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플랫폼 동원, 시중은행 등과 제휴 형태 시장 진출
스마트기술도 구사, 기존 금융사들 “결국 주도권 뺏길지도” 우려

애플의 금융상품인 '애플 세이빙스' 화면. 국내에서도 빅테크의 금융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애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애플의 금융상품인 '애플 세이빙스' 화면. 국내에서도 빅테크의 금융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애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들도 금융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진출한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빅테크들의 금융시장 공략은 본격화된지 오래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면서, 기존 금융권의 긴장감도 높아가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은 빅테크와 제휴해 플랫폼 내 금융상품 입점을 추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결국 빅테크 플랫폼을 강화하고 자사 고객 접점을 약화하는 근시안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어 금융권 일각의 초조감을 엿보게 한다.

빅테크, “세 가지 전략 구사”

전문가들에 따라선 기존 금융사들과 빅테크를 적대적 공생관계로 보는가 하면, 한편으론 생존을 건 경쟁구도로 판단하기도 한다.

특히 김준산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이하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고객 입장에서 빅테크와 금융사가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빅테크와 금융사 중 더 많은 고객접점을 보유한 쪽에 주도권이 주어지게 된다”면서 “더 많은 고객접점을 보유한 쪽에서 전체 서비스의 가격과 서비스 내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후자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빅테크들의 전략을 대체로 세 가지로 꼽으며 그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내 빅테크는 ▲금융사와 직접 경쟁하는 전략과 ▲금융게이트웨이 전략, ▲플랫폼 확장 등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빅테크들은 이른바 ‘플레이어’로서 본격적인 금융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인터넷 전문 은행 라이선스를 통해 카카오뱅크를 세웠고, 카카오페이증권은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통해 주식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금융 게이트웨이’ 전략, 즉 기존 금융사들의 금융상품을 중개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금융 플랫폼이 다른 금융사의 게이트웨이로 확대,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대출중개업을 통해 기존 금융권의 대출 상품을 대상으로 한 ‘대출 비교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역시 기존 금융권의 예금을 비교하는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외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의 영업 형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국내외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의 영업 형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빅테크의 스마트 기술과 플랫폼이 큰 무기

이같은 빅테크 ‘대출 비교 플랫폼’은 또 다른 시장 확대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즉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금융사 금융상품을 입점시킴으로써 고객과 금융사를 연결하는 게이트웨이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연구원은 “실제로 빅테크 금융 플랫폼은 기왕의 ‘메신저’ 기능이 ‘검색창’ 등을 통해 기존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어 상호 간의 시너지를 일으김으로써 빠르게 금융 중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 페이는 네이버 검색과 연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전략을 통해 빅테크는 결국 자사 플랫폼을 확장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는 고객 확보를 두고 직접 경쟁하는 시기가 올 수 밖에 없다. 즉, 주도권의 향방은 누가 더 많은 ‘고객접점’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기존 금융사가 자체 고객접점을 튼실하게 확보하고 있으면, 빅테크 플랫폼은 금융사의 다양한 중개 채널 중 하나에 그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금융사가 상품 가격이나 종류를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등 많은 권한을 갖게 된다.

반대로 금융사가 고객 확보를 위해 빅테크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빅테크 플랫폼에 의해 금융사는 상품 가격을 변경해야만 한다. 심지어 플랫폼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경우엔 특정 금융사나 상품의 플랫폼 입점 여부까지 결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마치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형국이 벌어지는 셈이다.

금융권 일각 ‘트로이의 목마’ 걱정도

만약 후자의 경우가 일반화되면, 더 많은 금융상품이 빅테크 플랫폼에 집중돼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금융사 상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또 금융사 입장에서도 빅테크 플랫폼이라는 별도의 고객 확보 채널을 갖게 되었으므로, 자체적인 금융상품 ‘앱’ 등 고객확보를 위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금융권의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은 빅테크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 참여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해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즉, 금융사들은 빅테크 플랫폼을 통한 당장이 이익보다는 긴 안목으로 봐선 장차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앞서 KB경영연구소의 김 연구원은 “빅테크 금융 플랫폼을 통한 자사 금융상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며, 자사 금융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해 자체적인 고객 접점을 유지 및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해 기존 금융권이 갖는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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