1만9259원에 매입하겠다고 통보했다. 주주의 주식 양도 신청기간은 지난 5월11일~6월10일까지 였다. 회사 측에서는 이번 자기주식 취득에 대해 “주주의 유동화 기회 제공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및 기타 경영상의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절대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홈앤쇼핑의 상장을 내다보고 주식을 매입한 만큼, 회사측의 요구에 얼마만큼 수용을 할지는 미지수다”며 “사측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주당 100원이라도 비싸게 사겠다는 개인이 있다면 사측의 방침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기업계, T커머스 진출 가능한가

창사 13년째를 맞은 홈앤쇼핑은 여지껏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김기문 회장이 홈앤쇼핑에 부정 채용청탁을 한 사례도 검찰에 의해 밝혀졌다. 역대 3명의 사장들이 각종 비위 혐의 등으로 불명예 퇴진을 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회는 최근 ‘중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하겠다며 군불을 지피고 있다.

사실, T커머스 진출은 최종삼 전 홈앤쇼핑 대표 시절 진지하게 검토한 바 있다. 당시 정부로부터 채널 허가가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아예 기존 T커머스 채널 인수를 추진하다가 인수 금액에 대한 부담으로 포기한 바 있다. 이로부터 5년 만에 윤석열 정부에서 T커머스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T커머스는 텔레비전(television)과 상거래(commerce)를 결합한 단어다. TV 시청 중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전용 리모컨으로 상품정보를 확인하고 구매까지 가능하다.

지난 2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T커머스를 활용한 중소상공인 판로확대 정책 토론회’에서 김기문 회장은 “기존 T커머스 채널이 중소상공인 판로 지원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등 중소상공인에게 최적화된 T커머스 채널이 반드시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의 발언은 T커머스 채널의 운영 주체는 중소기업중앙회 또는 홈앤쇼핑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T커머스 채널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홈앤쇼핑 또한 중소기업제품 전용 판매채널이라는 공공성을 가지고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당초의 목적에서 빗나가면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공영홈쇼핑을 설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 제품 50%, 농·축·수산물 50%의 비중으로 상품을 편성하고 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최근 T커머스 업계의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신규 사업자가 들어올 경우 시장경쟁 과열로 인해 홈쇼핑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홈앤쇼핑 소액주주측 한 관계자는 “중기업계의 T커머스 진출은 환영한다”면서도 “매년 터지는 각종 비위 및 비리 사건에 휘말리고 있는 상태에서 홈앤쇼핑의 T커머스 진출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홈앤쇼핑이 투명경영 및 윤리경영 등을 통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은 뒤 고려할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홈쇼핑 채널의 경우 17개 가운데 7개는 TV홈쇼핑, 나머지 10개가 T커머스 채널이다. T커머스 사업자는 SK스토아, K쇼핑, 신세계TV쇼핑, W쇼핑, 쇼핑엔티 등이다. GS샵, 롯데홈쇼핑, NS홈쇼핑,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은 T커머스를 겸업하고 있다. T커머스는 라이브방송에 비해 60~70%가량 저렴하게 방송제작을 할 수 있다. TV홈쇼핑으론 중소기업을 위한 채널인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이 있다. 문제는 T커머스 10곳 가운데 9곳이 대기업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앤쇼핑이 T커머스 채널 확보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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