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 회장 신년 인터뷰
‘2025 안동대회’, 해외바이어 200명 등 총 2천여명 참석
4월 ‘세계대표자대회’, 전국 돌며 지자체와 공동 주최하고
10월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각국 돌며 해외 개최 바람직
Book Fair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초청도 구상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이하 월드옥타) 회장은 20년 넘게 오스트리아 한인회장을 비롯, 유럽한인회총연합회장, 세계한상대회장, 세계한인회장대회 의장을 거쳐 민주평통 지역부의장까지 맡은 바 있다. 내노라 하는 한인 단체장은 모두 경험했다. 지금까지 수십억 원이 넘는 거액을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희사하기도 했다. 뒤돌아보면 이 모든 영광 뒤에는 유럽 한인들의 지지와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됐다. 한마디로 자신을 키운 8할은 전 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이라는 박 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박 회장을 만나 1시간 가량 신년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4월 안동에서 개최되는 월드옥타 대표자대회에 대한 구상에서부터 지난 임기동안 진행됐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 편집자 주>

지난달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본지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
지난달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본지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박종범 회장은 2023년 다수의 월드옥타 원로들로부터 차기 월드옥타 회장 입후보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그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유는 적지 않았다. 자신의 사업장이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고, 게다가 월드옥타는 갈등과 반목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그의 나이도 이미 60대 중반을 넘기고 있었다. 난감했다. 자신이 일군 영산그룹의 뿌리이자 자신을 키워준 유럽 한인사회의 요구를 전적으로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 고민 끝에 가족은 물론 20여개 계열사를 맡고 있는 회사 임원들과 일일이 상의하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너무 건방진 거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고 매일 새벽기도를 나갔다. 해답은 “내 인생의 마지막 봉사”였다. 2023년 10월 28일 치러진 월드옥타 회장선거에서 박 회장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2025 Korea Business EXPO Andong’

박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충남 예산에서 개최된 ‘수출상담회’와 10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2024 Korea Business EXPO Vienna’ 경험을 살려 ‘Korea Business EXPO’를 대한민국은 물론, 월드옥타의 대표적인 명품 전시상품으로 만들겠다”며 “오는 4월 경북 안동에서 개최되는 ‘제 26차 세계대표자대회’ 수출상담회 명칭을 ‘2025 Korea Business EXPO Andong’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즉 매년 개최되는 연도와 행사 장소를 달리 표기하되 ‘Korea Business EXPO’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화 한다는 그의 설명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명품 전시회 하나 없다. 6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6대 경제단체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아이러니하다. 박 회장은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각 부처가 “흑묘백묘 따질게 아니라 ‘Korea Business EXPO’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2024 Korea EXPO Vienna’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이에 오는 10월 인천에서 개최되는 제29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의 전시회 명칭도 ‘2025 Korea Business EXPO Incheon’이다. 박 회장은 인천 대회를 “지난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엑스포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안동대회에 “해외 바이어 200여명을 모시고 오겠다”고 장담했다. 경상북도는 이미 안동 소재 S호텔을 해외 바이어용으로 예약을 해 둔 상태다. 이런 자신감은 그가 30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비즈니스를 하면서 닦아놓은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에서 비롯됐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난해 4월 개최된 예산 수출상담회와 비엔나엑스포에서 성과를 낸 국내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략 250여개 부스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회장은 이어 “해외바이어 200여명, 월드옥타 회원 800여명 등 총 1000여명의 글로벌비즈니스맨들과 부스를 설치한 국내 중소기업 및 유관기관 등 대략 2000여명이 행사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올해는 안동의 선비문화 특성을 감안, Book Fair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초청도 구상하고 있다. 안동은 한국의 대표적인 정신문화의 수도로 퇴계 이황선생을 기리는 도산서원을 비롯해 병산서원‧화천서원 등이 있다.

