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길에서 묻고 산에서 답을 얻다'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길에서 묻고 산에서 답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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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대·8대 이노비즈협회 회장, 현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칠순 앞둔 나이에도 암벽등반 즐기는 '산악인'
"산은 내 삶의 일부", "산을 통해 열정과 도전정신 배워"
지난 9월 KBS '영상앨범 산' 녹화차 美 북서부 국립공원 방문
스마트팩토리·네트워크 장비, 산업용 컴퓨터 제조업체 40년 운영
높은 기술력 요구되는 '군수시장'으로 사업확장 계획
"지구가 진화한 것처럼, 조금씩 눈에보이지않는 혁신 계속해야"
기술혁신 기업들을 배출하는 이노비즈협회 회장을 두 차례 지낸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이사를 인터뷰했다. [황복희 기자]
기술혁신 기업들을 배출하는 이노비즈협회 회장을 두 차례 지낸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이사를 인터뷰했다.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암벽등반을 즐길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성명기 회장이 성남산업단지 내 여의시스템 대표이사실에서 환한 미소로 촬영에 응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여기가 우리의 보금자리이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칼 세이건의 ‘The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 지구)’ 중에서>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명예회장(㈜여의시스템 대표이사, 69)은 인터뷰 말미에 4년전 펴낸 자신의 에세이집 <사랑은 행동이다>(Human & Books)를 기자에게 건넸다.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가 실려있으니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그는 “어느 누구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함을 어릴적 어머니의 행동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에세이집 프롤로그에 천문과학자인 칼 세이건의 위 시를 인용하며, “사랑은 지고지순한 절대 선(善)이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따뜻함으로 배려하며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에서 이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었다. 칼 세이건은 나사(NASA)를 설득해 미국의 우주탐사선 보이저2호가 해왕성 궤도 외곽을 지날 때 지구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 사진을 찍게 한 사람이다. 이 이미지가 전파를 타고 지구로 전송되면서 지구인들은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블루마블’을 볼 수 있었다.

‘글쓰는 CEO’로 알려진 성명기 회장은 앞서 틈틈이 쓴 글을 모아 <도전>(2008), <열정>(2014) 두 권의 에세이집을 먼저 펴낸 바 있다. 모두 세 권의 에세이집을 통해 ‘도전’과 ‘열정’을 거쳐 ‘사랑’이라는 가치에 도달한 그의 사유(思惟)의 여정을 읽을 수가 있다. ‘사람’과 ‘삶’, ‘관계’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과 감수성이 담겨있다.

지난 9월 미국 글레시어 국립공원 'Grinell glacier trail'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성명기 회장. 

이노비즈 CEO 산악회 회원인 성 회장은 얼마전 동료 회원 4명과 함께 12일 일정으로 미국 북서부의 국립공원 두 곳을 다녀왔다. KBS 프로그램 ‘영상앨범 산’ 녹화차 방문한 것으로 오는 18일과 25일(오전 7시10분)에 송년특집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해발 3000m가 넘는 험준한 산맥을 하루 20~30㎞씩 오르내리는 빡빡한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는 얘기를 듣고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성남산업단지에 위치한 ㈜여의시스템을 찾아 지난 9월 미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노스 캐스케이드(North Cascades) 국립공원과 글레시어(Glacier) 국립공원을 다녀온 얘기부터 들어보았다.

