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센터 직원 단체로 “봉급 갈취했다” 소송
K이사장도 ‘사실무근’ 맞고소
인쇄조합, 재단기 불법사용으로 서울시 ‘경고’

재단 이사장(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상대로 직원들이 단체로 소송을 제기한 (재)서울인쇄센터.
서울시가 사업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는 (재)서울인쇄센터 이사장(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상대로 센터 직원들이 단체로 소송을 제기했다.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하 인쇄조합) K이사장이 성추행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K이사장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019년 3월 서울지역회장(서울중소기업회장)으로 위촉해 2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K이사장은 지난 2019년 5월28일부터 31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북엑스포아메리카 전시회 기간에 뉴욕 소재 한 식당에서 (재)서울인쇄센터 소속 여직원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SBS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K이사장이 여직원의 가슴 부위에 머리를 들이대는 행위를 다섯 차례정도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피해 여직원은 앞서 서울시에 이같은 사실을 호소했으나 묵살 당했으며 오히려 인쇄센터 사무총장의 으름장만 돌아왔다고 밝혔다.

SBS는 해당 사무총장이 인쇄센터 직원들과의 주간회의에서 밝힌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시(市)하고 소통이 누가 잘 될 거 같아. 당신이 얘기하고 내가 얘기한 걸 시에서 누구 얘기를 믿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등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센터 사무총장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해초 부터 인쇄조합에서 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SBS 보도가 나간 뒤 K이사장은 “당시 현장에서 고소인이 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식사 후 저녁 일정과 3박5일간의 일정까지 일행 모두 즐겁게 마친바 있다”며 “‘출장에 동행해서 전 일정을 함께 했던 업체 대표 분들도 추행에 관한 일은 없었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전 조합원에게 보내는 등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K이사장은 사무총장(조합 상무 겸임)의 으름장에 대해서도 “사무총장이 말한 앞뒤 상황을 생략하고 특정부분만 인용한 견강부회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북엑스포아메리카 전시회에는 K이사장을 포함해 업계에서 4명, 서울인쇄센터 직원 2명, 현지 통역보조원 3명 등 총 9명이 참석했다. 서울인쇄센터는 인쇄·출판 관련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2년 재단법인으로 설립돼 2015년까지 서울시가 사업비를 지원하고, 인건비와 운영비는 인쇄조합이 부담했다. 이후 2016년부터 서울시와 민간위탁계약을 통해 서울시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 사업비 전액을 지원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7억원 가량이다. 재단 이사장은 인쇄조합 이사장이 겸직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지난 7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피해 여직원이 왜 북엑스포아메리카 전시회가 끝난 직후 고발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K이사장이 제왕적인 스타일이어서 함부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적거리다가 지난 6월에서야 여직원이 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여직원은 당시 전시회를 마치고 귀국한 뒤 K이사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는 등 법적대응을 준비해 왔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본지는 지난 6일 피해 여직원의 서면 진술서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피해 여직원은 “K이사장이 통역들의 가슴부분에도 자신의 머리를 지나치게 기울이거나 팔과 어깨를 만지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통역들 또한 K이사장이 전시회 기간에 자행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진술서를 피해 여직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직원은 또 K이사장이 회식자리에서도 종종 “‘일 열심히 하고 있나’, ‘많이 배우고 있나’라고 말하며 거리낌없이 어깨와 등을 쓰다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인쇄센터 직원들은 지난 6월 단체(3명)로 K이사장을 강요와 업무방해(공갈 및 사기)혐의로 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임금을 갈취하고 부당하게 업무지시를 했다는 게 주요 고발사유다.

그 중 A씨는 2015년 9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2016년 3월1일 정식 사원이 되면서 매달 50만원씩 5개월 동안 총 250만원을 현금으로 인쇄조합의 K 전 상무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C씨는 한차례 50만원을 K 전 상무에게 건넸다. A씨는 “2016년 4월4일부터 8월4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회사 근처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해 상무에게 지급했다”며 통장거래 내역을 본지에 제보했다. K상무는 지난해 초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했다. 이에 대해 K이사장은 “‘K상무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센터 직원들의 집단반발에 K이사장도 직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인쇄센터 직원 A씨가 2016년 당시 K 상무에게 전달한 현금 내역.

한편 인쇄조합은 2억원 가량의 폴라재단기를 서울시로부터 제공받아 운영하면서 민간위탁 협약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시는 이 재단기를 한 민간업체가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비위 사실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민간위탁협약(제 4조)에 따르면 서울시의 사전 승인 없이 제3자에 재위탁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본지가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인쇄조합이 서울시로부터 재단기를 제공받아 하중 문제로 인쇄조합 건물 지하 1층에 비치했고, 2016년 민간업체(혜성제본)가 지하 1층을 임차하면서 재단기 소모품 교체와 유지 보수 및 재단기 숙련인력을 제공하는 대신 해당 재단기를 사용하도록 인쇄센터와 상호 구두합의를 한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2015년 11월 인쇄조합과 혜성제본이 맺은 임대차계약서(계약자 K이사장)를 본지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인쇄조합 건물 지하1층 임대차 계약과 별도로 첨부내용상 계약조건에 ‘재단기 사용’이 포함돼 있으며 당시 조합 상무인 K씨가 해당 계약조건에 별도 사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인쇄조합이 혜성제본으로 부터 (재단기 사용에 대해)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됐지만 금액이 크지 않아 ‘시정조치’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쇄조합은 K이사장을 상대로 한 고소인 3명 중 한 명인 인쇄센터장을 얼마전 해고하고 이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이에 해당 센터장은 "무단해고"라며 최근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 및 해고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서울인쇄조합이 서울시가 제공한 재단기를 불법 사용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
서울인쇄조합이 서울시가 제공한 재단기를 불법 사용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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