한편 박 회장은 “‘세계대표자대회’와 ‘세계한인경제인대회’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매년 4월에 개최되는 ‘세계대표자대회’는 국내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하고, 매년 10월 개최되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해외에서 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며 대혁신을 예고했다. 박 회장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 되면 미국 동부와 서부, 유럽, 시드니,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대륙별 특성을 감안한 ‘Korea Business EXPO’가 개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29일 월드옥타 주최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비엔나엑스포 전시장에서 박종범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김영록 전남도지사(다섯번째), 이철우 경북도지사(세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간에 '동서화합 공동전시 업무협약'이 체결된후 참석자들이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지난해 10월29일 월드옥타 주최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비엔나엑스포 전시장에서 박종범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김영록 전남도지사(다섯번째), 이철우 경북도지사(세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간에 '동서화합 공동전시 업무협약'이 체결된후 참석자들이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다시 보는 ‘2024 Korea EXPO Vienna’

박종범 회장은 2023년 11월1일 월드옥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간 흐트러진 조직정비가 급선무였다. 무엇보다 ‘투명경영’을 통한 ‘신뢰’ 회복이 최대의 과제였다. 우선 경영진단 T/F팀을 꾸리고 동시에 윤리경영을 제정‧선포했다. 이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명망가를 영입, 수장으로 앉혔다. 그는 “조직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품격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먼저 자신에게도 냉정한 칼날을 들이댔다. 공적인 출장비마저 사비로 충당했다. 직원들에게 ‘공사(公私)’를 구분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았다. 박 회장의 이런 결단은 그동안 집행부와 갈등을 빚어온 노동조합이 스스로 해체를 선언하고 대신 노사상생협의회를 제안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 회장 취임 4개월만이다. 여기서 탄력을 받은 박 회장은 자신의 공약이기도 한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및 ‘2024 Korea Business EXPO Vienna’에 사활을 걸었다. 내부 임직원들의 정신 무장을 위해 서울 수유리에 있던 이준 열사의 묘지를 2차례 찾아가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은 전시회 참가 부스를 400~450여개로 잡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럽의 고물가와 접근성, 그리고 까다로운 시장 등이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물며 회원들의 참여도 불투명했다. 여기에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마저 고개를 돌렸다. 이들은 “고작해야 100개~150여개 부스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며 “박 회장 혼자 미쳐 돌아다니는데 우리는 그냥 시늉이나 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두 발, 그리고 자신이 임명한 월드옥타 임원이 전부였다.

그는 전국의 지자체를 두 세 차례씩 돌면서 협력을 당부했고 중기 관련 협‧단체를 일일이 방문, 전시회 참가를 부탁했다. 박 회장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도 전화를 걸어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여야가 없고, 보수‧진보가 없지 않느냐”며 “각 대사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부터는 박 회장의 몫. 박 회장은 틈이 날 때마다 스위스를 제외하고 유럽 20여 개국 대사관과 상공회의소, 중소기업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지난해 10월28일 오전, 기대와 우려 속에서 비엔나엑스포가 개막됐다. 이날 오전까지 한산하던 전시장은 오후가 되면서 수천여 명이 몰리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여기저기서 MOU은 물론, 실제 계약 체결이 성사되면서 카메라 후레쉬 터지는 장면이 수없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틀 동안 1억7000만달러(약 2300억) 규모의 MOU가 체결되고 이 가운데 3000만달러(약 400억원)어치가 계약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무엇보다 조수미 초청공연 및 Printing Fair는 한국문화를 유럽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각 언론은 “국내 중소기업이 난공불락의 유럽시장을 뚫는 계기가 됐다”며 극찬을 쏟아 냈다. 현지 국영방송인 ORF도 비엔나 전시회를 대대적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에 진행된 본 행사 개막식에는 한‧오스트리아 현직 대통령이 축하영상을 보냈고, 오스트리아 전 대통령은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박 회장을 격려하는 등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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