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포스코홀딩스 이사 등 16명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
... 최정우 회장, 후추위 위원 7명 전원 포함
지난해 8월 5박7일 일정 '초호화판' 캐나다 이사회 진행
포스코와 포스칸이 6억8천만원 비용 분담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
서울 강남의 포스코센터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포스코그룹에 사달이 났다.

12일 경찰이 최정우 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홀딩스 이사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에 나서면서 차기 회장 선임과정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생겼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등 이사회 멤버 12명과 포스코홀딩스 임원 4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배임이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 사외이사 7명은 현재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중인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 위원 7명 전원이다.

후추위는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김준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 권태균 전 조달청장,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손성규 연세대 교수,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등 7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경찰은 이들 중 현직 교수 4명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관련 비용을 불법 집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캐나다 이사회 일정에는 식비와 현지 전세기 이용, 골프비 등으로 총 6억8000만원 가량이 소요됐는데, 사규에 따라 포스코홀딩스가 비용을 집행해야 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칸(포스코 캐나다 법인)이 나눠서 부담해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가 3억5000만원, 포스칸이 3억1000만원, 포스코가 20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방문 일정 중 이사회는 하루 열렸고, 대부분 현지 시찰 및 관광 등으로 일정이 짜였다.

경찰은 당시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은 캐나다 일정 중 최고급 호텔에 묵고 초호화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숙박비가 1인당 평균 100만원을 넘는 5성급 호텔에서 묵고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와인을 마시며 식비로만 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인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검에 최 회장 등을 고발했고, 사건은 같은 달 수서경찰서로 이첩됐다. 범대위는 회장 선임 절차를 앞두고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에 들어가는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로비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말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후추위를 겨냥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 ‘초호화 이사회’ 논란이 불거지면서 후추위 구성에 변수로 작용해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구도에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후추위는 지난 10일 내부인사 7명, 외부인사 15명 등 총 22명의 1차 후보군을 선정한 상태다. 오는 17일 ‘내외부 롱리스트’를 확정하고, 이달말 후보군을 5명 내외로 압축한 ‘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최종 후보 1명을 뽑아 오는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다는 일정이 나와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이날 회사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경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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