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 국회서 열려
자금에 목마른 혁신기업의 현실과 모험자본의 필요성 부각
창업후 10년되면 정책기관이 자금 회수, 높은 은행문턱 넘어야
"혁신기업은 혁신비즈니스모델에서 나오며, 자본의 힘이 반드시 필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황복희 기자]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11년 전 기술보증기금의 창업벤처 지원을 통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300억원입니다. 이 단계에 오기까지 중기부 등 기관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기술 하나 믿고 해준 것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탑의 위치에 와 있는데, 다음 단계로 못가고 있습니다.”

보도블록과 건축용블록 등을 생산하는 ㈜데코페이브 박문석 대표는 1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특수블록 분야 국내 탑을 자신하는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다음 성장단계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김종민, 김한정, 박재호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이노비즈협회와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했다.

기업현장의 니즈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박 대표는 “30년 가까이 건축·토목 기술만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 CEO”라고 소개하며 “현 단계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만들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데, 다음단계로 못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자본조달의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스타트업과 벤처를 거쳐 10년 정도되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지원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은행만을 상대로 해야 점이 가장 큰 애로라고 덧붙였다. 기술력만 갖고는 더 이상 자금지원을 받기가 어렵게 됐단 의미다.

“우리나라 산업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10~30년 업력의 혁신기업들이 세계로 나아가고 싶고,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싶으나 완벽한 담보가치를 요구하는 은행권을 통해서만 자금을 해결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데코페이브는 단순한 건설자재를 넘어 ‘공기정화 특수블록’ 등 친환경 소재 개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혁신기업으로, 세계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혁신기업의 CEO들은 꿈을 창출하는 사람”이라며 “그 꿈을 현실화시키려면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금에 목마른 혁신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이노비즈협회 임병훈 회장은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대기업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 작금의 위기가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혁신기업을 활용한 대기업의 빈자리 메우기가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그간 국가가 기술혁신에 많은 지원을 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혁신비즈니스모델에 지원을 해야한다”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기업은 혁신비즈니스모델에서 나오며, 기술과 경영의 융합으로 탄생시킨 혁신비즈니스모델은 자본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중소제조기업들이 구독경제시스템을 못해서 플랫폼기업에 먹히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며“금융이 제조업과 최종 소비자 사이에 구독경제 개념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 혁신금융을 실현하는 것과 더불어 중소제조기업이 사는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관한 금융투자협회 서유석 회장은 투자업계 관점에서 견해를 밝혔다. 

서 회장은 “현재 우리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한 세계적인 경쟁력의 엔터테인먼트·기술 기업들은 2000년대초 코스닥시장을 통해 발굴됐고, IPO(기업공개) 제도를 통해 투자받은 자금을 기반으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왔다”며 이는 자본시장을 통한 혁신·성장기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성장기업을 잘 육성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자본시장에선 IPO 이전 단계에서 초기 자본투자를 필요로 하는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그 혜택을 공유하는 제도를 갖추고, 혁신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창출 수단으로 활용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노비즈협회,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열린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성장기업 지원을 위한 모험자본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으로 글로벌 및 국내 VC 투자환경을 전하며 스케일업 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 우크라이나전쟁, 원자재가격 인상 등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Fed 기준금리 인상으로 VC를 포함해 글로벌 대체투자 전반이 위축돼 있다”며 “올해 상반기 국내 VC 조합 결성 및 신규투자 또한 전년 대비 대폭 위축된 가운데 특히 창업 3년 이상 지난 기업들이 투자를 못받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기술혁신기업은 높은 R&D 집약도, 사업화 불확실성, 장기의 사업화기간, 지속적 투자가 요구되므로 스케일업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높다”며 “특히 최근 4차산업혁명의 확산과 기저기술의 부상은 장기의 스케일업 자금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혁신기업의 스케일업 자금공급을 위해선 장기의 대규모 펀드가 필요하며 성장단계별 투자를 책임질 연속성 있는 투자자 군의 존재가 선결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기술혁신기업의 스케일업 정책방향으로 동일 투자기구 내에서 후속 투자집행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재원과 구조를 설정할 필요가 있고, 기술혁신기업 스케일업을 위한 투자기구로 ‘스케일업 모펀드’와 ‘상장 스케일업 투자기구’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동우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정부의 모험자본 조성 및 스케일업 정책방향을 소개했다. 남 과장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혁신펀드와 성장펀드 두 개로 나눠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했는데, 그 중에 성장펀드가 스케일업을 지원하기 위한 모펀드로서 매년 1조5000억원씩 5년간 7조5000억원을 조성하기로 돼 있다”며 혁신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대규모 펀드가 필요하다는데 충분히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남 과장은 혁신성장편드의 성장 부분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또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운영하는 성장사다리펀드가 향후 시즌2에서 집중하려고 하는게 스케일업을 필두로 기후금융, 빅테크 등이라며 장기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야 하기에 산업은행과 협의를 해서 구조를 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장기투자를 위한 공동투자펀드가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혁신성장펀드를 만들면서 매칭펀드를 함께 했는데, 3000억원을 재원으로 민간자금을 유치해 3조원의 펀드를 매년 결성해 향후 5년동안 15조원의 펀드를 만드는데 그 중에 7조5000억원이 성장펀드이고, 매년 조성하는 3조원 중에 7000억원씩 해서 5년간 3조5000원이 매칭펀드 형태로 민간이 참여한 가운데 조성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과장은 “민간은행들이 대출에서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지난 4월 벤처대책을 발표하며 은행과 협의해 은행 자기자본의 1%를 벤처출자를 할 수 있게 전환을 했다”며 “은행들이 자회사를 통해 벤처출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하기 위해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곧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벤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주기 위해 대표적으로 금융위에서 하고 있는게 기술금융으로, 이번에 기술금융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은행들이 기술력을 평가해 제대로 된 기업에 투자를 했을 때 대대적인 가점을 줌으로써 은행이 자기자본 범위에서 최대한 벤처투자를 할 수 있게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유신 서강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외에도 최명재 카이스트 교수,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 박민지 사무관, 중소기업연구원 나수미 연구위원, NH투자증권 최정림 상무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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