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륜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 이사장의 꿈과 도전
조합원들 뭉쳐 100억에 인수한 알짜회사 ㈜에코이에스
경영권 갈등, 결국 제3자에 매각 눈 앞

지난 3월 열린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 정기총회에서 유수륜 이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유 이사장은 이날 제4대 이사장에 재선임됐다. 
지난 3월 열린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 정기총회에서 유수륜 이사장이 발언하는 모습. 유 이사장은 이날 제4대 이사장에 재선임됐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이사장 유수륜) 회원사들이 1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에코이에스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협동조합 생태계가 고사 직전에 놓여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협동조합의 성공모델을 만들겠다”던 유 이사장의 꿈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배경을 보면 유 이사장이 협동조합의 수익모델이 될 ㈜예스코이에스 인수를 진두지휘하다가 갑자기 병마가 닥쳐오면서 관련 업무를 조합 임원들에게 위임한 것이 사단이 됐다.

유 이사장은 2년 전인 2021년 초 대기업인 LS그룹 계열사 ㈜예스코이에스(에코이에스 전신)가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강원도 일대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등 환경 설비업을 하고 있는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650억원.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돼 각종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 급히 매각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알짜배기 회사라고 입을 모았다. 유 이사장도 4~5년 후 상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당시 유 이사장은 80세를 앞둔 고령에다 자신이 창업한 두원그룹은 이미 2세경영이 시작된 터라 회사차원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 범위내로 선을 그었다.

다만 협동조합의 앞날이 고민이었다. LPG업계는 수년전부터 LPG수요가 급격히 줄어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은 물론 협동조합의 앞날 또한 불투명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예스코이에스를 인수할 경우 LPG 수요개발을 통해 조합의 경쟁력은 물론 회원사인 개별기업들에도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 이사장은 약자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을 하려면 ‘연대’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며 단독 인수가 아닌 협동조합원들과 공동 인수를 결정했다. 그는 1년간의 준비를 거쳐 10여명의 조합원들로부터 100억원을 출자 받아 예스코이에스 인수를 위한 지주회사 ㈜이씨아이씨(ECIC)를 설립했다. 당시 주주는 민명준 조합 부이사장(31%), 유수륜 이사장(29%), 이근욱 조합원(17%), 전상선 조합 감사(15%) 등으로 모두가 조합원들이었다. 유 이사장은 1대 주주를 포기하고, 민명준 부이사장의 앞날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그를 ECIC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게다가 인수자금 25억원이 부족하자 유 이사장은 민명준 대표에게 보증까지 서 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주회사인 ECIC가 100%지분을 출자해 예스코이에스를 인수한 뒤 지난해 7월31일 ㈜에코이에스로 사명을 바꿔 달았다. 현재 민명준 측과 유수륜 측이 각각 보유한 우호지분은 54%와 46%다.

 ㈜에코이에스 CI
㈜에코이에스 CI

무한신뢰 했던 부이사장, 등돌려

이번 분쟁의 발단은 2021년 말 유수륜 이사장이 갑자기 담도암 2기 판정을 받아 병원신세를 지면서 시작됐다. 자신의 건강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자, 유 이사장은 30년 지기에다 차기 조합 이사장으로 천거예정이던 민명준 부이사장과 조병술 조합 전무를 인수책임자로 앞세워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러는 사이 유 이사장은 건강이 극적으로 호전되면서 지난해 7월31일 민명준, 조병술을 에코이에스 공동대표로 추대했다. 이와함께 투자회사에 근무한 투자자(임원)는 일정기간 무보수로 근무하고, 조합원만 지주회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할 것과 지주사가 올린 매출의 1% 또는 순이익의 5%내에서 조합에 후원하는 등 9개항에 이르는 사항을 정관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유 이사장은 에코이에스가 상장되면 협동조합 앞으로 떨어질 수익이 대략 연간 5억~1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당초 유 이사장이 제시한 사항은 흐지부지되고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달리 회사는 엉뚱하게 흘러갔다.

실례로 유 이사장은 민명준 대표의 아들(민주원 이사)과 이근욱 이사의 딸이 에코이에스에 채용돼 각각 연봉 1억원과 6000만원을 지급받고 법인카드까지 제공받은 사실을 알게됐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차남인 유영민 사내이사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고, 그러자 경영진은 유 이사를 해임시켰으며 갈등은 한층 증폭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 이사장 측은 지주회사와 에코이에스 간에 수차례 걸쳐 금전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비자금으로 보여지는 석연치 않은 정황이 발견돼 유 이사장은 최근 민명준‧조병술 공동대표를 경찰에 고발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민명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아 SNS를 통해 질의서를 보냈으나 답변이 없었다.

