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일각 주장, “뉴욕증시 12시간 연장 이어, 내년 24시간”
英·獨·홍콩 등 주요 시장도 ‘연장’ 계획, “세계적 추세로 확산”
“글로벌 유동성 美 증시 집중 막기 위해 ‘24시간 연장’ 불가피”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 높이고, 제도·인프라 개선 선결 과제”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24시간 주식시장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시간을 연장할 경우 국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향상, 시장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다.
실제로 미국은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단축한데 이어, 이미 거래시간을 거의 하루 종일로 연장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완전한 24시간으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독일, 홍콩 등 주요 국가에서도 거래시간 연장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이에 맞춰 거래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4시간 거래, 전 세계 주식시장의 뉴노멀
물론 “시장의 유동성이 시간대별로 분산됨으로써 가격왜곡이 나타날 수 있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발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연구소의 이성복 연구원은 최근 자체 연구를 통해 이런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내 주식시장 역시 거래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처럼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게 급선무다. 또한 거래시간 연장에 필요한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시장 안정성을 위해 관련 인프라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2024년 5월에 주식시장의 거래대금 결제주기를 단축한 데 이어, 2026년 하반기부터 주요 주식거래소의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할 예정이다. 이미 확정될 사실이다. 이에 영국, 독일, 홍콩 등 주요국도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세부 운영 방식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24시간 거래가 전 세계 주식시장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주식거래소는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거래시간을 제한해 왔다.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논의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주요 주식거래소는 야간에 주식시장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의 주요 주식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이 각각 2024년 10월과 2025년 3월에 거의 하루 종일 주식거래가 가능하도록 거래시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 증시 거래시간 연장, ‘아시아 등 글로벌 수요’가 원인
두 거래소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주된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다. 특히 아시아 투자자들의 야간 주식거래 수요가 강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모바일 주식거래도 그 원인이다. 특히 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은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었다. 스마트폰에서 위탁매매계좌를 쉽게 개설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소액으로 주식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투자정보가 공급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주요국들은 거래시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시장 유동성이 미국으로 이탈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유동성의 미국 집중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현재는 지역별 시차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다시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시간이 모두 24시간으로 연장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주식거래소 간 글로벌 유동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시장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성복 연구원은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고 경계했다. 이에 따르면 거래시간을 연장해도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다른 주식시장으로) 유동성 이탈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별 시차에 따른 제약이 사라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유동성의 불균형은 개별 종목별로 가격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시장규모가 작고 거래빈도가 적을수록 이런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국내 증시 거래 시간 연장 위한 ‘필요·충분조건’
이 연구원은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주식시장을 보유한 미국이 24시간 주식거래를 도입하면 다른 국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유동성 경쟁이 심화될 것에 대비해 거래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자의 이탈이 늘어나고, 해외 투자자의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재까지는 외국인의 국내주식 거래대금이 내국인의 해외주식 거래대금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거래소(KRX)도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시간을 대체거래소와 동일하게 12시간으로 연장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대내외 시장 접근성을 향상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시간을 지금보다 더 길게 연장해야 한다”면서 “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론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거래시간 연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국내 상장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거래시간이 연장되더라도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글로벌 유동성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특히 해외 투자자가 편리하게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시장 안정성을 확보ㆍ유지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