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정책과 달러화 유동성 경색, 안전자산 선호, 엔화 동조화 등 ‘원인’
'외환·금융 시장 치밀한 모니터링, 금융시장 전반의 건전성 확보나 안정화' 필요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주요국 대비 환율 변동성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국내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에는 약 2개월만에 1463.3원으로 급등했다. 특히, 최측근 저점에 비해 11월 11일 달러화 인덱스는 약 3.1% 상승(달러화 강세)했다. 그러나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6.1%나 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소(현경연)는 이에 “미 관세정책과 달러화 유동성 경색, 안전자산 선호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적시하며 “대외 외환이나 금융 시장 여건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화를 기하는 등의 총체적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경연은 이같은 원·달러 환율 변동 요인 몇 가지를 꼽으며, 대책을 주문했다.
우선 미국의 관세 정책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고강도 관세·환율 정책을 활용하면서 관련 논란이 지속되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특히 7월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본 협상에 합의하며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듯했으나,대미 투자 방식이 10월 말에야 확정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외환보유액(10월 4,288억 달러)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높은 환율과 연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으로 인해 외환건전성 우려가 확대되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관세 정책에 대한 대법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조항이 무효화될 경우, 이미 부과된 관세 환급 문제와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제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불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0월 30일 노동시장의 둔화 우려를 반영,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특히, 최근 약 40일 진행되었던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여파로 주요 지표 발표가 지연되거나, 해석이 어려워졌다.
이에 현경연은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저하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2월 금리인하가 확정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으나, 민간 부문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달러의 단기 유동성 경색 우려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달러 유동성은 추세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단기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즉, 미국의 유동성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달러화의 단기 유동성은 올해 하반기 들어 경색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단기 자금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특히 달러화에 대한 단기 조달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조달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 유동성 경색 우려는 신흥국 통화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함으로써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 동조화 현상’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원화는 올해 하반기부터 엔·달러 환율과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엔화 약세 요인들이 원화 약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의 경우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되는 모습이다. 2025년 하반기 원화–엔화의 상관계수는 0.94, 원화–위안화의 상관계수는 –0.58을 기록했다. 위안화와의 非동조화 및 엔화와의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화와 엔화 간 동조화로 인해 최근 일본의 엔화 약세 요인들이 원화 약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또한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보류 등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엔화 약세나 달러 강세 흐름은 원화의 약세를 유발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나아가선 원·달러 환율 상승의 추가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도 원인이다. 즉,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 고평가 논란과 함께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안전자산 내 선호도가 변화함에 따라 최근 달러화의 추가적인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결국 원화 약세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 가격이 장기간 강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 자산 가격 고평가 논란과 함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 주식, 비트코인 등 글로벌 자산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AI 거품론 등 위험자산 전반의 벨류에이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높고,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및 위험자산 가격 조정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위험회피 심리와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달러화 수요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달러화 강세 및 원화 약세가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화 가운데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달러화에 대한 수요 확대도 최근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코스피 지수도 연초 대비 약 76%의 상승률을 기록한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단기 차익실현에 따른 ‘환전 수요’ 확대가 원화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현경연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내 금융시장 건전성을 확보하고, 단기 외환 및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대책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대외 외환이나 금융 시장 여건 변화에 대한 치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다음으론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자산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의 건전성 확보나 안정화를 통해 대내 불확실성 요인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로 꼽은 원인은 대외 수지의 안정적 흑자다. 흑자 유지를 통해 대외거래 결과 발생할 수 있는 환율 불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잦은 단기 대규모 외환거래의 조정 등으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