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이자이익·수수료 등으로 전반적 이익 개선
중소기업 대출 확대, 포용적 성장·정책 목표 맞물려
충당금 환입·부실채권 감소로 장부상으론 건전성 지표 개선
비은행 계열 부실위험 잔존, 부동산PF·자영업대출 '경기변동 리스크'
"내실 다지는 중장기적 리스크관리 필요"

경기침체 신호 등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은행권이 리스크관리 등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자산건전성 관리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으로 볼 때, 나란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둔화 속에서도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 규모와 잠재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의 변동폭은 여전히 불안한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보면 4대 금융그룹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기업대출이 3분기 동안 전분기 대비 3% 이상 늘었고, 특히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중소기업 대출이 약 2% 늘었으며, 연체율은 약 0.3%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KB금융 역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우리금융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쪽 대출 비중을 유지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은행들은 ‘대출’에 있어선 공격적이지만, 이를 회수하는 ‘건전성 관리’에서는 방어적인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론 안정...하지만 속은 다르다

4대 금융지주의 부실채권 비율(NPL)은 장부상으로는 안정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상반기부터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회수해 장부상 수치를 낮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부실이 줄었다기보다 장부를 정리한 효과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부실채권을 시장에 할인된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에 손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에서 생기는 부실 위험이 여전히 잔존한다. 예컨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자영업자 대출이 많은 곳에서는 경기 변동에 따라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번 3분기 중소기업 대출 확대의 배경에는 정책적 요인이 크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권에 ‘생산적 자금공급’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정책 기조에 발맞췄다. 대출 성장을 통해 이자이익을 확대하려는 전략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일부 취약 업종(숙박, 음식, 소매업 등)의 매출 부진은 여전히 부실로 번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자영업자 대출이 상환유예 종료와 함께 다시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이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경기 흐름에 따라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월 데이터앤리서치가 발표한, 올 상반기 1금융권 포용금융 관련 정보량 비교.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단체·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4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올 상반기 1금융권의 포용금융 관련 정보량을 분석했다. [데이터앤리서치]
지난 8월 데이터앤리서치가 발표한, 올 상반기 1금융권 포용금융 관련 정보량 비교.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단체·정부/공공 등 12개 채널 24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올 상반기 1금융권의 포용금융 관련 정보량을 분석했다. [데이터앤리서치]

“단기 안정, 중장기 리스크 관리 필요”

금융권에서는 “지금은 장부상으로는 건전성이 좋아 보이지만, 근본적인 리스크 요인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채권 매각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고, 비은행 계열사의 부동산·기업대출이 연쇄 부실로 번질 경우 금융그룹 전체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출의 양보다 질을 관리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4대 금융지주는 경기둔화 속에서도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렸지만, 이는 동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 전반에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보다 높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또한 부실채권 비율이 당장은 안정된 듯 보이지만, 이는 회계상 조정이나 일시적 요인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대출 확대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통해 단기 실적보다, 위기 때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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