당시 함께 간 4명의 다른 CEO들은 모두 50대 초반이었는데도 이들과 비교해 전혀 딸리지 않는 체력을 보여주어 동행한 방송 PD가 놀라움을 표시했다는 전언이다. 사실 그는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이다. 대학(연세대 전자공학과)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을 했으니 산을 탄지 50년 정도 된다. 지난해엔 아름답기도 하지만 가장 힘들기로 알려진 코스인 설악산 공룡능선을 하루만에 넘었다고 하니, 미국 일정을 준비하며 “괜찮으시겠냐” 염려의 시선을 보내던 PD가 마음을 놓더라고 그는 전했다. 지난해엔 80여차례, 올해엔 90차례 등반을 했다. 주 당 1.8회꼴로 산을 탄 셈이다. 이 정도 되면 그에게 ‘산(山)’이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산은 제 삶의 일부입니다. 기업경영과 산이 똑같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지금 나이에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며 찾아다니는 것도 산을 통해 얻은 열정과 도전정신 덕분이라고 여깁니다. 이번에 미국에 함께 간 CEO들도 주업이 산악인인지 기업인 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등반을 즐기는데, 기업경영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입니다. 이노비즈 기업들은 창업 후 ‘데스밸리’를 지나 살아남은 기술혁신 기업들입니다. 스케일업을 통해 상장도 시키고 글로벌 진출도 하려면 열정과 도전정신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단순히 산이 좋아서 간다기 보다는 산을 통해 열정을 키워나가다 보면 기업경영에도 고스란히 전파가 된다는 것을 체험하는 셈입니다.”

KBS '영상앨범 산' 촬영차 방문한 미국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 'Easypass trail'에서 이노비즈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한 모습.  

성 회장이 산과 그처럼 끈끈한 인연을 맺게 된 데는 개인적인 배경이 있다. 대학졸업후 방위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83년 서른살에 여의마이컴(현 여의시스템의 전신)을 창업한 성 회장은 32세에 빚더미 속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죽음의 문턱을 다녀왔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어린 아들은 백혈병, 아내는 폐결핵 진단을 받는 등 온 가족이 병마와 싸우는 고비를 넘겼다. “아이들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는 살아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그때부터 계속 운동을 삶의 일부로 삼았다”고 성 회장은 회고했다.

“한 4년 전 부터는 하루에 1만보 정도를 단 하루도 빼놓치않고 걷고 있습니다. 태풍이 불면 분당 집에서 800m 가량 떨어진 이매역으로 가서 플랫폼을 열 바퀴 정도 돌고 집으로 갑니다. 위 절개수술을 한 탓에 50대 초반에 일찌감치 역류성 식도염이 왔는데 저녁 식사후 40분~1시간 걷기를 6개월 정도 하니 싹 사라지더군요. 이번에 미국 갔을때도 산행 첫날 30㎞를 걷고나서도 저녁식사후 다시 걸으려고 나서다가 문앞에서 PD를 만났는데 ‘아니 낮에 그렇게 걷고 또 걷느냐’며 놀랍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젊은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여기까지 왔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성 회장은 평소 정장차림에도 세미등산화를 신고 다닐 정도로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 덕에 부부가 함께 코로나도 비켜갔다며 건강한 미소를 보였다. 내년 2월에는 이번에 함께 다녀온 미국산행팀과 뒤풀이 겸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활화산인 이젠화산을 다녀올 계획이다.

미국 글레시어 국립공원 'Highline trail' 을 성명기 회장 일행이 걷고 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CEO가 암벽을 오르며 도전정신을 다질 정도이니 회사가 잘되지 않을 수가 없다. 스마트팩토리 및 네트워크 장비, 산업용 컴퓨터 제조업체인 ㈜여의시스템은 지난 3년간 코로나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매출이 약 65% 신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코로나 직전 매출이 316억이었는데, 올해 520억 정도 했습니다. 코로나 환경에서도 연평균 20% 정도 매출 성장을 했어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시점에 임원회의에서 ‘위기’ 얘기가 나와서 ‘지금을 위기로 볼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합시다. 우리같은 자동화 설비 회사들은 오히려 기회의 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혹한기를 맞을 것이라고 다들 염려하는데, 저는 오히려 직원들을 격려합니다. ‘우리 회사는 부채가 없으니 내년에 우리 한번 멋있는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기회를 즐겨보자’라고. 그래야 직원들의 어깨가 펴지지 않겠습니까.”

