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직생’업무 담당 400명 실직자 신세 전락
200여 조합 직격탄...생존권 불투명해
김기문 회장 리더십 ‘흠집’ 남겨
선거법 위반 5월에 1심 선고 예정

여의도 중기중앙회 전경
여의도 중기중앙회 전경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직접생산확인제도에 사활을 걸고 중소기업중앙회가 해결해야 합니다. 직생은 조합들의 생존권문제입니다”(A이사장)

“(직접생산확인제도) 부정수급이 한, 두개 조합이 아닙니다. 조합이 더러운 *을 많이 했어요. 범법을 하지 않고 잘 해야지...”(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지난달 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A조합 이사장간 나눈 대화다. 국내 660만 중소기업을 대변한다는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의 역할과 책임보다는 협동조합에게 귀책사유를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김기문 회장의 발언은 중소벤처기업부 입장과 거의 같다. 김 회장은 오는 5월 중앙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회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한다는 취지로 음악회와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여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직생문제가 터지면서 일선 조합 이사장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김 회장이 직생문제와 관련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선거법 위반혐의를 배경으로 꼽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즉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와 날을 세울 수 없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김기문 회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증인심문(오는 3월11, 4월8일)을 거쳐 5월경 1심 선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간경쟁품목 지정 및 직생확인제도는 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된 뒤 그 대안으로 지난 2007년 만들어져 16년째 중기업계 및 협동조합의 성장판이자 버팀목으로 자리해왔다. 김 회장은 이 기간에 11년 동안 중앙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어 직생의 문제점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중앙회가 그동안 직생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조정훈 국회의원(시대전환)이 지난해 국감에서 권칠승 중기부 장관에게 직생제도의 허점과 더불어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대대적인 변화와 수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동조합의 한 임원은 “직생과 관련, 일부 조합의 일탈이나 부정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중앙회가 선도적으로 재발방지와 함께 대책을 세워 나갔어야 한다”며 “이제 와서 직생의 책임을 조합에게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면 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급해진 조합들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 모여 ‘정부의 직접생산확인위탁 환수조치에 대한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미 (판로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가 된 상태에서 개최된 이번 집회는 조합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협동조합 회원수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직생파동으로 조합의 앞날이 한층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직생인증을 내세워 그동안 회원을 모집하고 일정부분 권한을 행사하면서 생존권을 확보해 왔으나 이제는 회원을 모집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하소연이다.

중앙회 소속 협동조합은 대략 600여개(정회원)다. 이 가운데 200여개 조합이 이번 직생파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직생업무 담당자만도 400여명이다. 직생업무를 이관받는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지난 2월3일부터 2월 14일까지 12일간 500여명의 직생업무 담당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신청자격은 ‘정부 및 지자체 출연 연구기관 등의 소속 연구경력 5년 이상 경력자, 대학교 또는 전문대학 소속의 조교수 이상, 변리사,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기술사 자격증 보유자로 경쟁제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 등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 비즈니스지원단 기술, 특허, 정보화, 생산관리 분야 등록위원이 자격조건이다. 이를 감안할 때 협동조합 사무국 직원들이 채용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게 조합측의 얘기다. 결국 직생업무가 중기유통센터로 이관되는 4월 이후에는 협동조합 직생담당 400여명이 실직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김 회장은 내년 2월에 치러질 중앙회장 선거에 또다시 도전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직생파동으로 김기문 회장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흠집을 입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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