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박철의 본지 발행인 겸 대표

박종범 세계한인무역협회(이하 월드옥타) 회장이 1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사무실에서 출범식을 갖고 첫 출항을 시작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기자들 7~8명을 제외하고 한 명의 외부인사도 초청하지 않았다. 앞서 21대 집행부가 호텔에서 수많은 정치인들과 기관장을 초대한 것과 비교해 거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용절감은 물론 내실과 실용을 앞세운 박종범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날 22대 집행부를 이끌어갈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지역과 세대 등을 고려했다”며 “무엇보다 ‘능력’을 인선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공약 역시 협회의 투명성확보 및 윤리경영, 소통과 협력, 신규사업개발, 국내 7대 경제단체 진입 등을 내걸었다. 역대 회장들이 내건 구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박 회장에게 기대하는 월드옥타의 ‘변화’와 ‘혁신’은 적지 않다.

월드옥타는 4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67개국에 146개의 지회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재외동포 최대의 경제단체로 성장했다. 정회원 7000여명과 월드옥타의 차세대 무역스쿨을 수료한 젊은 청년들만도 2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시장에서 한국경제영토 확장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으로 무장돼 있다. 그럼에도 월드옥타를 바라보는 대내외적인 시선은 곱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정부예산(연간 120억)이 지원되는 경제단체로서 국고보조금이 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제대로 감독할 필요가 있다. 앞서 21대 집행부에서 터진 비위행위를 어물어물 넘어가서는 안된다. 여기에 원로들의 내정간섭(?)이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선거 과정에서 일부 원로들이 소위 짬밥을 앞세워 줄세우기를 강요하면서 패거리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2년마다 돌아오는 집행부 선출에 있어 유권자들의 분포가 지나치게 특정 국가에 치우쳐 있어 공정선거가 어렵다는 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월드옥타 유권자(상임이사)는 지회에 가입한 회원 수에 비례해 선출된다. 이렇다보니 단연 대국인 미국과 중국 회원이 압도적인 가운데 유권자 역시 이들 국가 소속이 절대적이다.

대략 미국과 중국동포(조선족)가 차지하는 유권자가 50%에 육박할 정도다. 67개국 회원 가운데 65개국에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미국이나 중국의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자는 아예 출마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만 놓고보면 비교 자체가 어렵다. 중국교포는 월드옥타 회장 선거에 입후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산당이라는 중국의 특수한 국가체제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과정에서 ‘차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보니 정책과 비전보다는 특수한 이해관계에 따라 몰표를 주는 등 공정성도 담보하지 못한다. 이렇다보니 늘 중국교포에 의해 선거가 좌우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제기돼 왔다.

월드옥타가 태동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천용수 회장(호주)을 제외하고 미국에서만 6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이 기간 동안 월드옥타 회장은 주로 원로(역대 회장)들에 의한 추천을 통해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월드옥타의 위상이 대내외적으로 크게 올라가면서 2010년부터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2010년 권병하 회장(말레이시아)이 아시아권 최초로 월드옥타 회장에 당선되면서 권력이동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지게 됐다. 이때부터 21대까지 하용화(20대 미국)회장을 제외하고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회장이 각각 배출됐다.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회원들 사이에서는 대륙별 회장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5대양 6대주를 3~4개 권역으로 나눠 돌아가면서 후보를 뽑은 뒤  이사회 추천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유럽지역에서 최초로 당선된 박종범 회장은 이력이 남다르다. 전 세계 한인사회에서 박 회장의 지명도는 대단할 정도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에서 1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한상(韓商)이라는 타이틀에다 유럽한인회총연합회장을 하면서 분열됐던 유럽한인회총연합회를 하나로 통합했고 민주평통 유럽‧중동‧아프리카 부의장을 6년간 지내기도 했다. 한상 최대의 축제인 한상대회장도 역임하는 등 그간 지도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왔다. 이밖에 한인회관 건립 등에 수십억원을 기부하는 등 유럽에서 K-한류를 일으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런 와중에 박 회장이 월드옥타 회장 후보로 나선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을 못했다. 그동안 몇몇 후보가 거론됐지만 박 회장이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가 중도에 포기를 했다. 다만 뉴욕의 K후보는 일찌감치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표를 했다가 막판에 고교 선후배간 선거를 치르는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는 박 회장과 같은 광주 살레시오고 출신이다. K씨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월드옥타 회원의 절대 다수는 풀뿌리 경제인들이다. 회사 규모면에서 역대 회장들 가운데 박 회장을 능가하는 경영자도 없다. 그래서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박 회장의 위상과 맞지 않다며 불출마를 권유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반면 23개 유럽지역의 회원들 생각은 달랐다. “지금껏 미국과 아시아권이 지배해온 회장 선거의 구도를 깨야 한다”며 박 회장의 출마를 강권했다. 박 회장이 한인사회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토대로 월드옥타에 혁신의 물꼬를 틀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공언대로 월드옥타가 7대 경제단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외연확장이 필수적이다. 현 7000여명의 정회원 가운데 상당수가 허수로 알려졌다. 과거 월드옥타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도중에 하차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에 대한 보완과 함께 한국 출신으로 중국에 건너가 사업을 하는 한국인회(한인회)와 한국상회(경제단체) 회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월드옥타 지회는 1개 도시 1개 지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우선 특별회원이나 준회원 형태로 영입하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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