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련, “정부지원 의존, 자발적인 성장의지 잠식”
“중소기업 업종별 평균 매출액, 현행 기준에도 10% 수준 불과”
“중소→중견→대기업 단계별 지원 통한 성장촉진 필요”

 주로 중소기업들이 참가한 '나라장터엑스포 2024' 전시장.
 주로 중소기업들이 참가한 '나라장터엑스포 2024' 전시장.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물가 변동 등을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범위 확대에 대해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성장 의지를 잠식함으로써 성장사다리의 원활한 작동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이하 ‘중견련’)는 최근 ‘중견기업 범위기준과 직결되는 중소기업 범위기준 검토 및 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중소기업 범위 확대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중견련은 “중소에서 대기업에 이르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중견기업 진입 시 규제 완화, 지원 확대 등 부담을 완화하는 ‘성장 촉진형’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식과 실천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기부는 중소기업을 정의하는 매출 기준이 10년 만에 최대 1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졸업한 500개가 다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중기부는 이같은 개편안을 담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입법예고하고 '온라인 중소기업 확인 시스템 개편'을 거쳐 9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중견련은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기준 확대는 업종별 중소기업 평균 매출액이 현행 기준(1500억원)의 약 10%에 불과한 현실을 외면한 정책 방향”이라면서, “정부의 지원에 기대어 스스로 성장을 회피함으로써 재정의 유실과 기업의 왜소화를 야기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양산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최대 1500억 원인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 기준도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약 두 배 수준이다. 3년 평균치를 적용함으로써 여타 국가와 달리 인플레이션과 산업 변동의 영향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2배인 영국, 15배인 미국의 중소기업 매출액 상한은 각각 941억 원(5400만 파운드), 641억 원(4700만 달러)이다.

만약 국내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기준 10~30%를 상향하는 시뮬레이션 결과, 규모 기준으로 중견기업의 최대 18.7%(492개 사)가 다시 중소기업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한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292개)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견련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평균 0.5% 내외에 그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을 숙고해야 한다"”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규제가 대폭 늘고, 지원은 크게 줄어드는 고질적인 상황을 방치한 채, 중소기업에 머물 수 있는 조건만을 계속 완화하는 것은 경제·산업 발전의 바른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견련은 또 “2025년 3월 기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중소기업 보호·지원 법령은 총 651개, 지원 사업은 2018년 1422개(21.7조 원)에서 2023년 1646개(35조 원)로 대폭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중소기업 부가가치 수준은 OECD 주요 20개국 중 19위,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는 OECD 주요 31개국 중 네 번째로 크다”고 꼬집었다.

중견련은 이에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기준 개편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에 앞서 보다 폭넓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토대로 관계 부처 검토 및 외부 검증 등 엄밀한 절차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견기업 성장 촉진 전략'이나, 기획재정부의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 등과 같은 관계 부처와의 정책 일관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매출액 범위기준을 최대 1500억 원에서 1800억 원으로 상향하면서, 매출 구간을 5개에서 7개 구간으로 늘리고 44개 중 16개 업종의 매출액 범위를 확대하는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현재 중소기업 매출 기준은 지난 2015년 설정된 것으로 10년간 누적된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생산원가 급증에 따른 단순 매출액 증가만으로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또 “중소기업 기준을 벗어나면 세제 감면과 공공조달, 정부 지원사업 등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이번에 기준을 조정하는 과정에선 성장 사다리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보호·육성이 필요한 기업으로 중소기업 범위를 한정하는 지 등 두 가지 원칙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편에 따라 중소기업에 다시 진입하는 기업은 500개, 소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2만9000개로 각각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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