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태부족, 美반도체協 “2030년까지 숙련 인력 100만 명 필요”
미국, 유럽, 한국, 중국 등 “AI, SW개발자 등 인력 절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AI붐’과 맞물려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결정적 요인은 인재난과 인력 불균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AI와 머신러닝 등의 전문가, 엔지니어 수급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협회’(SIA)와 가트너 등에 따르면 이런 인재 및 인력난은 앞으로도 지속되면서, 2030년 무렵까지 최소 10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각국은 이 분야의 인력 개발 제도와 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재 예측으론 인재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삼성, TSMC, 글로벌파운드리, 인텔, 인피니언, NXP, ST마이크로 등 주요 칩 제조업체들은 세계 곳곳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당연히 향후 몇 년 안에 엄청난 숫자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는 특히 미국 반도체 산업에서만 2030년까지 6만 7천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유럽은 10만 명 이상의 엔지니어 부족을 겪고, 한국, 중국 등의 부족 인원은 2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산업은 2030년까지 최소 10만 명의 중간 관리자와 1만 명의 상위 관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중 상당수는 반도체 분야 외부에서 채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2024년에 627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AI 산업의 발전, 5G 네트워크의 확산, 자동차 부문의 수요, 그리고 가전제품의 꾸준한 성장이 이러한 성장을 견인했다.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며, 임원의 약 19%가 향후 4년간 공급 과잉 없이 강력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주요 경제국들 역시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반도체 산업법’(ECPA)을 제정, 2030년까지 EU의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 팹을 건설하려는 칩 제조업체에 430억 유로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은 유명한 ‘CHIPS’법, ‘과학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제조나 연구개발에 무려 527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인재 부족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교육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 관련학과나, 공학 계열 대학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학생 수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2021년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전공 학생 수가 6.5%나 감소했다. 2018년 독일의 전기공학 전공 학생 수는 약 8만 2천 명이었지만, 아일랜드는 2017년 이 분야의 신입생이 742명에 불과했다. 미국에서는 2018년 전기공학 학사 학위가 1만 3,767개로 크게 줄었다.
고령화되는 노동력도 큰 문제다. 미국에서는 반도체 전문가의 3분의 1이 55세 이상이다. 독일도 향후 10년 안에 근로자의 3분의 1이 은퇴할 예정이다. 직업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존 시스템 아키텍처보다 AI 및 머신러닝 분야의 전문가를 우대하고 있다. 특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날로그나 디지털 회로 설계 전문가보다 더 인기가 높다.
그렇다보니 적합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앞서 ‘미국 반도체 협회’ 자료에 따르면 자국 내 거의 모든 IT분야에서 인재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직률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2024년 초 반도체 업계 근로자의 53%, 즉 과반수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했다. 이는 3년 전보다 한 배 반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직과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경력 개발 기회 부족과, 근무 환경의 유연성 부족이다.
글로벌 칩 제조 생태계도 이런 인재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만은 전 세계 칩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며, 중국이 15%, 한국이 12%, 미국이 12%를 차지한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 숫자로만 보면 미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46.3%로 압도적이다. 반도체 분야의 ‘숙련된 인력’은 이들 칩 생산량이 많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 등에선 특히 심각한 인재난을 겪고 있다.
그렇다보니 인재를 붙잡아두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기술 분야 전반적으로 퇴사와 이직률이 높다보니, 반도체 기업들은 경력 개발과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에 힘쓰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그다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