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비즈協·메인비즈協 중심... 중기부와 교감, 정관 작업 중
"5만여 혁신 中企 대변하는 기능 강화해야할 필요성"
"혁신기업, 정부의 혁신정책 파트너로 재정립돼야"
창업·벤처 정책과 별개 '혁신기업 정책' 필요...
벤처 창업후 데스밸리 극복, 중견기업으로의 '스케일업'이 핵심

5만여 혁신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혁신기업중앙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왼쪽)과 석용찬 메인비즈협회장.
5만여 혁신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혁신기업중앙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은 석용찬 메인비즈협회장(왼쪽)과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산업구도의 대변화 속에서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은 신기술에 기반한 혁신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산업구도의 틀 속에 이미 뿌리 내린 크고 작은 기업들 또한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지속가능성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다방면에 걸쳐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포춘이 지난해 10월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Change the World)’ 50개에 한국 기업은 일본과 함께 한 곳도 끼지 못했다. 여기에 챗GPT의 핵심인 AI(인공지능) 기업으로 딥마인드(23위)와 엔비디아(26위)가 포함된 것에서, 어떤 기업이 혁신기업인지 그 실체를 가늠할 수가 있다. 포춘은 2015년부터 매년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 ▲이에 따른 사업적 성과, 그리고 ▲혁신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50개 혁신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포춘 선정에서 보듯이 제조업 기반의 한·일 양국 모두 혁신기업 분야에선 아직 명함도 못내밀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혁신’을 강조, 현 정부의 방향성을 잡고 있다. 경제 부문에 있어서도 “혁신만이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K-스타트업 육성 등에 중소기업 정책의 전력을 쏟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벤처 정책과 별개로, 벤처에서 출발해 데스밸리를 넘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스케일업)'이 핵심인 혁신기업 정책은 정작 눈에 띄지 않아, 정책 사다리가 끊어진 감이 없지 않다. 혁신형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조성은 혁신기업들의 최대 숙원이다.

“스케일업 정책은 어디에”... '혁신기업'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기술 및 경영 혁신 활동을 통해 일반기업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혁신기업’으로 본다. 현재 정부로부터 ‘기술혁신’ 및 ‘경영혁신’ 인증을 받은 5만여 혁신기업들은 저성장 극복을 위한 신성장 동력 창출의 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포션을 빠르게 늘려가며 성장 사다리로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정작 정책 단계에 있어 혁신기업 정책은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혁신기업들이 최근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자체 목소리를 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상설 기구를 만들려는 작업을 구체화하며, 경제계 안팎에서 시의적절하다는 공감대를 얻고 있다.

기술혁신(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기업들의 단체인 이노비즈협회(회장 임병훈)와 경영혁신(메인비즈) 인증을 받은 메인비즈협회(회장 석용찬) 등 양대 혁신기업 단체가 중심이 돼 혁신기업 협의체 설립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건의를 해 설립 필요성에 대한 교감이 이뤄진 상황이며, 현재 정관작업이 진행중으로 이르면 9~10월경 출범 예정이다.

이노비즈협회 관계자는 “혁신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양 협회가 중심이 돼 단체 협의회 형태의 상설기구를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혁신기업중앙회’라는 명칭을 정했고, 회원사들 간에 폭넓게 의견수렴을 해서 진행해야할 절차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혁신단체들이 정식으로 설립 신청을 해오면 민법상 비영리단체 설립에 대해 정부가 인허가를 해주게 돼 있어 최종승인을 하게 된다”며 “대기업 중심의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단체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오고, 그러한 차원에서 혁신기업 단체들이 협의체를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노비즈협회와 메인비즈협회가 중심이 돼 혁신기업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이들 5만여 혁신기업들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게 혁신기업의 니즈를 대변하고 반영할만한 구심점이 부재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이노비즈 기업의 경우 6월 기준 총 2만2000여개가 넘으며 이들이 창출하는 연 매출은 29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8%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총 547억달러로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의 54.2%를 담당하고 있다. <중기부 정밀실태조사(2015~2019년) 결과>

정부가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의 91%가 이노비즈 기업인 것은 이들 기업의 기술력을 입증한다.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의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인 ‘World Class 300’ 기업의 34%(2020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발표)가 이노비즈 기업이다. 평균 업력은 18.2년이다.

메인비즈 기업 또한 지난 5월말 기준 2만2280개사로 평균 업력 16.9년, 매출 148.8억원, 종업원수 41.4명이며, 총 매출액은 연 275조원으로 GDP의 13.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하다.

‘혁신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와 역할 중복?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사실상 뿌리산업 중심의 업종별 협동조합들의 협의체로서 태생이나 성격, 구성 등에서 혁신 중소기업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경제6단체에 속해 대표성을 갖고 대내외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신기술에 기반해 스케일업 정책지원을 받아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커나가야할 혁신기업들 입장에선 독자적인 입장과 니즈를 어필하는 데 있어 아쉬움이 컸던게 사실이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계를 대표한다고 하나, 혁신기업들 입장에선 그간 중앙회가 주최하는 고위 관료 및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에 초대받아 단체사진에 얼굴을 내밀고 ‘들러리’를 서는 게 사실상 중기중앙회와의 교류의 전부였다.

이노비즈협회만 하더라도 오롯이 7900여개 회원사들의 연간 회비(30억 정도)로 운영되며 정부의 직접 지원은 한푼도 받지 않는다. 중기중앙회가 연간 170억원(지난해 기준)을 인건비 등으로 직접 지원을 받으며, 회원들의 회비는 전체 운영예산의 3% 정도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이노비즈협회로선 회원사들의 니즈를 정책에 반영하고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한층 클 수밖에 없다. 중견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견기업연합회가 법정단체로 출범(2014년)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듯이, 5만여 혁신기업들도 규모에 걸맞는 구심점을 만들어 경제6단체들과 입지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2만2000여 기술혁신 기업을 대변하는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 2021년 취임이래 혁신기업과 스케일업 정책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임 회장은 최근 “(대기업 의존에서) 이제는 혁신 중소제조기업들을 앞세워야 대한민국 경제를 지속성장시킬 수 있다”며 “이미 혁신역량이 검증된 5만여 혁신기업들을 앞세워야 혁신경제의 동력이 생기고, 그러려면 혁신기업이 정부의 혁신정책 파트너로 재정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노비즈협회장 업무를 수행하며 기회 있을때마다 정책 관계자에게 이를 피력해왔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타다’ 대법원 최종 판결을 두고도 “태생적으로 혁신기업과 전통기업은 끝없이 부딪히게 돼 있고 이 현상은 인류발전의 원동력이기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며 “혁신은 오직 최종소비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세상에 나온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혁신기업중앙회 설립과 관련, 임 회장은 “드디어 사회적 공론이 시작된 듯 하다. 현 정부의 혁신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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