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대상에 체화돼 상황 감지, 추론, 상호작용, 동작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등, “1차원적 LLM 뛰어넘어”
美가 기술과 시장 주도 “韓 ‘피지컬AI 글로벌 얼라이언스’ 출범”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생성AI가 ‘피지컬 AI’를 통해 마침내 생활인의 구체적인 AI도구로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AI 3대 강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한국도 그 실천적 방안으로 ‘피지컬 AI’의 구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챗봇이나 솔루션 단계를 뛰어넘어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시스템이란 개념이다. 쉽게 말해 디바이스나 시스템에 ‘기계적 DNA’로 스며들어(체화, 임베디드) 작동되는 것이다. 이는 또 에이전트 AI와 달리, 물리적 대상이나 사물에 임베디드되어, 감지하고, 추론하며, 상호작용하며, 이동을 할 수 있다.
기왕의 LLM은 그저 텍스트 데이터를 다룬다. 그러나 피지컬 AI는 3차원 물리 세계의 공간적 관계를 형성하며, 물리적 작용을 이해하고 실제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U-시티) 등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로봇 기술과도 다르다. 기존 로봇은 인간이 미리 작성한 순차적인 코드에 따라 제한적인 작업을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피지컬 AI는 스스로 늘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상황에 적응한다. 자신이 알아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흔히 기존 로봇은 단순히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피지컬 AI’를 적용하면, 이를 뛰어넘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피지컬 AI 시스템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이나, 물리(실제 사물이나 시설, 현실적 환경) 기반 시뮬레이션(가상 환경), 혹은 로봇에 임베디드외어 실시간 추론을 담당하는 온-디바이스 시스템으로 구현된다.
생성AI가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라면, 피지컬 AI는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상황에서 도출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충돌 조건이나, 주변 사물과 사람의 움직임, 빛의 반사 등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 세계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공장이나 창고 등을 스마트화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상 환경에서 로봇은 강화 학습을 통해 스스로 알아서 행동을 개선하고 발전시킨다. 흔히 인간세상에서 마주하는 불의의 사태나 사고, 환경 변화 등에 기민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교한 미세 동작을 할 수 있다.
국내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급 비율(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설치 1000대)이긴 하지만, 대부분 단순 반복 작업에 한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피지털AI’라고 할 AI 기반 자율 로봇 기술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편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기술 자립을 바탕으로 특정 산업군의 ‘피지컬AI’ 로봇 상용화를 지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이른바 “움직이는 AI 시대 시작”을 위한 ‘피지컬AI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인공 지능 총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으로, 물리적 인공 지능(피지컬AI) 산·학·연·관이 총결집한 조직이다.
“피지컬 AI의 세계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회 정동영(더불어민주당)·최형두(국민의힘) 의원,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등이 공동의장을 맡았다.
또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LG AI연구원 등 대표적인 피지컬AI 수요·공급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 “산·학·연·관 협업 이음터(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해당 ‘얼라이언스’는 ▲기술 ▲해결책(솔루션) ▲협치 체계(거버넌스) ▲인재 ▲국제 협력으로 구성된다. 그 하위 개념으로 5개 분야(도메인) 분과, 즉 ▲인공지능 정의 차량(ADV), AI Defined Vehicle) ▲완전자율로봇 ▲주력산업 ▲건강 기술(웰리스테크) ▲인공 지능 컴퓨팅 자원(ACR)(AI Computing Resource) 등으로 구성된다.
5개 생태계 분과는 LG AI연구원(기술분과장), 네이버클라우드(해결책<솔루션>분과장), SK쉴더스(협치체계<거버넌스>분과), 한국과학기술원(인재분과), AWS코리아(국제협력분과)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즉, 피지컬AI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민·관 협력 모형, 국제 표준화 대응 전략 및 정책 방향 등을 도출한다.
또 현대자동차(인공 지능 정의 차량<ADV>분과장), 두산로보틱스(완전자율로봇분과장), HD현대중공업(주력산업분과장), 카카오헬스케어(건강 기술<웰리스테크>분과장), 퓨리오사AI·리벨리온 대표(인공 지능 컴퓨팅 자원<ACR>공동분과장)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 특성에 맞는 피지컬AI 기술개발 현장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산업계에서도 정부의 이같은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실용적인 움직임이 포착된다. ‘피지컬 AI’ 기반의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를 공개하거나, 강화 학습과 모방 학습을 통해 숙련된 작업자의 동작을 학습하고 용접, 조립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모델을 자율주행 농기계에 탑재, 동남아에서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를 확보한 기업도 있다.
또 미국 등 해외 기업과 협력, 전술 AI 로봇을 공동 개발하는 등 국방 분야로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즉 기술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제조업, 농업, 국방 등 부가가치가 높은 특정 분야에 대한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에서 피지컬AI 분야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이나 영국 등이 큰 격차를 보이며 뒤를 쫓고 있다.
미국은 압도적인 막대한 투자와 기술 선점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의 AI 민간 투자는 1091억 달러로 중국의 93억 달러, 영국의 45억 달러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압도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등을 비롯,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애질리티 로보틱스 등의 로봇 기업과 유망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고 할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은 선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옵티머스’ 최첨단 AI와 배터리 기술을 갖춘 대표적인 ‘피지컬 AI’ 기반의 휴머노이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용 유압 로봇에 ‘피지털 AI’를 접목한 아틀라스(Atlas)의 전기 구동 버전을 공개하며 상용화하고 있다. 이 밖에 애질리티 로보틱스나 디지트는 이미 산업 현장에 투입, 물류 창고에서 짐을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피지컬 AI 분야에선 아직 미국과 비교가 안 된다. 2024년에는 중국의 유니트리, 에이지봇, 레주 로보틱스 등 6개 주요 휴머노이드 제조사가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25년까지 연간 1000대 이상 생산할 계획이다. 그래서 “중국이 202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낳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기술적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