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 |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어느 회사에서 입사 동기 두 명의 진급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 명은 진급이 되고, 한 명은 탈락했다.탈락한 직원은 불만을 품고 사장을 찾아가 항의했다.“같이 입사한 동기는 진급이 되었는데, 왜 나는 아닙니까?”

묵묵히 듣던 사장은 말했다.“잠시 나가서 지금 시장에서 어떤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오게.”

잠시 후 돌아온 직원은 보고했다.“농사꾼이 감자를 팔고 있었습니다.”사장은 되물었다.“양은 얼마나 되던가? 가격은?”직원은 짧게 답했다.“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시킨 일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사장이 진급한 직원을 불렀다. 같은 지시를 내렸다.잠시 후 그 직원이 보고했다.“시장에서 감자가 제법 많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한 포대에 만 원 정도였고, 요즘 가격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니, 사 두면 큰 이익을 남길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탈락자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이 우화는 필자가 기업 강의를 시작한 초기에 들었던 이야기로, 20년 넘게 신입사원 교육 때마다 전해주고 있다.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표정은 늘 둘로 나뉜다.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사람, 그리고 무표정한 사람.

일의 본질은 ‘부가가치 창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가치를 창출하는 것, 즉 돈을 버는 것이다.그러나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치’를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이 차이는 단지 경력이나 연차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무원이라면 시장의 안전과 질서를, 교사라면 시장의 작동 원리를, 종교인은 시장의 그늘진 사람을 살펴야 한다.직업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듯, 기업인은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가치의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이런 안목은 학교나 가정에서 배우기 어렵다.직장생활의 선배와 후배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줄탁동시’의 출발점이다. 현장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신입사원에게 “일은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임을 일깨워야 한다.디자이너는 의미 있는 디자인 하나를 더하고, 회계담당자는 숫자 하나에도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동료의 의욕을 끌어올리고, 구매담당자는 가격 변화 속에서 기회를 읽어야 한다.

이처럼 자신의 머리와 손, 발에 ‘가치’를 더하는 습관이 곧 성장의 힘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존재 이유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GI)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신입사원이 몇 일 걸리던 일을 인공지능에게 주니 몇 초 만에 처리한다. 필자 역시 하루 이틀 걸리던 일이 몇 초 만에 끝난다. 편리하지만, 어딘가 서늘하다.

‘AI가 신입사원의 일을 대체한다면, 언젠가 내 일도 삼켜버리지는 않을까?’

그래서 일부러 신입직원을 자주 불러 대화한다. 그가 맡은 일, 상사에게서 받은 지시, 느낀 점을 묻는다. 대화 속에서 아직 기계가 흉내내지 못하는 인간의 통찰과 감정의 흔적을 본다.

AI가 빠르게 일의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고방식만큼은 인간만의 영역이다.

결국 ‘사 두면 돈이 된다’는 통찰, 즉 가치의 본질을 꿰뚫는 눈이 미래의 직장인과 조직을 지탱하는 마지막 경쟁력이 될 것이다.

지금 이 글도 마지막 단계에서 인공지능에게 검토를 시켰더니 매끄럽게 만들어 주었다. 옆에 멋진 조언자가 섬뜩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 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했다.

교육사업으로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한국지식가교’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취업교육과 기업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생 진로취업지도를 교육하는 겸임교수, 특강, 멘토로 매년 100여 개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강의 중에 있다. 명지대, 성신여대, 경희대, 순천향대의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고정 강의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취업의 정석 나를 마케팅하다’, ‘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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