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장태평 농특위원장
장태평 농특위원장

얼마 전 한 유명 가수의 음주운전 사고가 화제를 모았다. 그 가수는 사건이 발생하자 현장을 떠나 음주 측정을 불가능하게 했고, 증거를 인멸하고, 심지어 운전 사실을 조작하려 했다. 그리고 그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했던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했다. 뒤늦게 조사를 받을 때는 몰래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고, 나올 때도 시간을 조율하며 언론을 피하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감을 느꼈다. 그의 음주 사실보다 우리 사법 관행의 허물어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명 정치인들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후안무치와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행태가 그동안 혐오스러웠었는데, 그대로 사회에 일반화된 모습을 보게 되어 놀랍고 절망스럽다. 이제 우리나라는 사법 체계가 무너졌다.

그는 도피하면서 누군가의 조언으로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더 마셨다고 한다. 음주 측정을 할 경우, 사건 후에 술을 마신 것으로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 한다. 정치인들의 행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경찰이나 검찰의 소환에도 상당기간 응하지 않는다. 혐의 사실을 우선 부인한다. 사실이 밝혀지면, 거짓말과 조작으로 사건을 은폐 축소한다. 수사방해를 일상으로 한다. 심지어는 수사기관을 음해하고, 수사관을 고발한다. 정치인들이 수시로 수사기관을 방문하여 수사기관을 겁박한다. 재판 과정에서도 수많은 이유와 방법으로 재판을 방해한다. 그리고 대부분 사면된다. 죄에 대한 감각마저 없다. 이제는 무엇이 죄인지, 무엇이 법인지, 무엇이 선악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의원들의 검찰 등 사법기관 불신 선동 행태는 도를 넘고 있다.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맞다. 그러는 바람에 사법절차가 권력자에게는 형해화 되었다. 이것이 우리 사회 저변에 파급되고 있어 걱정이다. 법치 최후의 보루인 사법기관이 신뢰를 잃으면, 국민이 기댈 데가 없다. 어떤 죄인이 사법절차에 승복하겠는가. 국민이 법을 준수하겠는가. 과거에는 혐의가 분명하면, 고개를 숙였다. 공직자들은 공직에서 물러났다. 기소만 되어도 공직을 담당할 수 없었다. 공직은 청렴이 요구된다. 공직자들은 도덕적 책임이나 품위에서도 어긋나면 안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사 받는 혐의자들이나 죄인들이 국회의원으로 큰 소리 떵떵 치며 사법기관의 예산과 행정감독에 참여하는 것을 본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법이란 무엇인가. 법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기둥이다. 사회를 지킨다는 것은 우리 자신의 자유를 지킨다는 뜻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공동체다. 국가는 법으로 유지된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질서를 어기고 왜곡시킨다면, 국가가 바로 설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사형을 받고 기다리고 있을 때, 친구 크리톤이 찾아와 말했다. “아테네의 그릇된 판결이 자네를 죽게 만들었으니 이를 따르지 않고 탈출하는 일이 정의롭지 않겠는가?” 이에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법률과 나라 전체를 파멸시킬 작정이오? 어떤 나라에서 법정 판결들이 무력하게 되고 개인들에 의해 효력을 상실하고 파기된다면, 이 나라가 전복되지 않고 계속 존립할 수 있겠소?” 그리고 그는 그 판결에 순응했다.

공권력을 존중하는 것은 국가질서의 기본이다. 이는 결국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경찰이 처칠 수상의 교통위반을 적발하고, 보초병이 사령관을 검문하는 것이 공권력이다. 이것이 수상이나 사령관이라는 이유로 무시된다면, 질서는 무너진다. 국회의원이라면, 국가의 지도자라면, 정해진 법률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먼저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또는 사법기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공직자의 탄핵을 가볍게 논하는 것은 공권력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장 대표적인 공권력의 소유자들이다.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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