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간 ‘컨설팅업체’, 가짜 승인·등록으로 '부당이득'
美FDA 시스템 잘 모르는 국내 중소기업들 '피해'
‘독수리 마크 인증서’…대부분 가짜, "FDA는 독수리 마크 인증서 발행 안해”

사진은 미 식품의약국(FDA)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캡처한 것임.
미 식품의약국(FDA)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중소기업투데이 박주영 기자]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은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해당 기업이나 제품의 품질을 높이 평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 간에도 FDA승인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권위를 지니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거의 맹목적으로 이에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부작용이나 문제가 속출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FDA의 승인과 등록 시스템은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본래 FDA 등록이나 승인을 취득하려는 기업은 먼저 컨설팅 업체와 메신저 역할을 하는 현지 에이전트를 선정하는게 보통이다. 이 밖에도 모든 절차가 미 현지의 산업 생태계나 정서에 맞춘 것이어서 우리 기업들로선 낯설 수 밖에 없다. 절차나 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아예 무지한 경우도 많다. 그 바람에 이런 허점을 악용한 중간 컨설팅 업체나 브로커의 속임수와 부당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이와 관련된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들도 적극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특히나 정보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수출지원센터도 기업들을 상대로 그저 막연하게 “미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라. 그러기 위해 FDA에 등록(또는 승인을 획득)하라”고 독려만 할뿐 실무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등록을 위한 현지의 컨설팅 회사를 물색하라”는 식으로 소극적 권고에 그칠 뿐이다. 승인이나 등록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절차를 안내하는 등 실질적 도움은 주지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양심 불량한 컨설팅 회사들이 술수를 부리며, 중소기업들로부터 부당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 컨설팅 회사들은 FDA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허점을 악용해 사기에 가까운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FDA ‘승인’ 및 ‘등록’, ‘공장 등록’ 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이들이 노리는 약점이다.

미FDA는 원칙적으로 자국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생산활동을 하는 모든 제조업체에 대해선 일단 승인 절차 이전에 ‘공장 등록’을 먼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FDA ‘등록’ 내지 ‘승인’과는 무관한 것이다. 제품이나 제품의 성분, 품질이 아니라, 생산 시설과 설비, 환경 등에 대한 점검 시스템의 일환일 뿐이다.

지인들이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등 해당 업계를 잘 안다는 P모씨는 “컨설팅 업체는 FDA의 승인제도와 승인 이전의 사전 등록 등 복잡한 과정을 악용하기도 하는데, 그 중엔 거의 사기에 가까운 행태도 목격되곤 한다”고 전했다. 흔히 국내에 유포되고 있는 ‘FDA 인증서’나 ‘FDA 승인 인증서’라는 것들이 그런 경우다.

소위 ‘FDA 인증서’라는 것들은 십중팔구 ‘공장 등록증’에 불과하다는게 P씨의 얘기다. “그러나 일부 컨설팅 업체들은 마치 FDA의 승인을 받은 ‘인증서’인양 공장등록서를 둔갑시켜 기업체에 제공하곤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컨설팅 1건당 300만원 정도 받고, ‘시험료’ 명목으로 또 많은 돈을 받기도 한다”고 들려줬다. 더욱이 시험료를 핑계삼아 돈을 받고선, 정작 시험인증기관에는 보내지도 않고 자신들이 착복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공장 등록’에 불과한 것인 만큼 ‘시험인증’과는 애초 무관하다. 그럼에도 제품이나 품질 인증에 해당하는 ‘시험료’를 받는 자체가 사기나 다름없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공장등록 자체가 제품에 대한 ‘등록’ 즉 '승인(인증)'과는 별개다.

실제로 미FDA는 별도의 팩트체크 사이트(FDA 트랙)를 통해 “미국에서 사용하기 위한 (의료기기 등의) 생산과 유통에 관여하는 기업이 FDA에 등록했다고 해서 FDA로부터 어떠한 인증을 받지 않는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워낙에 ‘FDA’를 사칭한 사기수법이 많다보니 이를 경계하는 별도 사이트까지 만든 셈이다.

