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달러화 외환보유 비중 급락, 트럼프 관세정책도 직접 요인?
러·우전쟁, 미·중경쟁, 美제재 정책 강화 등도 통화질서 재편 촉발
외환보유액 다변화 넘어 국제결제, 청산 구조, 투자통화 구성 등 변화
韓, ‘외환보유액 및 결제·금융 인프라 다변화, 원화 국제화 추진’ 주문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최근 국제금융체제에서 달러화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외환보유액 구성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국제금융질서 전반에서 달러 중심 구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소위 ‘脫달러화’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 아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규모와 깊이 있는 금융시장,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완전한 국제통화는 아직 없다. 그러나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과도한 재정적자 확대로 인해 ‘달러 패권’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탈달러화’가 이미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달러화 패권의 장기적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원은 “미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 특히 정치적 압력과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할 경우 달러 체제가 근본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지나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 국제금융 구조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따른다. 실제로 미국 외 국가들은 그 때문에 인플레이션 충격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적 불안정 상태에 있다. “이런 비판은 달러 패권이 단순히 경제적 우월성의 결과가 아니라, ‘신뢰(trust)’ 위에 구축된 질서임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정책도 ‘탈달러화’를 심화시키는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계기로 공공부문을 비롯, 글로벌 민간 기업과 금융기관들까지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민간 부문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신뢰가 변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이는 탈달러화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단초로 해석될 수 있다.
그 결과 ‘탈달러화’는 “단순한 외환보유액 다변화 수준을 넘어 국제 결제ㆍ무역 청산 구조, 투자 통화 구성,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활용 등 국제 금융 인프라 전반의 변화를 포괄하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연구원의 진단이다.
이런 흐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경쟁, 미국의 제재 정책 강화와 맞물리며 기존 달러 중심 체제의 구조적 재편 가능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탈달러화’는 일부 국가의 외교적 슬로건이나 제한적 전략을 넘어서고 있다. 결제시스템·무역청산·금융투자·중앙은행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달러 통화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통화가 확산되면서, ‘달러 패권’에 대한 구조적 도전을 가하는 거시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약 70%에 달했던 전 세계 달러화 외환보유 비중은 최근 58%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단기적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 속에서 시험대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이에 대응해 점차 다극화(multipolarization)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이미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국제결제 인프라 차원에서는 국제통신협회 결제시스템(SWIFT)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대체 결제망의 확대와 실험이 이미 진행 중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무역결제, 자산운용, 투자전략에서 점차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통화 기반의 거래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당장의 달러 패권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금융질서가 보다 다원적이고 분산된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선택지다. 연구원은 “한국은 이러한 구조 변화를 리스크 관리와 기회 요인 모두로 인식해야 한다.”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안정과 달러 의존도 완화가 필요하며, 외환보유액 구성의 다변화와 시장 대응력 제고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 역내 결제ㆍ금융 인프라 참여, 국제금융 협력 확대 등을 통해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금융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즉, “脫달러화는 단일 기축통화의 대체보다는 국제금융질서의 점진적 전환을 의미하며, 한국은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원화 국제화 수준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미국발 금리 변동이나 글로벌 환율 불안이 심화되면 무역결제 비용이 증가하고, 외국인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외환보유액 운용이 제약되는 등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화 자산 집중 투자 관행도 장기적으로 환차손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특히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나,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은 국내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와 직결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구성의 다변화나, 역내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확대, 시장안정 장치 확충 등을 통해 달러 중심 구조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또한 국제결제 인프라 차원에서는 BIS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아고라(Project Agora) 등 다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mCBDC)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역내 교역및 자본거래에서 다통화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한국이 차세대 결제 인프라의 제도 설계자로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어여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외화표시 역외 채권 발행을 확대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며, 환헤지 비용을 낮추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역외 원화시장의 단계적 개방과 활성화를 통해 무역결제에서 원화 활용도를 높이고 외환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연구원은 “탈달러화 흐름은 특정 기축통화를 다른 통화가 대체하는 단선적 변화라기보다 국제금융질서가 점진적으로 다극화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며 “우리로선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 결제·금융 인프라 다변화, 금융외교 확대, 원화 국제화 추진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