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 전 농협은행 이사회 의장

하준 전 농협은행 이사회 의장
하준 전 농협은행 이사회 의장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과 측근들의 국회 압박이 도를 넘어서는 것 같아서 한때 농협내에 몸담았던 필자로서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발단은 현행 4년 단임제로 되어 있는 농협회장 임기를 연임제로 바꾸는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농해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법사위에 머물면서 국회 처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롯되었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이 대다수인 국회 법사위에서는 4년 단임제로 선출된 이 회장 본인이 농협법이 개정되더라도 출마해서는 안 되며, 이것이 농협법 개정안의 독소조항이라고 보고 있어서 처리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서 일부 의원들의 입을 통해서 ‘입법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얼굴 붉히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법사위 상임위에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농협측으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는 제안을 직접 받았다”고 폭탄선언을 하여 같은 당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소병철 의원과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 측은 국회가 자신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갑자기 ‘채찍’으로 전략을 바꾸는 모습이다. 필자와 친분있는 일부 조합장들이 SNS로 받아 보여준 메시지에는 ‘농협법 개정안 처리 촉구를 위한 투쟁’이라며 11월20일 오후 국회 본관에 일선 조합장들을 동원해 시위에 나설테니 동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셀프-연임법이라고 농협 관계자들이나 언론에 비판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행보를 자제하기는커녕 親이성희 회장쪽 일부 농민단체장들과 주변 측근들이 여의도로 집결하여 국회를 공공연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한 조합장은 “우리 지역 농협 직원이 전화해서 꼭 참석하라고 말하는데 협박처럼 들렸다. 잠시 뒤 지역본부장이 다시 전화해서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더라”면서, “이런다고 통과되지 않을 농협법이 처리되겠느냐! 왜 이 회장은 농협을 이렇게 분란과 위기에 빠트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농협에 몸담았던 여러 전직 관계자들은 농협법 개정안 사태에 대해 다들 무거운 표정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농협 내부를 갈등과 분열의 구도로 몰아가면서 입법부에 이런 식으로 일부 조합장들을 동원해서 국회 시위를 해야할 만큼 농협회장 연임이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가! 올해 과수 농가는 작황이 너무 안 좋아 다들 시름에 빠져있고 농산물 개방의 파고 속에서 매년 농민들이 힘들어하고, 고금리 사태로 대출금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농가 부채 현실에 비교해서 이 회장 연임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인지 허심탄회하게 모든 230만 농협 조합원들에게 여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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