이 사이트의 표제부터가 보는 이의 경계심을 유발하게 한다. “‘FDA 승인!’, ‘FDA 등록!’, ‘FDA 허가!’, ‘FDA 인증!’…아마도 기업체의 웹사이트, 새로운 제품이나 치료제를 홍보하는 광고에서 위 단어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일부 마케터들은 그들의 제품이 ‘FDA 등록/인증/허가/승인’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여러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말 이 제품들을 인증/허가/승인 등을 했을까요? 이들이 FDA에 무엇을 등록했는지? FDA가 무엇을 어떻게 인증 또는 승인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라며 주의와 경계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FDA는 “(의료기기 등) 시설에 대한 어떠한 유형의 기기 등록 인증서도 발급하지 않음은 물론, 등록 및 등재된 기업에 대한 등록 정보를 ‘인증’하지도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공장 등록’에 대한 인증서나 문서는 물론, ‘등록’에 대한 인증서 따위가 애초 있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최근 FDA는 ‘오해나 사기(misunderstanding or fraudulent)의 소지가 있는 FDA 등록 인증서’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Q&A항목을 만들기도 했다. FDA는 “(미국 내에서도) 일부 회사들이 여기(경고 사이트)에 게시된 샘플인증서와 같은 모양의 ‘FDA 등록 인증서’를 내걸고 판매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인증서는 흔히 미 정부의 공식 문서의 모양을 가지면서, FDA 로고를 포함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FDA는 이런 ‘등록 인증서’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판매되는 기기나 제품에 대한 정보 및 사진과 함께 게시된 소위 ‘인증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시”임을 분명하게 명시하면서 “이런 식으로 FDA의 기기 검토 또는 승인을 암시하는 회사(기업)는 연방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본 FDA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FDA 등록 인증서’를 발행하거나 내걸고 있는 기업체들에게 지속적으로 그런 행위를 중단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국 내 기업들을 향한 미FDA의 주의보 내지 경계령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컨설팅 업체들에 의해 '독수리 마크'가 큼직하게 찍힌 인증서가 국내 업체들에게 제공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기업들은 컨설팅 업체가 요구하는대로 돈을 지불하고, 그 대신 독수리 마크가 찍힌 인증서를 자랑스럽게 내걸거나 제품에 표기하곤 한다. 그러나 앞서 FDA가 주의를 당부하듯이, FDA승인을 표기하는 인증서엔 애초 독수리 마크가 없다. 대신에 승인 번호만을 기재할 뿐이다.

더욱이 ‘승인’이 아닌, ‘등록’이나 ‘공장등록’에 대해선 애초부터 ‘인증서’라는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컨설팅 업체들은 승인과 등록을 혼동케 하거나, 별도의 ‘인증서’ 명목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게 보통이다. 나아가선 아예 ‘승인’을 명목으로 더욱 많은 돈을 ‘갈취’하기도 한다. 미FDA의 ‘승인’ 관련 규정인 FDA 510K에 의해 승인을 받기 위해선 우선 FDA가 요구하는 ‘용도’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때부터 다시 컨설팅 회사들의 사실상 사기 수법이 반복된다. 실제로 ‘승인’을 취득하기 위한 수수료는 3000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컨설팅 업체들 중 일부는 그 4배인 1만2000달러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그런 가운데 미FDA에 대해 잘 아는 국내 전문가들 중엔 “미 정부 조달이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무리를 해가며 FDA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라고 조언한다. 즉 FDA승인이 없어도 아마존 등 온·오프라인 민간 시장에서 얼마든지 유통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FDA 역시 “제품이 시판되기 전에 FDA 전문가 및 기관 승인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시판 전 승인을 받는 것은 아니다”면서 “경우에 따라 제품이 이미 판매된 후 그 제품에 (검증의)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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