㈜여의시스템은 현재 부채가 ‘제로’다. 또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직원 ,주주와 성과를 나눈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성과공유제 대표 사례로 여의시스템을 추천하며 2년간 샘플로 영상을 올려놓기도 했다. 통상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강조하는데, 성 회장은 성과공유제를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엔 직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업직원들의 제안으로 사내 연구소에서 제품 샘플 개발에 들어갔는데, 납품이 급하다고 해 4개월 걸릴 것을 밤샘작업을 통해 불과 4주만에 해냈고 지난달초 기능테스트를 문제없이 마쳤습니다. 자동제어 장치에 들어가는 모니터인데, 이 제품은 조금만 더 수준을 높이면 군 장비에도 쓸 수가 있는 제품입니다. 현재 비즈니스를 키워볼 요량으로 군수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유일하고도 첫 직장생활을 방위산업체 연구소에서 했는데, 서해교전 때 북한 반잠수정을 격침시키는데 쓰인 사격통제장치를 그때 저희 팀이 개발한 것입니다. 저희 회사 산업용 제품은 20년전부터 S전자에 납품하고 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군수장비는 산업용 장비에 비해 기술력이 한층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의시스템은 총 85명의 직원 중 25명이 연구원일 정도로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중국,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을 하고 있으며 미국 유전개발에 쓰이는 ‘방수·방폭 컴퓨터’도 수출품목 중 하나다. 이 장비는 알래스카의 혹독한 추위와 텍사스의 폭염을 동시에 견딜 수 있어야하고 3m 물 속에서도 작동을 해야하는 특화된 기술력을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부가가치가 높아 수익률이 30%나 된다고 그는 말했다. 일반 산업장비의 경우 7% 정도의 수익률을 내며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데, 85명의 직원으로 이같은 부가가치를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그는 설명했다.

“통상 7% 이익을 남기려면 국산화를 통해 코스트 다운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웃소싱을 하는게 더 나은 경우도 있죠. 그럴때는 일부 아웃소싱을 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특수기능은 자체 개발을 해서 짜맞춤을 하는 식으로 방법을 찾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방법을 탐색합니다. 여러 가지로 기업환경이 어려운 시기인데, 저는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45억년 동안 진화를 거쳐 그 결과로 오늘날과 같이 수많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계속함으로써 ‘혁신 DNA’가 회사에 심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성 회장은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끊임없이 네트워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노비즈 네트워킹, 벤처 네트워킹, 대학동문 네트워킹, 산악회 네트워킹 등등. CEO는 그런 속에서 본능적으로 비즈니스를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엔 모교 학과 산악회 출신 교수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두가지 장비를 개발했다며 ‘휴먼 네트워킹’의 결과라고 소개했다.

회사 경비에게도 극존칭으로 대한다는 그는 “사람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일화를 하나 들려주었다.

“예전에 암벽등반을 하다가 다른 팀 중에 한 사람이 좀 쉬운 코스라고 여겼는지 로프도 안매고 가다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보았어요. 2m만 더 가면 수직 절벽인 곳이어서 상대 팀 동료들 조차 잘 못 했다간 같이 죽을 수 있으니 바라만 보고있는 상황이었지요. 순간 ‘저 사람을 잡으면 같이 살 확률 60%, 같이 죽을 확률 40%’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제 손이 나갔고 그의 손을 잡아 다행히 살 수가 있었습니다. 정작 그 사람은 안전장치 있는 곳으로 오자마자 당시 상황이 창피했던지 혼잣말로 욕설을 내뱉으며 인사도 없이 가긴 했지만 말입니다.”

성 회장과의 인터뷰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40분 가량 이어졌고, 그는 통상 엘리베이터까지 배웅을 하는데 다음약속이 늦어 미안하다며 사무실 밖까지 나왔다. 

성 회장은 제6대, 8대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과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제18대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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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기념으로 찾은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그의 지인들에겐 낯익은 모습이다. 그의 명함 뒷면 배경 사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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