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주)유라이크코리아 대표
IoT 기반의 가축 헬스케어 서비스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구제역 파동이 전국을 덮쳐 수많은 소가 산 채 매장당하며 국민과 농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2011년. 당시 정부는 소의 질병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여러 건의 예찰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대다수의 예찰 기기는 ‘웨어러블’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소의 움직임이나 날씨의 영향으로 쉽게 파손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작은 캡슐이 전 세계 축산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주인공은 바로 IoT 바이오 전문기업 ㈜유라이크코리아의 김희진 대표.
그는 소의 건강과 번식을 평생 책임지는 솔루션 ‘라이브케어 서비스’(LiveCare)를 내놨다. 손바닥보다 작은 바이오 캡슐로 길이 110㎜, 지름 25㎜로 이러한 문제점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더욱이 사탕수수로 제작해 동물 체내에서도 안전하다. 이를 경구 투여하면, 소의 첫 번째 위장인 반추위에 안착, 생체 데이터를 수집한다. 핵심은 바이오 캡슐이 부작용 없이 위장에 자리 잡고 죽을 때까지 배출되지 않는 것. 이후 수집된 소의 생체 데이터는 유라이크코리아 연구실로 전송된다. 연구실에서는 약 800만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축우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질병, 발정, 분만 등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농장주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려준다.
이 때문에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질병으로부터 송아지를 보호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또 발정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으니 격리 또는 교배가 수월하다. 분만도 24시간 전 파악이 가능해 준비하기도 쉽다. 제일 큰 장점은 항생제와 같은 약물 사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점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라이브케어를 축산업 분야의 심각한 고령화 현상을 타파할 대안으로 보기도 했다.
사실 김희진 대표의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독특하고 좋은 아이디어지만 사업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어떤 농장주가 귀한 소의 체내에 이물질을 넣는 걸 좋아하겠냐면서 지도교수서부터 가족까지 모두 창업에 반대했다. 하지만 김희진 대표는 두려움보다 용기와 확신이 확고했다.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상품인 경구 투여형 바이오 캡슐을 보고 많은 이가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이런 상품은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고 했으나, 김희진 대표는 라이브케어 서비스가 농가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확신했다. 더욱이 그에게는 축산업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뜨거운 사명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김희진 대표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투자 유치 분야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IR(Investor Relations)을 하고 다니지 않았는데도 투자하고 싶다는 기업이 찾아왔다. 더욱이 일본의 대기업 소프트뱅크가 막말로 ‘돈 다발을 싸들고’ 찾아온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제안한 것은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희진 대표에게는 또 한 가지, 혁신을 가능케 한 단어가 있다. 비타민과 아스피린이다. 비타민은 있으면 좋은 영양제, 아스피린은 없으면 안 되는 진통제다. 창업은 있으면 좋은 아이템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아이템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 김희진 대표의 철학이다. 김희진 대표에게 라이브케어 서비스는 그보다 100배는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라이브케어 서비스야말로 ‘없으면 안 되는 아스피린’ 같은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지난해 여름, 일본 굴지의 대기업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아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선정됐으며, 홋카이도 와규 농장에 50만 달러 규모의 첫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9월에는 엄격한 규제를 통해 고품질의 육류와 낙농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낙농 선진국 덴마크 정부와 MOU를 체결했다. 유럽 17개국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덴마크를 거점으로 올해는 유럽 진출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같은 외형 확장과 더불어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닭, 돼지, 염소 등 다른 가축으로 확장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희진 대표는 작은 소망이 하나 더 있다. 바이오 캡슐이 송아지가 커서 성우가 될 때까지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실시하는 축산물 이력제를 수행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도 기여하고 우리나라 소비자가 안심하고 육류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