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산책] 걸으며 돈버는 ‘스마트 시대’
[디지털인문학 산책] 걸으며 돈버는 ‘스마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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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걷기는 인간의 본질적인 경험이다. 움직이는 것, 걷는 것은 몸과 뇌에 매우 유익하다. 걷기가 감정, 정신 건강과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이들은 단 며칠이라도 걷지 못하면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함을 느끼고, 때로는 기분도 우울해지는데, 이에 대한 자가 처방은 밖에 나가 걷는 것이다. 특히 자연환경에서 규칙적으로 하는 걷기 활동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까지 맑게 하는 것임이 인지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가장 좋은 약”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실내에서 앉은 상태로 하루를 보내는데, 이는 신체는 물론 정신과 건강에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엔 앉아서도 즐길 수 있는 수많은 놀이문화가 양산되고 있다. ‘게임’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가 되었다. 작은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각종 즐거운 놀이는 가상세계에 꼼짝않고 들어앉아 있게 한다. 그로부터 현존재의 삶이 있는 현실세계로 걸어나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연구에선 사무실, 집, 가게와 기타 건물 안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87%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앉아 있는 것은 흡연보다 더 해롭다”는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 시대는 오히려 걷기 편한 세상이다. 편한 정도가 아니다. 이젠 걸으면 돈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피가 되고 살이 될 뿐 아니라, 돈이 된다. 다만 달라진건 ‘만보기’가 점차 사라지고, 온갖 스마트 앱들이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나란히 한다는 점이다. 걸음의 속도와 숫자, 보폭 등을 실시간 측정하는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몇 걸음 걸었느냐만 재지 않는다.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해 주거나, 걸음 수만큼 온라인 캐시를 보상으로 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걸었느냐까지 비교한다. 그저 걷기만 하는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에 의미소(素)를 매겨가며, 사람들로 하여금 걷는 이유와 재미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 중 하나인 ‘캐시워크’도 그런 종류다. 캐시, 즉 돈과 ‘워크’를 결합시킨 명칭에서부터 그 의도가 드러난다. 앱 설치 후 본인 인증만 하면 바로 한 걸음 걸을 때마다 ‘1원’씩 온라인 캐시가 쌓이고, 적립된 캐시로 화장품이나 커피 쿠폰과 바꾸고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1만보 걸으면 1만원이 생기는 식이니, 그저 걷기만 하면 돈이 지갑으로 굴러들어오는 셈이다. 이보다 더 손쉬운 돈벌이가 있을까.

또 다른 앱인 ‘빅워크’는 기부를 통해 좋은 일도 하도록 만들었다. 일정 걸음 이상이 되면 기부로 연결시키며, 100m를 걸을 때마다 1원씩 적립된다. 평소 기부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모처럼 ‘남 좋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워크온’이란 앱도 있다. 앱 가입자들끼리 누가누가 더 많이 걸었나 비교하며, 은근히 경쟁심을 부추긴다. 앞서 빅워크처럼 목표한 걸음에 도달하면 실제 기부도 이뤄지게 한다. 심지어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앱도 있다. ‘더챌린지’라는 앱은 매주 며칠 이상, 하루 1만보를 걸으면 암호화폐를 상금으로 주는 방식이다. 전용 스마트밴드도 있고,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할 수도 있다. 또한 스마트폰앱은 그저 걸음 수와 걷는 코스를 자동으로 기록만 하지 않는다. 나이와 몸무게를 기록하고 심박 수를 재며, 혈중 산소 포화도의 변화까지 추적한다. 스마트폰 덕분에 1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나의 모든 신체적 활동, 특히 잘못된 식단이나 수면 습관까지 알려주고 고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 몸은 정직하다. 수 많은 세대가 흘러갔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은 ‘직립보행’의 존재라는 점이다. 기분이 울적한가? 당장 스마트폰에 걷기 앱을 깔고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걸어보자. 어쩜 인류는 걷지 않아서 우울한지도 모르겠다. 걷는 것 또한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임을 더 늦기 전에 자각하자. 그래서 한 번뿐인 인생, 스마트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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