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로의 전환 검토 중...국내외 여건 '非호의적'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 美증시 상장과 동시 추진
오래된 FI와 갈등, 포트폴리오 강화 '걸림돌'
막대한 자금부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상충
어피너티 등 FI와 2조원대 풋옵션 분쟁 상황

교보생명 광화문 빌딩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교보생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오는 2월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여건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교보생명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미국 증시 상장과 함께 지주사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나 재무적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 사업 진행 시 그 주체 업체에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사업의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와의 법적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주 전환을 추구하고 있는 교보생명은 재무적 투자자와의 법적 분쟁이라는 리스크가 남아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교보생명, ‘제2 성장’ 위한 발걸음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21일 부동산 대체전문운용사 파빌리온자산운용을 인수했다. 이로써 교보생명 자회사는 17개로 늘었다. 중장기 경영 계획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에 힘써온 교보생명은 이미 손해보험사·자산운용사·신탁회사 등 다양한 시장 매물에 관심을 두고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온 결과, 파빌리온자산운용 인수로 첫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특히 파빌리온은 부동산 부실채권(NPL, Non Performing Loan)에 업력을 자랑하고 있어 교보생명의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교보생명의 파빌리온 인수를 통해 대체투자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물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향후 금융투자 관련 사업 확대, 이익구조 개선 등에 속도를 낼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교보생명은 현재 M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 중인 더시드파트너스 측에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교보생명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지주사로 전환했거나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금융사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사업구조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데다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특히 올해에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위기’에서 비롯된 금융산업 정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메리트는?

교보생명이 지주회사 회사로 전환한다면, 우선 자회사별 사업 부문 분리로 전사 경영전략에 따라 매각・인수가 수월해질 뿐 아니라 활발해진다. 특히 부실 계열사 매각이 훨씬 용이해져서 한 계열사 위기상황이 기업집단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금융계의 숙제인 디지털 전환이나 해외 진출 등 주요 사업을 통합적으로 벌일 수 있어 그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다양한 각 계열사의 사업 ‘노하우’나 ‘노웨어(know-where)를 전 계열사에 퍼뜨릴 수 있어 지주회사의 체계적인 관리·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교보생명의 의사결정·업무배분 효율성도 높아진다. 전사 경영전략 수립·각 자회사별 경영에 대해 지주회사가 집중적・종합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한편 효율적 역할 분담·신속한 경영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전반적으로 더욱 빠른 사업 전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 출자구조로 비롯된 기업집단 내 지배구조의 단순화·책임 소재의 명확화를 얻을 수 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기획실’과 같은 역할을 지주사가 도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절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은 경영권 강화는 물론 지배구조 투명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지분율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라미드 형태 소유구조를 만들 수 있어 단순하고 명확한 자회사 경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짜 점심은 없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는 이처럼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지주 체제 전환은 막대한 자금이 든다. 그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상충이라는 흙탕물을 건너야 한다.

우선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상장 심사과정 및 상장 수수료 ▲법인 설립 관련 세금 등을 포함,, 자회사 주식 가액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하는 법적 요건으 등으로 자회사 주식 취득 시 대규모 자금 조달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는 회사채 발행은 엄두도 못내고 하다못해 공신력 있는 공사채도 발행에 실패할 만큼 돈이 말라버린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큰 액수의 자금은 모으기 힘들 뿐 아니라 여기에 지주회사의 정상 경영을 위한 사무실 마련과 인건비 등 경상비 역시 만만치 않아 교보생명이 어떻게 자금 조달을 할 것인가가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자금 조달 이외에도 지주회사가 지닌 본질적인 어려움도 상존한다. 지주사가 기업집단 전체가 연관된 의사결정에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자회사·손자회사의 자율적 의사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가외로 지주회사와 조율을 거쳐야 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의 복잡·중첩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에 이익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문제다. 지주회사의 주가가 보유 자회사 주식 가치의 합보다 낮게 설정되는 ‘지주회사 할인(Holding Company Discount)’ 때문이다.

여기에 지주사가 지배권을 이용, 지주사 또는 다른 자회사의 이익을 위해 특정 자회사에 손실을 떠넘길 수 있는 데다 자회사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지주사가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부의 탈법적 이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쉽지 않아”

생보업계 ‘빅3’ 중 교보생명은 유일한 비상장사다. 기업공개(IPO)에 두 차례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2015년 IPO 시도 때는 회계제도 변경, 실적 악화 등 영향으로 생보사들의 주가가 낮아지며 상장 문턱에서 좌절됐다. 지난해 7월에도 한국거래소는 교보생명과 FI 간 분쟁으로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교보생명상과 FI와 오래된 갈등이 상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은 2012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지분 24%를 인수했다. 이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특정한 자산을 특정한 가격에 팔 권리) 조항이 조건이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을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조건을 FI에게 내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번번이 상장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어피너티는 2018년 주당 40만9912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반면 신 회장은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는 2019년 2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양측에 행사가격을 제출하라고 했으나 신 회장 측은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ICC는 2021년 9월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의무가 있지만 어피너티가 산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의무는 없다는 약간 ‘이상한’ 반쪽짜리 판정을 내렸으며, 어피너티는 이에 반발해 2차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보생명과 FI 양측 모두 똑같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하다가 이익충돌이 일어난 데 대해 둘 다 책임이 있다는 게 금융가의 분석”이라며 “양측 선의의 양보가 있어야만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은 먼저 교보생명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알려졌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05%), 어펄마캐피탈(5.33%), IMM PE(5.23%) 등 지분 2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둘 사이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둘 다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보생명이 추진하는 인적분할은 물론 지주사 전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FI를 외면한다면 불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면 IPO 추진하기 전에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FI 지분을 되사주고 분쟁을 끝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FI들로부터 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금융권은 향후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법상 비상장사에 대한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보업계에서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비교했을 때 교보생명은 포트폴리오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규모를 봐도 삼성생명은 61곳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그 중 상장사는 16곳, 비상장사는 45곳이다. 한화생명 역시 계열사로 93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상장사는 7곳, 비상장사는 86곳으로 집계된다. 반면 지난 연말 기준 교보생명의 계열사는 17곳이며, 상장사는 1곳, 비상장사는 16곳으로 파악돼 포트폴리오나 규모에 있어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비상장사인데다가 경쟁사 대비 포트폴리오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FI들과 법적 분쟁에 내포된 리스크 관리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 교보생명은 어피너티 등 FI와 무려 2조원 대 풋옵션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의 경우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옵션 가격을 받아들이면 지분을 빼앗겨 적대적 M&A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반면 어피니티는 이미 많은 법률 비용을 쓴 상황에서 풋옵션 가격이 낮춰진다면 투자 원금 정도만 건질 수 있는 상황이라 분쟁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