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조합에 대한 중앙회 감사결과
직원 성과급 상납 등 ‘사실확인 불가’
조합건물 담보 개인대출, 예산 사적 유용 ‘경고’
조합 직원 채용시 공개채용 확대 ‘권고’
중기부 고발여부 관심

이사장이 조합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등기부 일부.
이사장이 조합건물을 담보로 한 대출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등기부. 지난 2006년, 2008년, 2011년 세차례에 걸쳐 NH농협 부천테크노파크 지점에서 대출이 실행됐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가 탈법과 불법을 일삼은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이하 통신조합)에 대한 감사를 부실하게 진행해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앙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의해 지난 1월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서울 마포구 소재 통신조합에서 조합과 주대철 이사장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당시 중앙회의 주요 감사내용은 ▶(통신조합)이사장의 조합 예산 사적 유용 의혹과 ▶이사장 개인대출 목적의 조합건물 담보 제공 ▶조합직원 특혜채용 ▶조합직원의 성과급 상납 등 크게 5가지로, 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탈법 및 불법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감사는 통신조합 내·외부 관계자의 제보를 토대로 한 것으로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상당했음에도, ‘경고’나 ‘주의’ 조치에 그쳐 ‘솜방망이’ 감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동조합의 자정 및 쇄신 차원에서 용기를 내 의혹을 제보하고 문제제기를 한 측에선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자조섞인 반응이다.

특히 주요 제보 사안인 ‘조합원사 분쟁조정 관련 금품수수’, ‘직원들의 성과급 상납 의혹’ 등에 대해선 사법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확인 불가”라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나머지 4건의 의혹에 대해서는 ‘경고조치’ 및 ‘권고’, ‘주의’ 등의 처분으로 감사를 종결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가 별도로 통신조합에 대한 고소고발을 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하지만 중앙회 감사결과와 달리, 본지가 제보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통신조합 직원들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성과급을 받아 그 중 2억300만원을 주 이사장에게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도 성과급 상납에는 전 직원이 1억300만원을, 이듬해 2019년도에는 임원 2명이 각각 5000만원씩 1억원을 냈다는 것이다. 특히 주 이사장은 2019년 2월28일 치러진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이를 앞두고 직원들로부터 성과급을 상납받아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통신조합의 성과급은 회원사인 텔레필드 A부사장(현재 퇴직)이 조합 총회에서 “통신조합이 수년간 흑자를 낸 것은 조합 직원들의 노고가 컸기 때문이다”며 “성과급(인센티브)으로 대주주, 소액주주, 조합직원(사무국)에게 각각 30%를 주고 10%는 사회공헌기금으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2년간 성과급이 중단됐는데, 당시 통신조합 감사가 주 이사장이 중앙회장에 입후보하면서 조합 예산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고 경고한데 따른 것으로, 감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서 올해 다시 성과급이 부활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과급을 상납했다고 하더라도 직위에 의한 횡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 이사장이 조합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제보에 대해 중앙회는 “통신조합이 대출(7억)을 포함한 조합 건물 취득 후 금리인하 목적의 대환(7억)과 조합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추가대출(3억)을 실행했다”며 “조합 차입금 한도액 의결(총회)과 기채 및 그 상환에 대한 의결(이사회)이 일부 누락된 사실에 대해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실확인을 하려면 감사과정에서 주 이사장의 회사인 세진텔레시스 및 개인통장을 확인해야 하지만 중앙회는 조합 통장만 확인했다는 게 조합 내부직원의 얘기다.

본지가 통신조합 건물(마포구 성산동 소재) 등기부를 열람한 결과, NH농협(부천테크노파크 지점)은 2006년 통신조합 건물에 대해 채권 최고액 12억원(실제 대출금 1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고 2008년 6월 이를 말소했다. 하지만 같은 달 근저당 말소와 동시에 또 다시 조합건물을 담보로 신규대출을 실행, 채권최고액 14억4000만원(대출금 12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중앙회 감사결과를 토대로 할 때, 금리인하를 목적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하면서 12억원을 대출받아 기존 대출 10억원을 상환하고 2억원을 추가로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당 대출에 대한 근저당은 2016년 2월15일 해지된다.

2011년에도 농협은 통신조합 건물에 대해 채권 최고액 1억2000만원(대출금 1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고 6년 뒤인 2017년 8월 해지한 것으로 나와 있다. 조합 대출을 주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은 총 3억원으로, 2008년 6월 ‘대출 갈아타기’ 과정에서 2억원, 2011년 1억원 대출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NH농협 부천테크노파크 지점은 주 이사장의 회사 세진텔레시스가 위치한 부천 테크노파크 내에 있다.

중앙회는 이 부분에 대한 감사에서 2006년 10억원 대출실행에 대해서만 확인을 했고, 2008년 대출 갈아타기 과정에서 2억원 추가대출 부분과 2011년 1억원 대출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사결과를 내놓치않았다.

주 이사장이 조합대출을 유용한 사실은 수년전 조합 감사가 내부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진다. 전 통신조합 감사 L씨는 당시 조합 내부자료를 검토하다가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주 이사장에게 “개인적으로 대출받은 금액(3억원)을 빨리 상환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경고했고, 이에 주 이사장은 2017년 급하게 대출금을 상환했다는 것이 조합 회원사들간에 알려진 얘기다.

이에 지난해 11월경 본지는 통신조합 전 감사인 L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물었고, 그는 “시간이 오래돼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만 답했다. 또 본지는 별도로 주 이사장에게 “통신조합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느냐”고 질의했으나 주 이사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통상적으로 공공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경우, 금융기관은 이사회 회의록이나 이사들의 동의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주 이사장이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법조계에 확인한 결과, “사문서를 위조한 뒤 공공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며 “공소시효는 통상적으로 사건을 인지한 때부터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형사사건의 공소시효는 대략 7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중국 화웨이 제품인 화상회의시스템을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조합자금을 유용하고 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중앙회는 ‘경고’ 조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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