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관세’, 보조금 폐지 예고, 업계 ‘전기차 생산 축소’
현대차 등 전기차·내연기관 병행 ‘하이브리드’ 전략 채택
유럽 친환경 기조 퇴색, 자동차업계 내연기관 확충, 전기차 감산
중국만 예외, 중앙정부 힘입어 BYD 등 국내외 시장 공세 강화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지난 해부터 수요가 줄어든 전기차 시장이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인해 올해에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럽마저 기존 환경보전을 위한 전기차 장려정책이 후퇴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전례없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하이브리드’ 눈길
국내에서도 이런 현상은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전기차, 내연기관 등 어떠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이런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산타페, 펠리세이드 등 SUV 차량의 하이브리드 코너를 강조하며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참가한 차량 부품업계 역시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 관련 엔진과 부품 등을 대량으로 전시,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부진한 전기차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선 2분기부터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세대 하이브리드를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EV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에 대응, 조지아 신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생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전기차에도 역량을 쏟기로 했다. 향후 수요가 회복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금년 내에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의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특히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다만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면 유럽, 한국, 미국 등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 해엔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바 있다”고 밝혔다.
美 GM, 로보택시 철수 등 전기차 전략 수정
이에 따르면 그나마 소폭 성장세를 보인 미국도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급제동이 걸렸다. 급진적이고 강도 높은 관세정책으로 인해 자동차 공급망의 혼란도 극심한 상황이다.
GM의 경우 EV 시장에서 일정한 진전을 보이곤 있으나, 트럼프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민하던 끝에 일단 로보택시에서 철수하며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GM의 지난해 4분기까지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은 엔트리 모델부터 프리미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하면서 한 해 전보다 12%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예고에다, 멕시코 캐나다 관세 리스크 등이 겹쳤다. 이로 인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GM은 이에 EV와 유사한 주행 환경의 경험을 제공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로보택시 ‘크루즈’ 사업에서 철수하고, 대신 현대차와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 주요 메이저, 내연기관 라인업 재정비
유럽 역시 경영난에 시달리는 유럽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대응, EU집행위가 차량 EU CO2 배출규제를 완화(‘25.3)하면서 유럽 내 전기차 전환 동력도 약화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확실한 수익 확보를 위해 주요 기업들은 내연기관으로 회귀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저인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내연기관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포르쉐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출시를 위해 올해 8억 유로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기로 했다. 또 이런 전략 수정에 맞춰 일부 임원들을 교체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은 없다”던 이전의 결정을 번복하고 차세대 엔진 개발에 나섰다. 오는 2027년 말까지 전기차보다 더 많은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늘려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中 BYD 등 적극적 마케팅, 해외공장 증설 등
다만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대표적인 업체인 BYD는 중앙정부 지원에 힘입어 오히려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대폭 할인 혜택에다, 첨단 자율주행기능(ADAS)를 전 차량에 무료로 탑재하고 있다.이처럼 BYD는 거대한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하며, 성장하고 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로 공장을 짓고,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헝가리, 튀르키예 등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으며 둘다 내년에 완공되면 최소 50만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독일에도 역시 전기차 시장을 짓고 있다.
BYD는 유럽 판매 촉진을 위해 순수 전기차 전용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 등 경쟁사와 달리,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대부분의 차량에 무료로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등 염두, 내연·전기차 균형 필요”
이런 불확실한 여건 속에 각국이 자동차 메이저마다 각기 다른 대응 수준으로 인해 미래차 경쟁력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환경규제 후퇴나 트럼프 관세전쟁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중첩되며,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시장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기업들의 전략도 차별화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오유진 연구위원은 이에 “미래차 게임 체인저인 자율주행은 차량 설계의 간소화, 부품 제어의 용이함, 에너지 효율성 등에서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에서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내연기관에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역량 강화를 더디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으로의 전략적 후퇴가 장기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전기차와의) 균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