지난 3월 열린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 정기총회에서 조합 임원 등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는 모습.  
지난 3월 열린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 정기총회에서 조합 임원 등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는 모습.  

회사가치 6개월만에 100억원서 170억으로 튀어

유 이사장에 따르면 그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8월 열린 ECIC 이사회와 이어 연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에코이에스를 170억원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민명준 대표가 시간을 끌며 미적대자 급기야 일부 주주들은 지난 5월 인수를 하겠다는 K씨를 대동해 민 대표를 대전에서 만나 150억원에 매각하기로 상호 합의했다. 그러나 민 대표는 회동 다음날 “매각하지 않겠다”고 번복하는 등 숱한 혼선을 야기했다. 이렇게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4일 서울에서 열린 ECIC이사회에서 민명준은 “자신이 가진 주식을 25억원(액면가 1만원)에 전량 이성일 엠앨비파트너스 대표이사에게 매각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성일 엠앨비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이 회사의 주식 가치는 액면가 1만원도 안되지만 민명준에게 과거 신세진 일이 있어 사정을 봐줘서 액면가대로 인수했는데 나머지 주주들의 보유주식은 향후 5000~6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후 민명준은 지난 7월21일 ECIC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 ▸유상증자 감자 승인의 건 ▸사내이사 해임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 선임의 건을 일사천리로 의결하고 당일 이사회를 열어 이성일을 기존 조병술과 함께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유수륜 측 관계자는 “현재 150억원에 매수하겠다는 미국계 펀드가 나타났는데 이를 지분으로 환산하면 민명준은 대주주로서 지분의 31%인 48억원 가량을 받을 수 있는데 왜 25억원에 매각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이는 유수륜과 전상선의 지분(46%)을 헐값에 매입하겠다는 저의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충북 오송컨벤션센터에서 ECIC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민 대표는 자신의 아들인 민주원 이사를 통해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현재 민 대표는 유 이사장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배임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유수륜 이사장은 이날 “민명준과 이성일 간 거래에 대한 국세청 자료를 봐야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조합임원들에 대한 무한 신뢰가 깨지면서 이런 일이 발생해 조합원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에코이에스를 인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L전 예스코이에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불미스런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L씨는 12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예스코이에스를 유수륜 이사장에게 소개해 주주들에게 최소 20억원 가량의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유 이사장은 L씨의 기여를 인정해 에코이에스 대표로 선임할 계획이었으나 자신이 병원생활을 하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L씨와 함께 중개역할의 한 축을 담당했던 H씨는 “현 경영진은 L씨의 기여에 대해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허용된 컨설팅 비용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법적 소송을 통해 에코이에스 주식에 가압류를 신청해 놓았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유수륜 죽이기’에 옹골찬 저항

유수륜 이사장은 2000년대 초반 한국LPG산업협회 회장직을 10여 년간 수행한 적이 있다. 이 단체에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E1 등 굴지의 대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었으며 전체 회원수는 대략 1500여개사 였다. 대기업들은 법으로 금지된 위장 충전소와 주유소를 전국에 수백여개나 두고 있었으며, 수입사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한 반면 협력사들은 생존에 매달릴 만큼 낭떠러지로 몰려 있었다. 유 이사장은 이런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에게 눈엣가시가 됐다. 급기야 대기업 회원사들은 1억원이 넘는 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가 하면 유 이사장의 사업장 근처에 직접 충전소나 주유소를 지어 대폭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는게 유 이사장의 설명이다. 유 이사장은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LPG산업협회장을 그만두었으나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사비를 들여 3년간 전국을 돌면서 73개 회원사를 모아 2014년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을 설립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대다수 조합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이 조합은 LPG 공동구매를 전국 최초로 시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공동구매 부문 협동조합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20대부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충전업과 석재개발 등 6개 계열사에서 900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10년 넘게 1리터 충전에 1원씩을 적립해 연간 5000만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가 하면 이와 별도로 사재를 털어 30년 넘게 장학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강원도는 물론 업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다. “일생의 마지막 봉사”라며 조합의 성공에 매달려온 그는 두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둘째 아들 유영민 대표에게 최근 이번 에코이에스 사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유영민 대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수업을 받아 현재 그룹 승계작업이 모두 끝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유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성공한 협동조합의 꿈은 안타깝게도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한국LPG충전업협동조합의 미래도 덩달아 불투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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